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06
게스
- 작성일
- 2018.6.24
회색 인간
- 글쓴이
- 김동식 저
요다
여기 실린 이야기들도 모두 재미있지만 작가의 데뷰담이 그 어떤 소설보다도 더 소설같다. 작가는 1년 6개월 만에 340편의 소설을 오유의 공포 게시판에 올렸다가 한 문학 평론가의 눈에 띄어 출판사에서 세 권의 책을 공식 출간하게 된다. 그럴 수 있는 일이다. 문학 권력이라는 말이 하루 이틀 돌던 것도 아니고 문단의 배후에 단단하게 포진된 기성 문학의 틀과 권력의 입맛에 맞추지 않고는 데뷰하기 어려운 소위 '순수' 문학이라는 것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하루 이틀 보아온 것이 아니니까. 어디까지나 말 많은 사람들 얘기일 뿐 내 생각은 절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것같다. 내 블로그에 한국 문학의 리뷰 비율이 가뭄에 콩나듯한다는 것에서 한국문학에 대한 내 무의식적인 견해를 찾을 수 있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하나는 골치아프게 너무 생각이 복잡하고 자아가 강한 경향을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고 이야기의 소재가 그냥 내가 사는 이웃과 내가 사는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오르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 책을 덥석 읽기 시작한 건 이웃들의 평이 좋기도 하거니와 제목에서 풍기는 장르가 SF나 판타지 계열로 느껴져서였는데 오유에 올리던 글이란 걸 알고 났을 때 솔직히 그닥 기대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게 바로 나의 모순이다. 한국 문학의 문학권력에 대한 비판에 귀를 팔랑대면서도 막상 무슨 사법 고시같은 몇백대 일의 데뷰전 (신춘문예 이런 거 아직도 있는지 모르깄지만) 같은 데를 통과하지 않은 글들이라는 점에서 뭔가 미덥지 않은 편견을 가졌던 것이다. 웹소설에 아직 입문하지 못한 나로서는 웹소설 하면독자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하기 위한 자극적 소재나 표현들을 떠올렸던 것 같다. 읽다가 재미난 거 나오면 단편 하나 골라서단편 리뷰 쓰려고 했는데 딱히 하나를 고를 수 없게 골고루 기대 이상이었고, 읽고 나서 데뷰에 얽힌 세부 사항을 찾다 보니 작가의 데뷔 과정이 더욱 소설같이 느껴졌다.
오유를 알게 된 건 우연히 다른 커무니티에서 본 '기둥뒤에 공간 있다' 댓글 소동을 통해서였는데 하도 웃겨 배에 근육통이 올만큼 웃고 퍼나르고 보고 또 본 이래, 오유에 가입은 않고 눈팅만 했지만 익명의 공간에서 형성되는 유대감은 적지 않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새로운 모습이었다. 이 오유 특유의 유대감에서 비롯된 팬심의 힘이 출간과 흥행에 크게 작용했을 거라는 생각에 작품에 대한 기대가 다소 낮았던 것인데 오히려 작품을 알아보는 오유인이라는 익명의 대중의 안목이 높았음을 알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무명의 작가가 올려놓는 소설은 첫회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며 매번 올릴 때마다 추천수 100을 넘겨 베오베에 올랐다고 하는데 여기에 오유인들이라는 대중의 저력이 있다. 어쨌든 텍스트로 된 무명 작가의 소설을 그토록 많은 사람이 애초에 읽었다는 사실이 추천수 100 넘긴 것보다 더 대단한 거 아닌가.
진짜 놀라운 일은 작가가 오유 공포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전까지 한 번도 문학 수업이나 글쓰기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거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글 맞춤법마저 굉장히 많이 틀렸는데 수정 과정이 그 글을 읽고 추천을 달고 응원해주는 오유인들의 답글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스토리 라인의 구조라던가 자잘한 조언들이 넘치게 따라다녔다는데 그렇게 답글로 소통하면서 1년 반동안 맞춤법과 문법들을 빠른 속도로 학습해 나갔고 출판에 이르게 되옸다는 것이다. 아연 주물 공장에서 일을 하는 단조롭고 외로운 시간에 이야기를 만들고 저녁때는 그 이야기들을 컴퓨터에 옮겨 적었단다. 그토록 많은 이야기가 무슨 마르지 않은 옹달샘에서 샘솟는 물처럼 끊임없이 생겨나왔으니 어찌 비범하다 아니할 수 있을까
소설들은 모두 단숨에 읽힌다. 문장이 이야기의 전달 이상도 이하도 아닌 깔끔하고 간결한 구조를 가져서이기도 하고 판타지적인 괴상한 새계임에도 불구하고 소재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친숙하고 일상적 영역에 있어서이기도 하다. 대개는 한 개인의 심리와 경험에 집중하지 않는다. 인류 혹은 어떤 공동체에 갑자기 일어난 변화와 그에 대응하는 대중의 고민, 선택 그로 인한 소수자의 파멸과 같은 범인류적인 것들을 다루는데 결말을 향해 지그재그로 달려가는 방식이 이야기의 흥미를 높인다. 현실의 여러 방면에서 알레고리를 찾을 수 있는데 저임금과 반복적 노동의 현장에서 일하는 작가가 직접적으로 경험담 혹은 메시지를 주는 게 아니라 이야기 속에 생각할 거리들을 심어 놓는다.
340편이나 되는 소설들 속에서 1월에 처음 3권을 냈고 이후 다시 두권인가를 더 냈다. 회색인간 한 편만 봤지만 이건 쫌 별로야 하는 버릴만한 건 없다 나머지도 다 그러하리라. 읽은 책도 없고 맞춤법도 죄 틀리고 글쓰는 방법을 몰라 네이버에 찾아가며 오유 답글러들의 다루침을 받아가며 쓴 1년 반 간의 기록. 책도 좋지만 웹에도 그것이 남겨져 있기를 바랐는데 카카오스토리에 연재하게 되면서 무료의 글은 지워야 했다는 게시물 한 편만 만날 수 있었다. 작가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나머지 두 권도 사야겠다. 그의 글을 처음부터 좋어했고 나중에 출판까지 도와준 그 평론가도 고맙다. 출판하려면 얼마가 드냐고 물었었다고 한다. 그동안 그의 글을 출간한다는 핑계로 돈을 뜯어가려는 사기꾼도 적지 얺았던 모양이다.
이 책을 덥석 읽기 시작한 건 이웃들의 평이 좋기도 하거니와 제목에서 풍기는 장르가 SF나 판타지 계열로 느껴져서였는데 오유에 올리던 글이란 걸 알고 났을 때 솔직히 그닥 기대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게 바로 나의 모순이다. 한국 문학의 문학권력에 대한 비판에 귀를 팔랑대면서도 막상 무슨 사법 고시같은 몇백대 일의 데뷰전 (신춘문예 이런 거 아직도 있는지 모르깄지만) 같은 데를 통과하지 않은 글들이라는 점에서 뭔가 미덥지 않은 편견을 가졌던 것이다. 웹소설에 아직 입문하지 못한 나로서는 웹소설 하면독자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하기 위한 자극적 소재나 표현들을 떠올렸던 것 같다. 읽다가 재미난 거 나오면 단편 하나 골라서단편 리뷰 쓰려고 했는데 딱히 하나를 고를 수 없게 골고루 기대 이상이었고, 읽고 나서 데뷰에 얽힌 세부 사항을 찾다 보니 작가의 데뷔 과정이 더욱 소설같이 느껴졌다.
오유를 알게 된 건 우연히 다른 커무니티에서 본 '기둥뒤에 공간 있다' 댓글 소동을 통해서였는데 하도 웃겨 배에 근육통이 올만큼 웃고 퍼나르고 보고 또 본 이래, 오유에 가입은 않고 눈팅만 했지만 익명의 공간에서 형성되는 유대감은 적지 않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새로운 모습이었다. 이 오유 특유의 유대감에서 비롯된 팬심의 힘이 출간과 흥행에 크게 작용했을 거라는 생각에 작품에 대한 기대가 다소 낮았던 것인데 오히려 작품을 알아보는 오유인이라는 익명의 대중의 안목이 높았음을 알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무명의 작가가 올려놓는 소설은 첫회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며 매번 올릴 때마다 추천수 100을 넘겨 베오베에 올랐다고 하는데 여기에 오유인들이라는 대중의 저력이 있다. 어쨌든 텍스트로 된 무명 작가의 소설을 그토록 많은 사람이 애초에 읽었다는 사실이 추천수 100 넘긴 것보다 더 대단한 거 아닌가.
진짜 놀라운 일은 작가가 오유 공포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전까지 한 번도 문학 수업이나 글쓰기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거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글 맞춤법마저 굉장히 많이 틀렸는데 수정 과정이 그 글을 읽고 추천을 달고 응원해주는 오유인들의 답글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스토리 라인의 구조라던가 자잘한 조언들이 넘치게 따라다녔다는데 그렇게 답글로 소통하면서 1년 반동안 맞춤법과 문법들을 빠른 속도로 학습해 나갔고 출판에 이르게 되옸다는 것이다. 아연 주물 공장에서 일을 하는 단조롭고 외로운 시간에 이야기를 만들고 저녁때는 그 이야기들을 컴퓨터에 옮겨 적었단다. 그토록 많은 이야기가 무슨 마르지 않은 옹달샘에서 샘솟는 물처럼 끊임없이 생겨나왔으니 어찌 비범하다 아니할 수 있을까
소설들은 모두 단숨에 읽힌다. 문장이 이야기의 전달 이상도 이하도 아닌 깔끔하고 간결한 구조를 가져서이기도 하고 판타지적인 괴상한 새계임에도 불구하고 소재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친숙하고 일상적 영역에 있어서이기도 하다. 대개는 한 개인의 심리와 경험에 집중하지 않는다. 인류 혹은 어떤 공동체에 갑자기 일어난 변화와 그에 대응하는 대중의 고민, 선택 그로 인한 소수자의 파멸과 같은 범인류적인 것들을 다루는데 결말을 향해 지그재그로 달려가는 방식이 이야기의 흥미를 높인다. 현실의 여러 방면에서 알레고리를 찾을 수 있는데 저임금과 반복적 노동의 현장에서 일하는 작가가 직접적으로 경험담 혹은 메시지를 주는 게 아니라 이야기 속에 생각할 거리들을 심어 놓는다.
340편이나 되는 소설들 속에서 1월에 처음 3권을 냈고 이후 다시 두권인가를 더 냈다. 회색인간 한 편만 봤지만 이건 쫌 별로야 하는 버릴만한 건 없다 나머지도 다 그러하리라. 읽은 책도 없고 맞춤법도 죄 틀리고 글쓰는 방법을 몰라 네이버에 찾아가며 오유 답글러들의 다루침을 받아가며 쓴 1년 반 간의 기록. 책도 좋지만 웹에도 그것이 남겨져 있기를 바랐는데 카카오스토리에 연재하게 되면서 무료의 글은 지워야 했다는 게시물 한 편만 만날 수 있었다. 작가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나머지 두 권도 사야겠다. 그의 글을 처음부터 좋어했고 나중에 출판까지 도와준 그 평론가도 고맙다. 출판하려면 얼마가 드냐고 물었었다고 한다. 그동안 그의 글을 출간한다는 핑계로 돈을 뜯어가려는 사기꾼도 적지 얺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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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