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1. 책읽기(2018년)

이미지

도서명 표기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글쓴이
메리 앤 셰퍼 외 1명
이덴슬리벨(EAT&SLEEPWELL)
평균
별점9.2 (102)
블루

책을 읽는다는 것. 누군가와 함께 책 이야기를 한다는 것. 같은 책을 읽고난 뒤의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같은 책의 누군가의 글에 깊은 공감을 할 수 있다는 게 북클럽의 역할이 아닐까. 인터넷 서점에 발을 붙인 뒤부터 책에 대한 욕심이 더 많아지고 있다. 읽었던 책을 읽고 또 읽는 건 다반사고, 좋아하는 책이 나오면 판본별로 구매하는 일도 자주 있다. 읽은 책을 또 읽는 것 보다는 새 책에 대한 호기심도 만만찮아 꽤 많은 돈을 도서구입비로 지출한다. 신간을 찾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 좋아하는 작품을 여러 번 읽는 것이다.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책은 다 이유가 있는 법. 읽어도 늘 새로운 감동을 받기 때문일 것이다. 

 

좋아하는 서간 문학이 몇 권 있다. 주디의 사랑스러움이 느껴지는 진 웹스터의 『키다리 아저씨』가 그 첫번째고, 우연히 잘못 보낸 이메일로 인연이 되어 서로 편지를 나누는 따뜻한 이야기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와 그 연작 『일곱 번째 파도』가 두번째다. 편지라는 게 보낸 사람의 마음이 확실히 드러나는 반면 받는 이의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 애가 타는 법이다. 주인공들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기에 더 애틋해지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편지를 나눈다는 건 얼굴을 마주하기도 전에 이미 마음이 전달되고 만다. 실제로 얼굴을 마주했을 때의 불편함은 찾아볼 수 없다.

 

이 책을 읽었던 게 출간된지 얼마되지 않은 2009년 이었고,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터라 내가 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게 안타깝던 차였다. 영화 개봉과 함께 개정판으로 출간되어 이렇게 다시 읽을 수 있게 되니 무척 즐거운 일이었다. 전체적인 스토리와 느낌만 가지고 있다가 다시 읽으니 왜 이리 사랑스러운지 모르겠다. 문장 하나, 에피소드 하나 마음에 와닿지 않는 게 없었다. 따뜻한 소설,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소설이었다. 소설 속 인물들 하나하나가 실제의 인물이 되어 그대로 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줄리엣 애슈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신문에 연재했던 칼럼이 책으로 출간되어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책을 이어 다른 글을 써야 하는데 도무지 마땅한 소재를 찾을 수 없었다. 어느 날 자신이 팔아넘긴 찰스 램의 책을 가지고 있다는 도시 애덤스로부터 편지가 도착했다. 영국령 채널제도의 건지 섬에서였다. 건지 섬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의해 2년간 점령당한 곳이었다. 도시 애덤스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는 문학회의 회원으로 건지 섬에서는 찰스 램의 책을 구할 수 없어 런던에서 좀 보내줄 수 없느냐는 편지였다. 문학회의 탄생과 북클럽 회원들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 줄리엣은 문학회의 회원들과 편지를 나누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독자들은 줄리엣이 궁금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북클럽의 이름이 왜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인지 궁금할 것이다. 건지 섬을 점령하고 독일 군과 마찬가지로 건지 섬의 주민들 또한 먹을 것이 귀했다. 동물들과 채소 등을 독일 군에게 보고해야 되었던 것인데, 마을 주민인 아멜리아가 돼지 한 마리를 숨겨 두었던 것이다. 돼지 구이 파티를 하다보니 독일군이 정한 통금 시간을 지나버렸다. 모두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던 중 독일 군에게 발각되었고, 자기들은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회원으로 문학회를 하다가 마쳤다고 엘리자베스가 기지를 발휘했던 것이었다. 그 이후로 이들은 책을 읽기 시작했고 문학회를 이어갔던 것이다.

 

 

 

그래서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거예요.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목적이 없어요. (22페이지)

 

오래전에 써놓은 위의 발췌 글을 비교해보니 처음 출간된 작품에 비해 상당히 부드럽게 번역이 되어 있다.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처럼 되어 있어 편하게 읽혔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줄리엣이 건지 섬의 문학회 회원들과 편지를 나누다가 직접 건지 섬으로 오게 되면서 부터다. 문학회 회원인 이솔라는 엘리자베스의 집을 치워 줄리엣을 머물게 했다. 북클럽 회원들이 돌아가며 돌보았던 엘리자베스의 딸 킷은 처음엔 쳐다보지도 않더니 언젠가부터 그녀에게 다가왔다.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 중 책을 매개로 만나는 사람들의 따뜻함 때문이었다. 처음의 시작은 돼지 구이 파티였지만, 엘리자베스의 재치로 문학회가 결성되었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혹은 몰랐던 책에 대한 애정이 샘솟는 것이었다. 물론 그들의 북클럽을 좋지 않게 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개의치 않았다. 저마다의 사정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지만 책으로 하나되어 가족보다도 오히려 더 애틋한 존재가 되어 갔다.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두 발 벗고서라도 달려들 마음을 간직했다.

 

명목상은 새로운 글에 대한 소재를 찾기 위한 여행이었지만 점차 건지 섬이 좋아졌다. 아멜리아나 이솔라, 도시도 특별했지만, 무엇보다 특별한 존재는 엘리자베스의 딸 킷이었다. 언젠가부터 킷은 줄리엣의 무릎을 손으로 만졌고, 줄리엣과 함께 잠을 자며 많은 것을 함께 했기 때문이었다.

 

 

 

《오만과 편견》이야말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훌륭한 러브 스토리다, 라고 말해줬어요. 긴장감이 엄청난 작품이기 때문에 끝까지 읽기도 전에 애간장이 녹아서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고도 얘기해줬죠. (305페이지)

 

이 책이 좋은 이유 중의 다른 하나, 따스한 인간애가 살아있기 때문이었다. 섬이라는 곳 자체가 전쟁과 멀어보이지만 섬을 차지하겠다는 이유 하나로 쳐들어 온 독일 군에 맞서 용기있는 행동을 보여주었던 엘리자베스는 감동이다. 연약한 여성이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고, 자신 보다는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용기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곳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따뜻한 인간애와 적군과의 로맨스, 진정한 소울메이트를 만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스럽다. 예고편 만으로만 접한 원작 영화 또한 몹시 궁금해졌다. 건지 섬 문학회원들의 이야기가 어떤 아름다운 장면으로 펼쳐졌을지 궁금하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 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되었습니다.

 

좋아요
댓글
8
작성일
2023.04.26

댓글 8

  1. 대표사진

    블루

    작성일
    2018. 8. 21.

    @뻑공

  2. 대표사진

    금비

    작성일
    2018. 8. 19.

  3. 대표사진

    블루

    작성일
    2018. 8. 21.

    @금비

  4. 대표사진

    아자아자

    작성일
    2018. 8. 20.

  5. 대표사진

    블루

    작성일
    2018. 8. 21.

    @아자아자

블루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5.5.1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5.1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25.4.27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4.2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25.4.27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4.2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05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8
    좋아요
    댓글
    64
    작성일
    2025.5.8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22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