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를 나누다
Joy
- 작성일
- 2018.5.22
1923 경성을 뒤흔든 사람들
- 글쓴이
- 김동진 저
서해문집
영화 ‘밀정’의 모티브가 된 책으로 알려진 ‘1923 경성을 뒤흔든 사람들’
저자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저자는 동료기자들과 8.15 기획특집으로 ‘서울 시내 항일독립운동 유적지의 보존과 관리 실태’를 탐사보도 했다고 한다. 안타깝지만 예측 가능하게도 많은 장소가 관리 소홀과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었고, 그나마 남아있는 기념 표석도 그저 ‘돌덩어리’로 취급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리고 취재를 통해 알게 된 김상옥과 황옥의 이야기를 묻혀두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취재 현장에서 기자로서 느낀 이 감동을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전달해야겠다.
이야기는 과도한 감정 이입 없이 그저 담담히 당시의 자료들에 근거해 사실을 전달하고 있다. 그렇게 적혀있는 이야기는 영화보다 더 안타깝고 처절해서 더 마음에 닿았다.
이 책에는 우리가 그간 알지 못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영화 ‘밀정’에서도 그려진 김상옥(영화속 ‘김장옥’, 박희순)의 총독과 친일파 인사 암살계획, 일본경찰로 활동한 황옥(영화속 ‘이정출’, 송강호) 그리고 의열단원 김시현(영화속 ‘김우진', 공유)의 이야기는 오히려 영화 속 이야기보다 더 인상적이고 큰 울림을 준다.
누가 독립운동가인지 밀정인지, 독립을 위해 뜻을 함께 한 동지가 일본경찰에 매수되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의 독립운동은 얼마나 고되고 치열했을까. 그리고 그 배신이라는 것이 단순히 적극적으로 정보를 빼돌린 밀정노릇을 한 사람에게만 해당되었을까? 그들을 외면하고, 자신의 살 길만을 찾은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의 모습은 어떠했나?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역시 그 상황에 있었다면 나는 나와 가족의 안위를 떨쳐낼 수 있었을까?
그래서일까, 김상옥이 일본경찰들과 총격전을 하다가 들어선 집에서 집주인에게 총탄을 조금이라도 막아내고자 이불을 빌려달라 했다가 거절당하고, 결국 집주인이 경찰에게 김상옥이 어디로 도망쳤는지를 말하는 장면에서는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결국 포위를 뚫지 못하고 ‘자결하여 뜻을 지킬지언정 적의 포로가 되지 않겠다’는 의열단 동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스스로에게 방아쇠를 당긴 김상옥에 대한 당시의 기사는 상황의 비장함을 그대로 전달해준다.
범인은 최후까지 권총을 두 손에 쥐고 바른손에는 사망한 후에도 둘째손가락으로 권총의 방아쇠를 걸고 권총을 힘 있게 쥐고 있었다며 여하간 범인은 처음에 발에 총을 맞았으나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것과 최후까지 총을 쥐고 죽은 것을 보면 매우 대담한 사람이라고 말하더라
<동아일보> 1923년 1월 23일, ‘세 군데 총을 맞고도 죽은 후에도 총을 쥐고 있어’
김상옥 외에 영화에서 이야기의 큰 비중을 차지한 황옥(송강호 역할)은 일본경찰이다.
1920년 경찰에 투신해 많은 독립운동 투사를 체포했다. 그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22년에는 간부인 경부로 승진했다.
이러한 이력만으로 보면 친일파가 확실한 황옥은 의열단과 접촉하며 거사를 위해 자신의 짐 속에 폭탄을 숨겨 들어온다. 하지만 이 역시 독립운동가를 가장한 김두형이라는 인물에 의해 일본경찰에 발각되고, 결국 암살폭탄 투쟁을 도모했던 김시현 등 다른 독립운동가들과 함께 체포되는 상황에 이르고 만다.
황옥은 재판에서 ‘자신은 의열단을 일망타진하려고 일부러 김원봉 등에게 접근해 폭탄 반입을 돕는 척’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이에 함께 거사를 준비했던 김시현 등 독립운동가들은 그에게 속았다며 분노한다(영화에서는 이 부분이 다소 다르게 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모호한 지점이 있는데, 훗날 의열단의 단장인 김원봉은 황옥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범행을 부인했던 것이라고 증언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황옥은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는다.
"우리의 혁명운동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오. 혹시 이번의 우리 계획이 불행히 패를 보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황 공은 결코 우리가 이번에 취한 수단 방법에 관하여는 일체, 발설을 마오. 한번 드러나고 보면 같은 방책을 두 번 쓸 수는 없는 일 아니겠소?"
*김원봉이 경성으로 출발하는 황옥에게 한 말
결국 그가 '밀정'이었는지 아니면 '밀정'을 가장한 '독립투사'였는지는 황옥, 자신만이 그 진실을 알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얕은 역사지식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이름모를 분들이 이 땅을 사랑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을까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할 일은 이러한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책의 시작에 적은 글이 더욱 마음에 남는다.
저는 역사가 궁극적으로 '기억하는 자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에게 적용하기
우리나라의 역사서적을 1년에 2권 이상 읽기
*기억에 남는 문장
"폭발탄은 교통실 남편 창에 마저 폭발이 되었는데 유리창 세 개는 산산히 깨여져 땅 위에 마음대로 흩어졌으며 그 유리조각은 싸늘한 아침해에 반사가 되야 비참한 광채를 발하고 있으며 폭탄 조각에 맞은 게시판은 마치 벌통같이 숭얼숭얼 구멍이 뚫렸고 또 창 옆에 걸어두었던 순사복 한 벌도 좀이 먹은 듯이 구멍이 많이 뚫리었는데 이 모든 광경은 폭탄이 지나간 위험을 아직까지 말하고 있는 듯 하더라."
<동아일보> 1923년 1월 14일 15
*종로경찰서 폭탄 투척사건 기사
"개성 송악산에서 흐르는 물은 만월대의 티끌을 씻어가도 선죽교의 피는 못 씻으며, 진주 남강에 흐르는 물은 촉석루 먼지는 씻어가도 의암에 서려 있는 논개의 이름은 못 씻는다."
- 만해 한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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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