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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ian0627
- 작성일
- 2018.8.9
을의 연애
- 글쓴이
- 을냥이 저
생각정거장
읽는 것만으로도 홧병이 생기고 울화가 치미는 기이한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을의 연애" 이 제목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드셨습니까?
흔히들 커플 안에선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가 된다고 합니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지요. 더 많이 사랑할 수록 잃는 것이 많아지기에 겁도 많아지고 어느새 상대적 약자가 되어버리게 됩니다.
저도 많은 세월 을의 연애를 해왔습니다. 상대에게 더 많이 아쉬워했고, 더 많은 걸 해주려 했고, 감정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언제나 상대에게 묶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연애를 하고 산 저조차도 이 책을 읽으며 고구마 300개 먹은 답답함과 주체할 수 없는 화딱지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건 제가 이 상황을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막상 제 상황이 되면 저도 을냥이처럼 행동할 것을 알면서도 이 상황을 외부에서 바라보니 답답하기 그지없었습니다.
50대 50의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며 상부상조하는 커플이 된다면 좋겠지만, 우리네 삶에선 꼭 을의 삶을 살게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랑에서도 그렇고 인생에서도 그렇죠. 그들은 마냥 답답하고 한심하기만 한 사람들인 걸까요?
이 책, 을의 연애의 좋은 점은 을의 감정과 생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해준다는 데 있습니다. 내 상황이거나 지인의 상황일 때는 감정이 앞서 분별하지 못했던 것들이 이 책을 통해선 비교적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내가 겪을 때는 을이라는 자각조차 못했던 상황들이 실제론 내 안의 두려움과 근심, 열등감 때문에 겪게 된 기울어진 관계였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어쩌면 이렇게 세상 모든 을의 상황을 다 담아내었는지... 을냥이는 그야말로 을갑이라고 불리워야 할 것 같습니다. 세상 을중의 갑입니다.
책을 읽으며 명치를 맞는 것 같이 심장이 아려오는 글귀와 그림들이 있었습니다. 나는 너에게 연락하는 것이 쉬는 건데, 너는 나에게 연락하는 것조차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부분에선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한참을 멈춰서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마음 그 자체인 일이, 누군가에게는 억지로 마음을 내야 하는 일이라는 사실이 참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연인의 바람끼, 불안한 마음, 불합리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을에게 있어 이별은 너무 거대한 두려움입니다. 다른 모든 것을 짓누르는 가장 큰 공포입니다. 잠깐의 친절과 관심에도 다른 모든 서운함을 덮고 잊어버리는 한심한 영혼, 을은 오늘도 그렇게 사랑합니다.
헤어진 후 다시 연락온 그(녀)에게 답장하지 않으며 최악이었던 결말의 영화를 다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부분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그러나 이어지는 페이지에서 연락하고 싶어하는 을냥이의 모습을 보며 짠함을 넘어 궁상스러움마저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보며 피식 피식 웃다가도 순간순간 멈칫하는 이유는 이 책이 마치 거울처럼 제 모습을 비춰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냥 겉모습만 비춰주는 거울이 아니라, 속내를 뒤집어 보여주는 내시경이기에 더 당황스럽고 사랑스러운 책입니다.
누군가에겐 이 책, 을의 연애를 읽는 것이 건강한 자신으로 거듭날 수 있는 용기를 주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의 일, 나의 사랑은 세상 그 무엇보다 크기에 그 안에 매몰되어 객관적으로 자신을 판단할 수 없을 때, 제3자의 눈으로 을냥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지금 내 상태가 어떠한지 판단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분명 어제완 다른 걸음을 뗄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맙시다. 우리는 더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이전과 다른 관계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이 책 을의 연애를 통해,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버티고 버티다 찢겨져버린 많은 청춘들에게 을의 연애를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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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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