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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리뷰]함께 읽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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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이름으로
글쓴이
양건 저
사계절
평균
별점9.2 (5)
자유인

<헌법의 이름으로>. 리뷰어 모집 때부터 관심을 모았던 이 책은 가히 헌법의 바이블이라 할만하다. 헌법재판소의 굵직한 사건들(2004년 행정수도이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 2017년 박근헤 대통령 탄핵 등)로 인해 '헌법'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매우 낯익은 단어가 된지 오래다. 하지만 그 헌법이 무엇인지 제대로 말할 사람은 거의 없고, 헌법을 제대로 읽어본 이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2018년 6월 지방선거에 즈음하여 또다시 헌법을 바꾸자는 개헌논의가 한창 일었지만, 정작 국회에서는 개헌안을 내지도 못했다. 대통령은 헌법(제128조 1항)에 따라 개헌안을 제출하였지만 국회는 심의조차 하지 않고, 6월은 지나갔다. 1987년 헌법은 앞으로도 수명을 더 연장할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

 

이 두 가지가 일반 대중에게 헌법이 더더욱 익숙해진 주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은 헌법도 법률도 모른다. 이 둘이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조차 모른다. 그래도 사는데 불편함이 없었고, 평범한 시민들은 '난 법같은 거 몰라', '먹고 살기도 바쁜 데 무슨 법타령이야?', 'ㅇㅇ는 법없이도 살 사람이야' 등의 표현에 내포한 것처럼 관심자체가 없다.

 

미국의 시카코대학교와 세인트존스대학교 같은 곳에서 운영하는 인문학교육 프로그램에는 '미국의 역사'와 '미국의 헌법', '대법원  판례집' 등이 포함되어 있다. 잘 알고 있듯 이들 대학의 인문학교육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미국을 이끌고 있는 1%'를 양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여겨진다.

 

내가 이 책 <헌법의 이름으로>의 리뷰어로 지원한 계기는, 미국 대학들의 인문학교육 프로그램에 크게 공감하였으며, 우리나라의 학교에서도 헌법과 대법원판례를 공부할 수 있게 되는 날을 고대하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프롤로그-제1부-제2부-제3부-에필로그 등 5부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어느 것 하나 예사롭지 않다.
'프롤로그: 헌법이란 무엇인가'에서는 헌법의 정의에서 시작해 헌법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생각들을 정리해 이야기하고 있다.
'제1부: 헌법사의 흐름과 갈래'는 헌법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우리 헌법이 나오기까지 우리 헌법에 영향을 미쳤을 세계 각국의 헌법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제2부: 한국 87년 헌법,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에서는 3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행 헌법의 핵심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헌법 개정 논의에 맞춰 대통령 5년 단임제와 헌법재판 등과 관련한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제3부: 헌법의 이해와 오해'에서는 '촛불항쟁'에서 촉발된 헌법에 관한 쟁점들을 시민의 시각에서 설명하고 있으며, 굵직한 헌법재판에 대한 헌법적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에필로그: 개헌에 대한 다른 생각'에서는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지금은 수면아래로 내려가 있는) 개헌 논의에서 중요한 쟁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헌법의 역사가 궁금한 독자라면 제1부를, 우리나라의 현행 헌법(87년 헌법)의 형성과정과 내용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라면 제2부를, 그리고 헌법재판에 부쳐졌던 주요 이슈들에 대해 알고 싶다면 제3부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된다.

 

이 책은 헌법사의 여러 이론들을 두루 소개하고, 헌법학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저자의 주장을 피력하고 있다. 어떤 대목에서는 강력하게 주장(예: 헌법재판의 다중적 정치성을 감안할 때... 제도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인가(355~356쪽),촛불항쟁은 혁명이 아니고 저항권의 행사도 아니었다(370쪽), 촛불항쟁은 시민주권의 행사였다(376~377쪽), 말하자면 남북정상회담은 열든 안 열든, 그 개최 여부는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하지 않는다. 곧 합헌이요 합법이다(469쪽), 예컨데, 어떤 국가와 외교 관계를 맺을 것인가 여부는 정치성이 강한 문제이지만 곧 통치행위는 아니다(471쪽) 등)하는가 하면, 어떤 부분에서는 소위 '유체이탈화법'을 구사(예: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이를테면 학생 '대중'을 형성하기에 이르렀고 그만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지 않았을까(283쪽), 특히 대통령제 폐지론자의 과장된 수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305쪽), 본질적으로는 제도 '운영'에 심각한 부작용이 있었다고 볼 것이다(323쪽), 헌재의 대통령 탄핵결정으로 헌정 위기를 극복하고 87년 6월 시민혁명의 성과를 훼손하지 않은 점은 다행이라고 하겠다(385쪽) 등)하기도 한다.

 

이 책 한권으로 일반 시민에게 필요한 헌법에 대한 소양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집집마다 한 권씩, 식탁이나 거실과 같이 손 뻗은 잡을 수 있는 곳에 두고 때때로 펼쳐 읽으며 토론하는 날이 오길 고대해본다.

 


본문 속으로
청아한 목소리가 법정에 울려퍼졌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대한민국 헌정사에 처음 보는 일이 일어났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법재판소 이정미 재판관의 탄핵결정 주문 낭독이 끝나는 순간, 대통령이 그 직을 잃었다. 헌법의 이름으로 재판소가 국가원수를 쫓아낸 것이다(12쪽).

 

헌법이라는 한자어는 영어의 constitution, 프랑스어 constitution, 독일어 Verfassung의 번역어이며, 본래의 사전적 의미는 '구성', '구조'라는 뜻이다. constitution, Verfassung이라는 단어는 국가의 구조 자체를 가리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그 구조에 관한 기본적 법을 지칭하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33쪽).

 

프랑스혁명은 강력한 절대왕정을 철저히 타파하고 봉건제를 근본적으로 전복시켰다. 프랑스는 자유주의적 입헌주의의 세 요소인 권리보장, 권력분립 및 국민주권 원리를 정면 수용하는 분명한 입장을 보여준다. 혁명후 첫 헌법인 1791년 헌법은 군주와 타협하는 듯한 면모를 보여지만, 1793년 헌법은 가장 근대적인 민주적 헌법으로 꼽힌다(50쪽).

 

특히 평화적 정권 교체가 수차례 이어지고 민주주의의 제도화가 정착되어온 사실은 가히 혁명적 변화라 할 만하다. 그 결정적 계기가 1987년 6월의 시민항쟁이었다. '6월혁명'이라는 칭호에 아무 부족함이 없지 않은가(279쪽).

 

한국의 6월시민혁명과 유럽 시민혁명의 대비가 갖는 의미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유럽의 시민혁명과 달리 한국의 시민혁명은 산업화 이후 성취되었다. 또한 한국의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은 모두 단기간에 이루어진 점 자체가 경이롭다(285쪽).

 

훗날 드러난 87년 헌법의 실제 운용을 보면, 가장 결정적으로 헌정에 영향을 미친 조항은 대통령 5년 단임제, 그리고 헌법재판소 신설이다(290쪽).

 

결국 87년 헌법이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주장은 엄격히 말하면 잘못이다. 또한 제왕적 대통령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 점만 떼어놓고 보면, 현행 헌법이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비판은 일부 개헌론자, 특히 대통령제 폐지론자의 과장된 수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305쪽).

 

정략적 계산 의혹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87년 이래 헌정운용에서 가장 큰 성과는 무엇보다도  민주화의 정착이다. 한국 헌정사에서 평화적 정권교체는 87년 헌법 이후 처음 이뤄졌고, 지금껏 이어지며 정착됐다. 최근 박근혜 정부의 퇴진도 논의의 여지는 있지만 평화적 정권교체로 보아 무방하다(308쪽).

 

5년 단임제 대통령제가 초래한 최대 병폐는 국가 장기정책 추진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309쪽).

 

여소야대의 빈발은 첫째,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여대야소의 단일정부를 보장해주던 여러 장치, 특히 선거제도의 불공정성이 제거됐다. 둘째, 다당제로 변화한 시기가 많았다. 셋째,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 불일치로 인한 중간선거가 원인이었다(312쪽).

 

효율성 측면에서 대통령 '5년 단임제'의 부작용이 컸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민주성 측면에서는 대통령이 유일한 전 국민 직선에 의한 공직이라는 권위 및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권위주의적 문화의 결합으로 인해 대통령제 '운영'의 부작용이 심각했다고 할 것이다(323쪽).

 

수도 이전 위헌결정은 고도의 정치적 비중을 갖는 정치권력의 결정을 사법권력이 뒤엎은 것이었다. 그때까지 헌재가 다룬 그 어느 사건보다도 강력한 사법적극주의적 결정이었다. 한국에도 법률가통치 또는 사법통치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려준 결정이라고 할까(341쪽).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되지 않은 사법기관이 선거에 의해 직접 선출된 의회나 행정부의 결정을 뒤엎는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배치되지 않는가라는 주장은 설득력 있게 들린다(345쪽).

 

'국민과 헌법재판소는 서로 의존한다. 헌재의 결정은 국민의사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 국민은 헌재의 결정 속에서 자신의 고양된 진정한 의사를 확인할 수 있다'(354쪽).

 

촛불항쟁은 혁명이 아니고 저항권의 행사도  아니었다. 그것은 시민들이 집회시위의 자유권을 행사한 직접민주주의적 항쟁-대의기관인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 탄핵결정의 연속으로 이뤄진 새롭고도 복합적인 주권행사 방식이었다. 촛불항쟁은 시민주권의 행사였다(376-377쪽).

 

남북정상회담을 하든 안 하든 그 자체는 대통령의 재량에 속하는 정치외교적 사안일 뿐이다. 거기에 위헌이나 위법 여부의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말하자면 남북정상회담을 열든 안 열든, 그 개최 여부는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하지 않는다. 곧 합헌이요 합법이다(469쪽).

 

통치행위에 속한다고 흔히 생각하는 국방외교 문제의 대부분은 고도의 정치성을 띤 외교 문제로서 합법적 영역에 속한다. 예컨데, 어떤 국가와 외교 관계를 맺을 것인가 여부는 정치성이 강한 문제이지만 곧 통치행위는 아니다. 고도의 정치성을 띠고 있다고 하여 모두 통치행위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471쪽).

 

대통령의 직무행위 중 엄밀하게 '초법적인 통치행위'라고 인정된 것은 오직 국군 해외파병 사안뿐이다. 여기서 '초법적'이란 뜻은 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그 위헌·위법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뜻이다(477쪽).

 

개헌의 핵심은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 행사에 관한 문제이다. (...) 지금껏 들려온 큰 목소리는 대통령의 권한을 쪼개 국무총리와 나누자는 것이지만 이것은 위험한 도박처럼 보인다(554쪽).

 

중요한 것은 실질적 헌법질서의 새로운 정립이며, 그 방향에서의 꾸준한 실행이다. 헌법의 의미는 지금도 생성·변화 중이다. 헌법은 현재진행형이다(556쪽).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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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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