Kel
  1. Mystery + (정리중)

이미지

도서명 표기
외딴집 (상)
글쓴이
미야베 미유키 저
북스피어
평균
별점9.1 (39)
Kel

먼저 하고픈 얘기는, 이 작품은 절대로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다는 것, 그리고 상권의 한 삼십페이지 쯤에서 "뭐가 이리 복잡해?"하고 그냥 놓고 싶더라도 계속 차분히 읽어가면, 절대로 실망하지 않을 거란 것이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읽은뒤 책을 잡고 울기로는 이 작품이 처음이다. 잠깐 시간이 나서 이 책을 들고 읽다가도 가슴이 차도록 '호'가 안쓰럽고 걱정되어서, 그리고 그외 착한 사람들이 의도치 않은 운명의 파도에 휩쓸리게 되는 것을 보면서 작품 외 다른 것을 잊었다. 그리고 하권의 마지막을 달리는 순간엔, '제발..죽지 말기를..어쨌든 그 모든 사연에도 불구하고 죽지만 말기를..그래서 앞으로도 습자도 계속하고, 셈도 하고 그렇게라도 살아가기만을'바랬다.   







중앙정부 막부와 지방정부인 번간의 부와 권력 경쟁이 미묘하던 에도시절, 에도시내 문짝가게 요로즈야의 도련님이 건드린 하녀가 아이를 낳고 죽는다. 그 아이는 아무도 반기지 않던 신세라 사람들의 심술에 따라 이름이 바보 '호'라고 불리게 되었다. 고생과 눈치만 보던 신세인 그 아이는, 주인장 부자가 앓아눕게 되자 저기 멀리 아래 신사에 기도드리러 가게 되고 시코쿠 사누키노쿠니 마루미번이라는 바다마을에서 버려진다. 누구에게도 환영받을 수 없는, 아무것도 가지고 태어나지 않은 이 여자아이에겐 그래도 따뜻한 남쪽의 태양만큼이나 조금은 따뜻한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여주고, 그리고 마음따뜻한 아가씨인 고토에의 가르침도 받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마을의 의사선생님인 겐슈의 딸이자, 게이치로의 여동생인 고토에는 바다에 토끼가 뜨고 날씨가 험한 날 연적인 미네, 즉 이마을의 수장인 가지와라 집안의 딸에게 독살을 당한다.




그러던차 쇼군의 현금흐름과 재산을 관리하던 브레인, 재정부교인 후나이 가가노, 이른바 가가님은 주변의 무사들을 베고 아내와 두 자녀의 시체 속에서 미친체로 발견되고, 쇼군은 그를 처형할 수도 그냥 둘 수 없어 눈에 가시이던 마루미번으로 유배보낸다.





그가 머물 곳은 마루미성에서 서쪽아래 먼 계곡의 마른폭포저택. 이는 수년전 이 번의 최고가문의 요양지이기도 해서 많은 이들이 기피하던, 음산한 장소였다. 더러운 것은 더러운 것으로 피한다는 듯, 그는 비바람이 심하던 날 마루미번에 도착하곤, 어떤 이의 눈길도 닿지 못한채 마른폭포저택에 가둬진다.






 




왜 쇼군의 사랑을 받아서 그의 여자까지 하사받았던 가가님은 아내와 사랑하는 두 자녀, 그리고 주변의 이들을 베고 피바다로 만든걸까? 아무것도 모르고 스스로 바로바고 여기는 가엾은 아이, 호는 자신의 보호자인 고토에가 살해당하고 입막음이 된채 어떤 인생을 살아가게 될까? 복수를 하고 싶지만 번의 운명을 위해 비겁하게 입을 다문 고토에의 오빠 게이치로, 그러나 분노에 타서 어리석게 감정을 남발하는 와타베는 어떻게 될까? 미네는, 그리고 호를 맡게된 우사는 어떻게 될까?




사실 이런 이야기들을 위한 작은 복선들이나 장치들이 세밀하게 짜져있어서 마지막 순간까지 "그랬군"하게 만들지만, 이런 미스테리들은 그다지 궁금하진 않았다. 아니, 뭐라고 말해야 하나. 이제까지 그냥 트릭이나 궁금한 것들을 해결하는 퍼즐이 아니라,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심하게 몰입해서 그들과 같이 애가 타고 화가 나고 했다고 해야할까.




그렇게 많이 사람들의 미움을 받았으면 삐뚤어져도 뭐라고 안하겠건만.. 언제나 착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아이 호, 어부의 아내가 되기싫어 히키테 (일종의 방범대원, 포졸격)가 되어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 좋은, 그런데 자신의 신분보다 훨씬 더 높은 마을의 사지 (의사) 게이치로를 연모하는 우사, 자신과 도장을 같이 다닌 친구 게이치로의 여동생이건만 가문의 차이가 있어, 그리고 급한 성격상 아무 표현도 못했지만 언제나 자신에게 웃어주던 코토에를 연모하던 와타베, 하녀지만 주인이 걱정되어 사지이자 당주인 겐슈에게 야단을 치던 무서운 시즈, 다이묘가 머무는 여관가문의 장남이지만 신처럼 받느는 물건보다는 사람이 우선이라며 집을 뛰쳐나간 에이신스님, 그러나 그는 우사에게 그런 물건도 다 중요한 것이며 받들 가치가 있음을 말해준다. 작은 일이라도 남들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는 밥짓는 공동주택의 주인 하치로베, 그리고 남들이 하잖게 여기는 호를 염려해주는 이들, 그리고 번역자만큼이나 나도 가장 좋아했던 슬픈 운명의 가가님. 흑.




독을 품은 사람들은 사는데, 왜 꼭 열심히 사는 착한 사람들은 슬픈 운명을 맞이해야 했는지 책장을 닫으면서도 슬펐다.




 



두려워하는 것을, 머리로도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공포로 뭉뚱그려 받아들이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해는 가지만 답답하였다. 그러기에 바벨탑이 하늘에 닿기전에 무너뜨린 인간이지만, 결국은 스스로에게 돌아올 것을... 모든이들이 진실을 외면하고 왜곡된 사실을 호에게 강요하지만, 결국 죄지은 자는 어떤 형태로든 대가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진실은 태양과 같아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리고 피했다고 어리석게 말하더라도 진실은 곳곳을 비춘다. 외면하는 이의 얼굴에도. 그리고 두려움의 대상을 그저 두렵다고만, 무리지어 소문을 부풀리고 낮은 차원으로 대응하지않고, 이성적으로 바라볼 때엔 오히려 단순하지 않던가 (결국은 지역특성에 따른 재해이며, 음모이지 않던가).




잠깐 물건을 사러나가서 뜨거운 햇빛 아래 횡단보도 앞에 서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가장 행복할 때는, 누군가에게 자신이 도움이 될때 누군가에게 쓸모가 되어 도움을 줄 때라고.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 아니 (일부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어 조금 약하게 수정해서), 꽃만큼이나 아름답다, 아니 자신을 잊고 타인을 위할때 가장 아름답다 (그래서 안타까움을 놓기 힘들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가가님도 하실 일은 다 하셨고 그리고 가장 좋은 순간에 가장 좋은 결론을 내신거라고, 이번 만큼은 운명을 받아들인게 아니라 스스로 택한거라고, 슬픈 마음을 달래기로 했다). '마음을 쓴다'는 한국말, 정말 더할 나위 없이 핵심을 찌르는 표현이자 다른 '배려한다' 등의 말보다 아름답다. 사람들 속에 섞여있어도 거침없이 행동하는 것보다, 작은 절제가 더 아름답다.







 




가능하면 책을 읽고난 뒤의 느낌을 간직하고 싶어, 오타가 나더라도 좀 말이 안되더라도 책을 덮으면 마음에 차면 리뷰를 쓴다. 아직까지도 마음이 아프다. 조금 앞부분이 지루하고, 시대물이라 생소한 직위나 외우기 어려운 인명이 나오더라도 이 작품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픽션의 인물들이지만, 놓치기 아까운 이 사랑스러운 멋있는 인물들, 사람이라서 실수를 하고, 그래서 더 잘해보려고 애쓰는 이 사람들을 꼭 만나봤으면 좋겠다. 




 







p.s: 상권과 하권의 맨 앞에 시대배경과 직위, 그리고 지도가 나와있다. 맨처음엔 나도 메모를 따로했는데, 급하게 줄거리를 따르지 않고 한문장씩 보다 보니 어느새 다 눈에 익어있었다.







가가님이 그랬다. 어디에나 비가 오는 것이고 비는 피할 수 없다고. 하지만, 비는 꼭 그친다고. 바보에서, 방향을 알 수 있게 되고, 스스로 보물이 되버린 이에게 따뜻하게 말씀해주셨다.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04.26

댓글 0

빈 데이터 이미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Kel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5.5.4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5.4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25.5.3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5.3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25.4.30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4.30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01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8
    좋아요
    댓글
    60
    작성일
    2025.5.8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18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