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1. 2015~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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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위대한 유산 (상)
글쓴이
찰스 디킨스 저
열린책들
평균
별점9.6 (46)
이야기

찰스 디킨스의 대부분의 작품이 그렇듯 <위대한 유산>도 유명한 작품이지만 나는 영화를 본적도 없고, 소설도 이번이 처음이고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지 않은 채 책을 읽기 시작했다.

피립이 성, 필립이 이름인 필립 피립은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피립도 필립도 제대로 발음하기 어려울 정도의 어린아이여서 핍이라고 자신을 부르게 되는데 상권 이야기의 중간 누군가에게서 핍이라는 성을 바꾸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유산을 상속받게 된다. 이야기를 모르는데다 아직 하권을 읽지 않아 이 조건이 어떻게 작용하게 되는지 잘 모른다.

억세고 괄괄하며 약간은 상스러운 누나에게 구박덩이로 길러진 핍에게 마음을 나누고 위로가 되는 친구는 매형인 대장장이 조이다. 조는 순박하고 자신의 일에 자긍심을 가진만큼 노련하고 숙련된 장인이며 성실하고 온화하고 믿음직한 사람이다. 작은 단점이라면 머리가 좋지는 못하다는 것인데, 일상을 살아가는 데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 정도이다.

이야기의 처음 핍은 부모와 형제들의 무덤 앞에서 탈옥한 죄수를 만난다. 이 죄수의 갖은 협박에 놀란 아이, 핍은 음식과 줄칼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그를 돕게 되는데, 핍의 후견인으로 변호사인 재거스가 처음 방문했을 때 나는 그 알 수 없는 유산 상속자가 이 죄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의 숙부 펌블추크는 핍을 동네 유지인 미스 해비셤에게 소개한다. 비밀에 쌓인 미스 해비셤은 자신의 생일이자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그 옛날 9시 20분 전에 파혼을 당한 여자다. 그 이후 미스 해비셤의 집은 그 시간에 멈춰버리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현재까지 살고 있다. 웨딩케이크는 썩어 문드러졌고 벌레들이 들끓지만 치워지지 않는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자신이 남길 재산 때문에 아첨하는 몇몇 친척과 온 정성을 들여 마치 세상 남자들에게 복수라도 할 요량으로 키우는 듯 보이는 에스텔라가 있다. 핍은 에스텔라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도도하고 오만한 에스텔라 때문에 운다.

이 미스 해비셤을 보고 윌리엄 포크너의 '에밀리에게 장미를'(1930)이란 단편이 생각났다. 에밀리는 자신을 버리고 떠나는 남자에게 독약을 먹여 죽인 후 그 시체 옆에서 잠들고 일어나며 한 평생을 산 여자다. 미스 해비셤과 에밀리의 공통점은 부유하며, 남자가 떠난 순간에서 시간이 멈춰버렸다는 것이다. 디킨스가 창조한 미스 해비셤이 포크너에게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잠시 생각했다.

핍은 자신에게 유산을 상속하고 신사로 교육시키는 사람이 미스 해비셤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유산 상속의 두번째 조건으로 유산 상속인을 절대로 언급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킨다. 그리고 자신의 미래에는 에스텔라가 옆에 있게 될 것을 막연하게 꿈꾼다.

핍의 런던 생활은 허영에 가득차 있다. 일거리를 줄 것이 고민스러운 하인 소년까지 둔다. 핍은 조를 부끄럽고 창피하게 여겨 자신이 사랑하는 조의 방문에도 식사대접조차 하지 못한다. 조는 숙녀 교육을 받으러 떠났던 에스텔라가 집에 돌아와있다는 것을 미스 해비셤이 핍에게 전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런던으로 핍을 방문한 것이다. 핍은 당장에 고향으로 떠나지만 그곳에서 조의 집에 묵어야 하는지를 갈등할 정도로 허영에 가득찬 사람이 돼있다. 신사 교육을 받고 있는 핍을 보고 에스텔라의 태도가 변했는가 하면, '아니다'이다. 에스텔라는 여전히 도도하고 어딘지 핍을 업신여기는 듯 하다. 핍은 런던으로 돌아와서 자신이 얼마나 에스텔라를 사랑하고 있는지 룸메이트이자 신사교육을 해주는 선생의 아들인 허버트 포켓에게 고백한다. 핍은 영원히 넘볼 수 없는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면, 허버트의 사랑에도 고난이 있는데, 허버트의 어머니의 가문관에 못 미치는 가난하고 험상궂은 병자의 딸 클래라를 사랑하고 있다.

"바너드가 창조한 이 쓸쓸한 건물들은 검댕과 연기로 뒤덮인 곰팡내 나는 상복을 차려입고 있었으며 머리에 재를 흩뿌려 놓은 먼지 구덩이의 모습으로 참회하며 굴욕을 견뎌 내고 있는 것 같았다."(295쪽)

디킨스의 문장은 이렇게 비유와 은유와 직유로 넘쳐나서 때로는 해학적이고, 등장인물의 변화하는 감정의 모습을 섬세하게 전달하고 있다. 핍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전혀 예측할 수 없이 흘러가고 그에 따른 인물들의 변화는 이야기를 읽는 이를 집중시킨다.

 

"진정한 친구로서 네게 하는 말이니 잘 들어, 핍. 진정한 친구나 이런 말을 해주는 법이라고. 똑바른 길을 통해서 비범한 신분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넌 결코 굽은 길을 통해서도 거기 도달하지 못하게 될 거야. 그러니까 더 이상 거짓말은 하지마, 핍. 그리고 잘 살다 행복하게 죽으라고.(126쪽)"

"세상의 모든 사기꾼들은 자기 자신을 속이는 사기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다. 그런데 나는 그런 터무니없는 구실들을 만들어 내면서까지 자신을 속인 사람이었다."(383쪽~3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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