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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즐
- 작성일
- 2018.6.1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 글쓴이
- 헤르만 헤세 저
그책
무엇인가 혹은 누구에게 지속적으로 끌리는 감정을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요?
머릿속에 어떤 단어가 떠오르더라도 잠시 기다려주길...
그리고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읽어보기 바랍니다.
헤르만 헤세는 여러 작품을 통해서 우리에게 내면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가장 넓고 깊은 그 세계에서 헤매이지 않으려면 늘 자신을 붙잡고 있어야 합니다.
마리아브론 수도원에는 두 명의 특별한 인물이 있습니다.
한 명은 늙었고 한 명은 젊습니다. 수도원의 형제들은 모두 그 둘을 알고 있고, 그들을 존경합니다.
늙은 사람은 수도원장인 다니엘이고, 젊은 사람은 생도 나르치스입니다. 나르치스는 이제 막 수련 생활을 시작했지만 재능이 너무도 뛰어나서 , 파격적으로 보조 교사를 맡고 있습니다. 그의 놀라운 그리스어 실력은 수도원의 학자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수도원장은 대다수에게 사랑 받는 이유는 그의 성품이 자비와 소박함, 겸허의 표상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라틴어 실력은 변변찮았고, 그리스어는 아예 몰랐습니다.
두 사람은 수도원의 누구보다 더욱 서로에게 특별한 친밀감과 애착을 느꼈으나 실제로 가까워지진 못했습니다. 그건 수도원장이 나르치스를 일개 수련수사가 아닌, 매우 특별하고 예민한 존재로 대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나르치스는 다니엘 수도원장에게 자신의 남다른 능력을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인간의 본성과 운명을 알아차리는 능력.
드디어 새로운 인물이 등장합니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 온 앳된 미소년 골드문트.
골드문트는 수도원에서 마음이 강하게 끌리는 두 사람을 발견합니다. 바로 다니엘 수도원장과 보조 교사 나르치스.
수도원장에게는 감탄과 경외의 감정이라면, 나르치스에게는 그의 진지하고 매혹적인 모습에 그만 마음을 빼앗겨 버렸으니... 소년에게는 가슴이 두근대는 사랑?
나르치스 역시 골드문트를 본 순간 불이 붙은 듯 정신없이 어린 영혼에게 빨려 들어갔고, 그의 성향과 운명을 금세 파악하고 맙니다. 나르치스는 귀엽고 환하며 사랑스러운 이 소년과 친구가 되기를 열망했고, 소년 안에 자신을 보완해줄 반대편 극점이 있음을 예견했습니다. 소년을 자신에게로 받아들여서 이끌어주고 싶었고 깨우쳐주고 싶었지만 더 다가서지 않았습니다. 나르치스에게 사랑은 순수한 정신적 교류를 뜻했으므로. 그래서 두 사람은 진지한 의미의 우정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어느날 골드문트는 깊은 숲 속에 들어갔다가 리제라는 여인을 만나 육체적 쾌락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녀와의 첫 입맞춤의 순간 내면의 뭔가 녹아내리면서 기묘한 아픔을 느낍니다. 어머니, 골드문트에게 출생의 오점을 남긴 사람. 지금껏 가졌던 모든 그리움과 꿈, 불안, 잠자던 비밀이 한꺼번에 깨어나면서, 모든 것이 변했고 모든 것이 황홀해졌습니다. 그때 골드문트는 자신이 수도원에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방랑의 길을 떠납니다. 나르치스에게 작별 인사를 남긴 채.
나르치스는 이미 골드문트의 본성과 운명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순순히 그를 보내줍니다. 골드문트는 예술가의 영혼을 지녔으므로.
아름다운 미소년 골드문트의 방랑기... 마지막은 나르치스의 곁으로.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집으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각자의 길을 걷고, 다시 극적으로 만나는 과정은 결국 '나'로 귀결됩니다. 삶과 죽음 그리고 '나'라는 존재에 대하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많은 걸 보여줍니다. 그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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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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