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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반짝
  1. 내가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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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영원한 남편 외
글쓴이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저
열린책들
평균
별점8.3 (7)
안녕반짝

재독을 잘 하지 않던 내가 유일하게 재독하고 싶었던 작가는 도스토옙스키다. 그러기로 다짐해서인지 그의 전집을 양장, 무선본으로 두 질이나 소장하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더디게 작품들을 만나고 있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전집은 18권인데 십 년이 넘도록 완독을 하지 못했다. 야심차게 마지막 책인『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꺼냈지만 초반을 읽고 중단한 상태다.


도스토옙스키 작품은 실제로 읽어보면 훨씬 재밌다. 이름이 많이 헷갈리긴 하지만 책장도 잘 넘어가고 왜 이제야 읽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기가 더뎌 지는 건 속도 조절이 되지 않는 빨려듬이다. 나의 의지대로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이 나를 끌어당기는 기분을 느끼며 읽다 보면 저자가 만들어 놓은 인물들의 사변에 휩쓸리기도 하고 이해할 수 없는 상황과 대화들 사이에서 헤매기 일쑤다. 그렇다 보니 책을 덮었을 때 의미를 찾는 것조차 무의미할 때가 많다. 겨우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왔다는 사실만 인지할 뿐 이 소설이 갖는 의미며, 내게 준 메시지까지 찾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한 권씩 읽어 나갈 때마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곤란해서 휴식기를 오래 두다 보니 완독이 더뎌질 수밖에 없는것이다.

순서대로 읽다 보니『죄와 벌』『백치』『악령』뒤에 읽는 이 작품이 약간의 긴장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생각했다. 장편만 연달아 읽었으니 비교적 여러 작품이 있는 이 책이 긴장감을 풀고 다음 책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효과는 볼 수 없었다. 저자의 작품을 읽어본 이라면, 장편이든 단편이든 대화 속에 혹은 저자의 의도 속에 수많은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을 알 수 있기에 길이만 조금 짧을 뿐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분명 저마다의 색깔이 다르고 연관이 없는 소설들임에도 이상하게 끊어지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긴 호흡의 소설을 여러 사람을 통해 들려주는 느낌도 들었고, 반대로 새로운 사건이나 이야기를 옮겨올 때마다 아주 많은 단편을 읽는 것도 같았다.

갑자기 나는 세계가 존재하거나 혹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거나, 내게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내게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예전에는 처음부터 많은 것이 있었던 것처럼 여겨졌으나 나중에 가서 나는 전부터 아무것도 없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왠지 그렇게 여겨졌다. 점차로 나는 앞으로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하게 되었다.「우스운 사람의 꿈」중


저자의 소설을 읽다 보면 꼭 이런 기분일 때가 있다. 재밌게 읽다가도, 인물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사고 속에서 이런 기분을 느낄 때면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난감했었다. 그런데 저자는 독자의 내면을 들여다보듯이 혹은 자신의 소설이 마치 그런 양상인양 태연하게 소설 속 인물을 통해 나의 기분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그렇다보니 소설을 읽으면서 분명 의아함을 느끼는 곳이 많은데 반발 할 수 없다. 한바탕 꿈을 꾼 듯, 다른 세상의 사람들을 만난 듯한 기분이 들면서도 홀린 듯이 읽기를 멈출 수가 없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낱낱이 보여주는 것인지, 당시의 러시아 사람들의 의식을 은밀히 비유한 것인지, 아니면 저자가 그 모든 것들을 정교하게 짜놓은 것인지 얄팍한 시선을 가진 나로서는 구별할 길이 없다.

그러니 계속 읽을 수밖에 없다.『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읽고 나면 다시『가난한 사람들』부터 시작해서 재독을 할 것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 읽고 나서 개정판이 나오면 그 핑계로 또 책을 들여 읽을지도 모르겠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 정말 좋아하고, 계속 알고 싶고, 읽고 싶은 작가이기에 같은 책이 모양만 바꿔서 나와도 또 읽고 싶은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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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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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뚜웅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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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반짝

    작성일
    2019. 3. 18.

    @히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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