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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여자
글쓴이
임경선 저
마음산책
평균
별점8.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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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후유증일까. 하나의 목표에 전념하며 2년 여의 시간을 숨죽여 버텨온 날들이 지나가고 마음 한 곳이 공허하기만 했다. 얼굴엔 스트레스라고만 단언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염증이 이유 없이 꽃을 피웠고, 떠밀리듯 조급하게 나간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은 어김없이 피곤함을 수반한 감정 노동에 나를 질리게 했다.

 

그 때 누가 이야기했더라. 캣우먼의 책이나 글을 찾아보라고.

그랬었다. 몇 달 전 연재를 끝난 매주 금요일마다 업데이트 되던 그녀의 네이버 오디오 클립_ 퇴근 시간 그녀의 직설적인 상담을 틀어놓으며 공감했던 시간들이 떠올라 다시 찾은 그녀의 책이었다.

 

진정한 글쟁이는, 소설이 과연 답일까. 내가 손을 꼽는 작가들은 소설보다는 진솔한 에세이에서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해내곤 하는데, 그녀도 아마 그런 사람이 아닐까. 나라는 여자_ 지극히 담대하고 담담하게 타인의 상처를 바라보고 보듬어줄 수 있는 시선은 그녀의 삶 속에서 하나둘 쌓아올린 켜 일터.

 

개인성의 예의라_

생애의 절반가량, 그녀는 주로 어디 어디서 온 아이라고 불렸다. 살아본 이 세상의 나라들이 하나둘 차곡차곡 쌓이면서 초면에 어느 나라에서 살아봤어? 어느 나라가 제일 좋았어? 같은 질문도 자주 받았다. 나라 이름만 매번 달라질 뿐, 대개는 아웃사이더였다.

 

바깥에 자리한 자는 많은 것들이 시선에 들어온다. 안에 있는 사람은 시선을 돌려 바깥까지 살피려면 애써야 하지만 바깥에 있는 사람은 싫어도 중심과 주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떤 무리에 섞이면 나는 심리적으로 늘 경계선 밖에 혼자 나가 있는 상태라, 원의 중심을 차지하거나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 원의 주변에서 겉돌거나 저항하거나 타협하면서 중심에 접근하려는 사람들의 역학 관계에 민감해졌다. 하여 그녀는 지극히 관계에 민감한 사람이었다는 것, 좋은 말로 하면 눈치고.

 

누군가의 인생을 상담한다는 것

어떤 일이든 음과 양의 부분이 있었다. 소진되고 허무한 느낌도 있었지만 기쁘고 뭉클한 시간들도 존재했다. 상담을 하면서 상대에게 봉사하듯, 혹은 상대를 약체로 보고 위에서 내려다보듯 하면 곤란했다. 나는 현실적인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자기 힘으로 어떻게든 그 고민을 짊어지거나 떨쳐내려는 사람들에게 마음 깊이 끌렸고 그런 그들을 접하는 느낌이 좋았다. 힘겨운 짐을 짊어지고 있지만 역으로 그것을 에너지로 만들어가려는 사람들을 보면서 가슴이 짠해졌다.

 

뿐만 아니라 상담 글을 쓰면서 누구에게 뭐라고 하기 앞서 늘 나 자신부터가 좋은마음 상태를 유지하려고 애쓸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서로에게 썩 괜찮은, 관대한 관계였다.

 

우연한 전직

프리랜서라는 것은 말 그대로 누가 먼저 일을 알아서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 전의 것은 다 무효로 만들고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했다. ‘프로의 프리랜서는 취미나 자아 성취이 세계도 아니었다. 이 세계에선 팔리는일만이 의미가 있었다. 계속 이렇게 보이지 않는 꿈을 향해 꼼지락거리다 보면 원하는 것을 잡을 수 있을까?

 

어쩌면 프리랜서의 본질이라는 것은 내게 적합한 것이 뭘까?’난 정말 뭘 하고 싶은 걸까라며 적성이나 재능을 묻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어떻게든 내가 일할 수 있는 장소를 많이 만들어서 부탁받은 일을 기분 좋게 성실히 하는 것, 그러다가 , 나는 이런 종류의 일을 잘할 수 있구나를 자연스레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닐까. 더 나아가서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의 개념이 예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확장되는 즐거움을 얻을 수도 있다. 그렇게 일 의뢰가 저점 늘어나면 그때 그중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나가는 것, 그것이 이 아닌 현실의 프리랜서가 가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무엇을 겹겹이 쌓는지도 모르고 몸집을 위로 옆으로 그저 부풀리며 성장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상처 입고 피 흘리고, 까지고, 끊임없이 새살을 만들어내며 자신이 온전히 있어야 할 제자리에서 재생한다. 자신이 놓인 그 자리에서 그렇게 시큰하도록 선명하고 투명해져만 간다. 평생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수줍은 자신감으로, 스스로를 재생하며 살아간다. 나도 이렇게 좋은 어른으로 살고 싶은데 쉽지 않다.

 

또다시 찾아온 2018년의 봄_ 목련이 움틔우는 자리를 보며 3년 전 떠난 아빠가 생각나 눈시울이 시큰해지는 봄밤을 맞고 있다. 나라는 사람의 8할 이상은 아빠에게서 보고, 듣고, 느낀 그대로겠지. 때론 머리가 커서 전학을 다녀야 했던 지난 날이 힘들어 아빠를 원망하기도 했었는데_ 그녀의 나지막한 이야기를 들으며 공직선배이자 멘토, 인생선배였던 아빠가 더없이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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