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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inia
- 작성일
- 2018.7.1
헌법의 이름으로
- 글쓴이
- 양건 저
사계절
고비를 맞아 다음 단계로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져있을때 흔히들 거론하는 단어가 아홉수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1948년 정부수립부터 여러 우여곡절 끝에 9차례 개정이 이루어졌고 올해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정치권의 정략적 대응으로 인해 심의 불성립 상태를 맞았다. 1987년 민주화항쟁의 결과물로 탄생한 현행 헌법은 지난 30여년의 사회적 변화에 맞게 고쳐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이를 반영하듯 신정부 출범 이후 다양한 시각에서 헌법을 다룬 책들이 많이 나왔다. 대표적인 책으로「지금 다시, 헌법」, 「헌법의 상상력」등을 꼽을 수 있는데 정작 헌법을 연구해온 학자들의 저서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한양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이명박 정부시절 초대 국민권익위원장 등을 역임한 양 건 교수가「헌법의 이름으로」라는 묵직한 저서를 내놓았다.
저자는 책에서 시민혁명의 여부와 사회경제적 갈등에 대한 대응 등에 따라 제정된 대표적인 헌법의 역사와 갈래, 민주화 운동의 결실인 우리의 1987년 헌법, 즉 현행헌법의 위상과 주요 쟁점 그리고 헌법에 대해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오해 등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시민혁명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따라 그 나라 헌법의 행로와 운명이 갈리고 이후 역사의 향방이 좌우되는데 근대화에 성공해 세계적 강국의 반열에 오르긴 했지만 시민혁명이 좌절했던 독일과 그런 시도조차 없었던 일본이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인종 청소 등을 감행했던 어두운 역사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시민혁명의 소산인 ‘근대 입헌주의 헌법’과 그와 대척점에 있는 ‘외견적 입헌주의 헌법’이라는 기준에 따라 프랑스, 미국, 독일, 일본 헌법의 역사도 꼼꼼하게 펼쳐보인다.
저자가 권위주의 체제로부터 민주주의 체제로 이행이 되었고 진정한 의미의 헌법제정권력으로서의 국민으로 진화했다는 점을 들어 혁명으로 평가하는 1987년 당시 일련의 민주화 운동의 산물, 우리나라의 87년 헌법은 유신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을 기본으로 전문에서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 국군의 정치적 중립 등을 명시하고 기본권 조항에서 입헌주의 원리 회복, 적법절차 신설 등이 이루어졌으며 5년 단임의 대통령제에 내각제 요소를 가미하는 등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현행 헌법의 쟁점으로 현 정부에 이르까지 학계 등에서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정치 사법화 경향을 보여주는 헌법 재판을 선택하여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제도상의 문제가 아니라 유일한 전 국민 선출직이라는 특성에서 나오는 권위와 이를 증폭시키는 우리 사회의 강고한 위계적‧수직적 인간관계의 편제가 맞물린 상황에서 권한을 남용한데서 나오는 것으로 반대론자들의 과장된 수사라고 평가한다. 헌법재판에 대해서는 다중적 정치성을 띠고 있는 행위이므로 재판관의 자격 확대, 재판관 선출방식에서 민주적 정당성 제고, 재판관의 임기 장기화, 재판관의 정치적‧이념적 편향 축소 장치 제도화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마지막으로 다른 법학분야와 같이 헌법학도 여러 쟁점마다 다수설, 소수설, 통설 등의 여러 갈래로 학설이 나뉘어져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몇가지 주제들에 대해 나름의 학설을 밝히고 있다. 저항권의 행사냐를 두고 여러 학문분야에서 논쟁의 대상이었던 촛불항쟁의 헌법적 의미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기준으로 할때 다른 합법적인 구제 수단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에 해당하지 않으며 탄핵절차에 의해 종결되었기 때문에 혁명이나 저항권 행사가 아니라고 한단한다. 뉴라이트 세력이 등장하면서 진보진영과 보수진영간의 대립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던 8.15는 건국절인가 편에서는 이는 법적인 문제가 아닌 정치적 사안으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는 관점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영토조항, 흡수통일의 위헌성 문제, 집회‧시위 허가제의 위헌 여부 등에 대해 저자 나름의 견해를 펼치고 있다.
현행 헌법에 대한 개정 움직임은 여러 차례 있었다. 노무현 정부 집권 후반기 원포인트 개헌 제의와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여론을 돌리기 위해 국회 시정연설 중 행했던 기습 제안 등이었는데 시기나 의도가 적절치 못해 국민적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개헌 논쟁은 새로운 정부 출범때마다 초기에 의례적으로 제기되는 정치적 이슈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주었는데 지난 촛불항쟁을 통해 헌법조항의 실현과 그 영향력을 시민들이 몸소 느끼게 되면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기초 및 토대로서의 헌법에 대한 바램이 커져 있는 상태이다. 비록 2018년 전반을 달구었던 개헌 논쟁은 잠시 잦아들었지만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실현하고 이를 뒷받침할 바람직한 권력 구성을 마련하는 뼈대로서 새로운 헌법을 준비하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다른 어떤 책보다 헌법의 역사를 풍부하게 기술하고 여러 논쟁에 대한 저자 자신의 관점을 뚜렷하게 밝히고 있는 양 건 교수의「헌법의 이름으로」는 독자들이 책에서 제기하고 있는 쟁점에 대해 자신의 관점을 비교해 읽어본다면 헌법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해 줄 것으로 생각된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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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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