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넉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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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글쓴이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저
열린책들
평균
별점9.1 (30)
긍정넉넉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열린책들)』은 러시아의 작가 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 열일곱 편을 수록하였다. 지인 중에 체호프의 작품을 유난스럽게 좋아하는 이가 있는데 그는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고 체호프의 희곡 작품으로 올리는 연극을 보러 다녔다. 대체 뭐가 그렇게 좋으냐고 물으면 대답을 잘 못하는 게 재미있어서 연극을 보고 왔다고 하면 항상 물었다. 체호프가 왜 좋아요? 라고.

 

 

이 책은 체호프의 단편소설 중에서도 표제작인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을 읽기 위해 구입했다. ‘개’와 ‘부인’이 함께 겪는 이야기일 거라 상상했는데 예상을 벗어난 ‘불륜’을 다룬 이야기여서 놀랐다. 불륜소설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와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가 떠오르는데 주인공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끝나는 두 작품은 사랑의 본질, 삶과 운명 등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아이러니하게도 ‘불륜으로 사랑을 찾는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불륜은 말 그대로 불륜일 뿐인데 그것이 사랑이 될 수 있을까?

 

 

‘드미뜨리 드미뜨리치 구로프’는 얄따에서 바닷가를 지나가는 젊은 부인을 보았다. 그녀는 ‘키가 그리 크지 않은 금발의 여자로 베레모를 쓰고 있었다. 뒤에는 하얀 스피츠가 따라가고 있(p.315)’어서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이라고 불렀다. 구로프는 이미 결혼했지만 자신보다 더 늙어 보이고 ‘드미뜨리’가 아니라 ‘지미뜨리’라 부르는 아내를 ‘천박하고 속 좁으며 촌스럽다고 여기고 꺼려해서 집에 있기를 싫어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는 바람을 피우기 시작(p.316)’했는데 얄따에서는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과의 로맨스를 기대했다. 구로프는 안나 세르게예브나를 유혹해서 지루하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안나가 집으로 돌아오라는 남편의 편지를 받고 얄따를 떠나자 그도 모스크바의 집으로 돌아갔다. 두 사람의 관계는 얄따를 떠나는 것으로 끝나는 듯 보였다. 그런데 모스크바로 돌아간 구로프는 과거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동안 수많은 여자와 만나고 헤어지길 반복했어도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 아무 문제없었지만 안나의 부재는 삶의 의미를 퇴색시켜 버릴 정도로 구로프를 흔들어놓았다. 구로프는 안나를 만나기 위해 무작정 S시로 떠났다.

 

 

그저 안나 세르게예브나를 보고 싶었고 가능하면 만나 이야기하고 싶었다.(p.330)

 

 

이후 두 사람은 안나가 병을 핑계로 남편을 속이고 두세 달에 한 번 모스크바를 방문할 때 만났다. ‘몰래, 마치 도둑처럼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만 만나(p.337)’던 두 사람은 아무 조건 없이 서로를 사랑한다는 걸 깨달고 ‘남의 눈을 피해야 하고 속여야 하며 서로 다른 도시에서 살며 자주 만날 수 없는 이런 처지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했다.(p.339)’ 모스크바에 있는 구로프의 가정과 S시에 있는 안나의 가정은 두 사람에게 ‘견딜 수 없는 굴레(p.339)’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불륜은 이렇게 사랑이 되었다.

 

 

표제작인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을 제외하고도 극도로 소심한 관리가 재채기를 한 이후 상황을 확대해석 하며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게 되는 <어느 관리의 죽음>, 어른의 거짓말로 상처 입은 꼬마가 등장하는 <하찮은 것>, 아이를 돌보느라 잠도 잘 수 없었던 열세 살 어린 소녀 바리까가 등장하는 <자고 싶다> 등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을 읽은 뒤 체호프의 작품을 유난스럽게 좋아하는 지인과 마주앉았다. 나는 이제 그에게 체호프가 왜 좋으냐고 묻지 않을 것이다. 나도 체호프의 이야기가 왜 좋은지 이유를 모르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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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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