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기록장

황금사과
- 작성일
- 2018.9.6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 글쓴이
- 옌롄커 저
웅진지식하우스
우스갯소리로 군대는 남편의 계급 따라서, 부인들의 서열이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진위 여부는 확인해 본 적이 없어서 늘 궁금했었다. 그런데 이 소설을 통해서 나의 그런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면, “백전노장의 혁명가이자 영웅이며 고급 간부인 사단장(p.76)”의 ‘배우자’인 ‘류렌’ 역시 “이 사택의 공무원 겸 취사원(p.70)”인 ‘우다왕’을 마치 자신이 개인적으로 고용한 일꾼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부려먹었다. 즉 우다왕은 “사단장과 사단장의 가정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인민을 위해 복무(p.70)"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다왕 자네는 사단장이 집에 없다고 류렌을 제대로 모시지 않은 모양이군. 류렌을 제대로 모시지 못하면 사단장께서는 베이징에서 회의와 학습을 진행하시면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을 것이고, 사단장께서 마음을 놓지 못하시면 사단 전체의 업무와 학습, 전투준비와 훈련에 영향을 미치게 될걸세(p.79).” 우다왕은 이미 결혼을 한 유부남이었지만, 오랫동안 사택을 비워야하는 사단장을 대신해서 류렌의 외로움까지도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한 ‘지도원’의 경고성에 가까운 발언은 모두 류렌의 말을 인용한 것이었다.
이렇게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책의 제목은 역설적이고 다의적이라 할 수 있다. 하나의 의미만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복합적인 사고를 요구한다고 해야 할까? “그날 밤 두 사람은 신성한 난장판 위에서 잠을 잤다. 전에 없이 질펀하고 짜릿한 사랑의 행위도 난장판인 바다 위에서 순조롭게 완성되었다. 두 사람은 이런 어지러운 상태가 자신들에게 무궁한 힘을 가져다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p.207).” 사단장 부인인 류렌과 사단장의 사택을 관리하고 있는 우다왕이라는 부하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와는 달리, 아주 달달한 로맨스이다.
그러나 둘의 관계는 분명 불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라는 특수한 집단 속에서 비밀리에 진행된 비이성적이고, 비양심적이고, 비합리적이고 일방적인 류렌의 행동거지(行動擧止)가 얼마나 무지하고 무모한 것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솔직히 류렌이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남편의 부하, 우다왕을 욕정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군대 내의 수많은 모순점을 고발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우다왕 역시 맨 처음에 가졌던 자신의 생각이나 의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끌려 다니게 된다.
“자네 중대장과 지도원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줘. 그 사람들한테는 미안하지만 나로서도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없어. 이미 상부에서 사단장의 최후 보고를 비준했고 부대를 전부 해산시키는 데 동의했단 말이야. 한 명도 남지 않고 모두 군복을 벗고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야 해(p.291)” 절대 권력 앞에서 절대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우다왕은 물론, 그의 중대장과 지도원들까지도 모두 씁쓸한 최후를 맞이하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사단장이라는 남편의 계급을 마치 자신의 특권처럼 이용했던 류렌의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임에도, 누구 한 사람 류렌을 책망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그녀가 저지른 모든 비밀을 끝까지 함구한다. 이를 과연 인민을 위해 복무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제목과는 다르게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문장도 술술 읽힌다. 우리 사회에서도 가끔씩 논란이 되곤 하는 ‘갑’과 ‘을’의 관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소설이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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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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