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

파란자전거
- 작성일
- 2018.5.10
가난한 사람들
- 글쓴이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저
열린책들
표도로 미하일로비치 도스또예프스끼라는 긴 이름을 기꺼이 기억하고 싶은 작가의 첫 작품이다. 평생 간질병과 사형 직전에 풀려난 트라우마, 그리고 4년동안의 혹독한 유형생활이 그림자가 되어 따라다녔고, 그것을 잊기위해서인지 몰입한 도박 역시 가난이라는 굴레로 되돌아와서 그를 괴롭혔다. 이 소설은 도스또예프스키가 24살 때 발표한 첫 작품으로 발표 당시부터 커다란 호평을 받으며 문단의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짧은 내용이지만 당시의 사회와 사람에 대한 통찰을 엿볼 수 있는 빼어난 작품이다.
서한문 형식으로 된 소설은 대단히 감각적이다. 우연한 기회에 먼 친척 소녀를 돌보게 된 하급관리 마까르 알렉세예비치와 그의 후원을 받게 된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가 주고 받은 편지는 4월에 시작해서 9월 말에 끝맺는다. 이 과정을 읽으면서 두 사람의 상반된 처지와 생각들, 그리고 그들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해 어떤 선택이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지를 볼 수 있었다.
나름대로 평온하게 살아가던 마까르에게 바르바나의 등장은 삶을 뒤흔들 만큼 놀라운 일이었다. 그날이 그날 같았던 평범한 날들. 그는 서류를 정서 (正書) 하는 것이 남들 눈에는 하찮아보이지만 그 일로 먹고사는 것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관리였다. 남의 눈에 띄는 것을 두려워하며 현재의 삶에 불만이 없는 그에게 바르바나는 생전 처음 만난 빛과 같은 존재였다. 마치 첫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그녀에게 몰입하게 되면서 그의 몰락은 시작되었다.
시작은 정말 좋았다.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던 마까르는 자신의 검약을 더해 오갈 데없는 바르바나를 돌보는데 부담이 없었다. 하지만 상대에게 빠진 뒤 상황은 급하게 나빠졌다. 자신의 재정을 생각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그녀에게 돈을 쏟아붓다보니 되돌일 수 없을 만큼 경제상황이 나빠졌다. 자신의 끼니와 숙박도 해결하지 못한 채 돈을 빌리러 다니고 상관의 자선에 기대야 겨우 옷차림새를 고칠 수 있는 가난에 빠진 것이다.
마까르는 자선에 취해 상황을 직시하지 못한다. 자신의 도움만이 바르바나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능력은 보잘 것 없다. 어리석음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마까르의 모습을 보면서 세상살이는 시공간에 상관없이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독자들은 마까르를 보면서 가난한 사람이 왜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나름대로 생각할 것이다. 자신의 틀 안에 갇혀 있을 때는 겨우 유지되던 생활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힘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느낄 수 있었다.
마까르도 생각이 없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바르바나와 대비해보면 현명한 쪽은 그녀다. 바르바나를 현명하게 한 것은 독서였다. 부모를 잃은 후 혼자가 되고 후원자의 도움으로 살아야할 처지지만 그녀는 절망에 빠지는 대신 현실을 극복하는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만약 그녀의 선택이 없었다면 마까르의 신파는 두 사람의 절망으로 끝났을 것이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신파가 아니라 생을 직시하는 객관화라는 것. 그것을 알 수있는 힘은 좋은 독서에 있다는 것을 알려준 이 이야기는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를 그린 것이어서 놀랍다.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또예프스끼는 이런 소설을 쓴 작가였고, 그래서 그의 이름도 현재에 있음을 한 번 더 깨닫는다.
- 좋아요
- 6
- 댓글
- 10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