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단 리뷰

플로레나
- 작성일
- 2018.5.20
가문비나무의 노래
- 글쓴이
- 마틴 슐레스케 저
니케북스
이 책은 단순히 책이라고만 부르기에는 무엇인가 아쉽다.
<가문비나무의 노래>는 한두 번 읽고 쉽사리 뒷전으로 밀쳐 버릴 수 없는 책이다.
_옮긴이의 말 中
위의 표현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 책에는 단순히 '책'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이 있다.
아름다운 울림을 위한 마음 조율: 가문비나무의 노래/ 마틴 슐레스케

저자가 바이올린, 첼로 등의 악기를 대하고 바라보는 방식은 우리가 관계 안에서 상대방을 대하는 방식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그만큼 악기에 대한 애정이 깊고 가치를 높게 생각하는지, 얼마나 깊은 시선과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느껴졌다. 저자에게 나무를 바이올린으로 탄생시키는 과정은 그 자체로 삶이자 인생이었다.

처음, 책을 펼쳐 훝어 보았을 때 여유있는 페이지 구성에 금방 읽겠다 싶었다. 하지만 문장이 짧다고 쉬이 읽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느꼈는데, 한 문장 안에 내포된 의미를 곱씹느라 쉽게 넘길 수 있는 페이지가 단 한페이지도 없었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보다 묵직하고 깊이 있는 문장들에 종종 사색의 길로 빠지기도 했었다. 상당히 집중해서 읽어야 했고, 머리속에서 마음속에서 정리할 시간이 꽤 자주 필요했다.
소제목 하에 한 페이지 내지는 두 페이지 분량의 에세이에 이어 6일로 나뉘어진 짧은 글들이 이어지는 책의 구성은 첫 챕터를 읽는 내내 이런 방식으로 책이 구성된 이유에 대하여 궁금증을 갖게 만들었다. 책을 읽을 수록 그 의미에 대하여 자연스레 알 수 있었는데, 시각적으로는 굉장히 짧은 글들이지만 내포되어 있는 의미가 상당히 깊어 하루에 하나씩 의미를 곱씹고 내 것으로 소화시키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구성은 굉장히 훌륭했고, 서평을 위하여 꽤 빠른 독서를 해야 했지만 오랜시간 곁에 두고 저자의 의도에 따라 느린 독서를 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굉장한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방식으로 이 책을 소화할 경우 마지막 페이지가 52주로 마무리 되는 것으로 보아 약 1년 정도가 소요된다.
수목 한계선 바로 아래의 척박한 환경은 가문비나무가 생존하는 데는 고난이지만, 울림에는 축복입니다. 메마른 땅이라는 위기를 통해 나무들이 아주 단단해지니까요. -13p
살아가면서 어떤 부분과 결별해야 하는지 자신에게 물어 보십시오.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의 힘과 가치를 앗아가는 죽은 가지를 알아봅니다. -14p
성서는 마음의 가난을 칭찬합니다. 마음이 가난해진다는 것은 모든 것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강한 사람에게는 울림을 방해하는 것을 버리는 힘이 있습니다. -15p
나는 살아가는 동안 기막히고 실망스럽고 어려운 시기가 닥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려 합니다. 성숙한 믿음은 신을 신뢰하는 것 뿐 아니라, 그의 신비 앞에 머리를 숙일 줄 아는 것입니다. 삶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신을 향한 경외입니다. -175p
바이올린을 만들기에 적합한 나무를 고르고 선정하는 과정부터 책은 시작한다. 전혀 알지 못했던 '가문비나무'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통하여 이 나무가 좋은 바이올린을 만드는 데 적합한 이유를 설명하는데, 그 과정이 마치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과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어려움 속에서 단단한 사람이 태어나 듯,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는 가문비나무가 주는 울림은 참으로 귀하다고 한다. 생명이 자라기 힘든 조건인 고지대에서 자라는 나무가 최고의 나무로 손꼽히듯, 우리의 삶에서도 위기와 힘든 순간들은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자 전환점이 되어준다. 묵묵히 삶을 지속해 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나무를 통하여 배워야 할 부분이다. 큰 사람이 될 소명이라는 믿음이 필요한 순간이다. /모든 것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는 문장이 포함된 15p에서는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떠오르기도 했다. 버릴수록 부유해진다는 법정스님의 가르침이 느껴지는 내용에 천천히 되새겨 읽고, 마음에 담았다.
사는동안 반복해서 곱씹어야 하는 삶의 진리들로 가득한 책. 그렇기에 페이지에 여백이 꽤 많음에도 불구하고 한장 한장 넘기기가 쉽지 않아 끝까지 읽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꼭꼭 씹어 소화시키듯 눈으로, 마음으로 꼭꼭 담아 내 안으로, 내것으로 소화시키고 싶었다.
이해할 수 없어도 다름을 존중하며, 다름에 비추어 자기를 정화하고, 스슬 제동을 걸 수 있을 때, 우리 내면은 더 아름다워집니다. - 162p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랜시간 사색했던 것은 스스로의 '겸손'에 대해서였다.
나의 삶이 괴로운 것과 관계에서 힘들어 하는 것은 겸손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이 생각의 시작이었다. 이 책에서는 겸손이란 나를 낮추는 것이 아닌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라 해석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는 우리가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우리가 어떤 일에 힘을 쏟는지 등에서 드러납니다. - 23p
세상을 떠나 천국에 갔을 때,사람들은 당신에게 "넌 왜 스트라디바리가 되지 않았니?", "넌 왜 이사야가 되지 않았니?"라고 묻지 않을 것입니다. "넌 왜 아무개(당신의 이름)가 되지 않았니?"라고 물을 것입니다. 지금 당신은 누구입니까? -169p
사색의 끝에 그동안 겸손의 탈을 쓰고 얼마나 자만하고 오만했었는지를 깨닫고 부끄러웠다. 겸손의 참의미를 곱씹고, 함께 살아가고 있는 관계속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둘러보고 반성하는 시간은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리본을 풀 수 있었던 하나의 선물상자 같았다. 나의 고통만을 고통으로 인식했던 지난 날들과 그로인해 얼마나 이기적인 시간을 살아왔는지를 되돌아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저자를 포함하여 이 책을 만나게 해 준 모든 인연들에게 큰 감사를 전하고 싶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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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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