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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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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글쓴이
옌롄커 저
웅진지식하우스
평균
별점9.1 (11)
나날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이 말은 중국공산당에서 투철한 희생정신을 보이며 활동하다가 탄광이 매몰될 때 압사되어 사망한 장사덕의 기리는 모택동의 연설에서 제목으로 사용된 말이다. 이 말은 연설 후 혁명언어의 경전이 되었고, 무소불위의 금언이 되었으며 혁명정신의 상징이 되었다. 그런데 이 소설을 관통하는 이 말은 욕망의 발산기제로 작용한다. 이념과 혁명을 위한 투철한 정신에 반하는 의미를 포함된 말이라 봐도 무방하리라. 이 이야기는 사상이, 정치가, 도덕이 의미를 잃어가는 시대적 과도기에 혁신적인 이야기로 사고의 틀을 깨고 있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사상과 성의 절묘한 배합이 만들어낸 엽기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런 일이 현실 속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는 것은 어리석은 일 같다. 윤리적 개연성 측면에서는 많은 문제점을 보이는 소설이지만, 욕망이란 측면에서 보면 또 그렇게 볼 수도 있는 이야기리라.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도덕적인 관점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인간이기를 상실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보인다. 특히 동물적인 삶을 살기를 작정하고 보내는 시간들은 금수의 그것을 너머 선 모습도 보인다. 아마 욕망의 끝자락에서 잡은 환상이 아닌가 여겨진다.

 

 

병사 출신의 우다왕이 사단장의 사택에 개인 집사로 들어간다. 사단장은 그곳에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우다왕은 사단장의 사택에서 채소도 가꾸고, 음식 및 청소 등 집안의 사소한 일까지 한다. 사단장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이 인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라는 생각까지 한다. 그러기에 사단장의 말에는 죽는 시늉까지 하게 되고, 그 부인의 말에도 최선을 다해 섬긴다. 사단장의 부인인 류롄은 기거하고 있는 집에서 거의 밖으로 나가지 않고, 타인들과 접촉도 없다. 사단장과 나이 차이도 많이 나는 32살의 미모를 가진 부인이다. 사단장은 많은 시간, 일 때문에 사택을 비운다. 인적 물자가 부족한 전쟁 통에 군인들의 수급이 자유롭지 못한 그곳은 사람들의 수가 절대 부족하다. 그래서 사단장의 사택은 다른 사람들의 보강 없이 우다왕에게 거의 맡겨지다시피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사단장 사택의 사적인 근무에 우다왕은 모든 일을 인민을 위해 복무한다.’는 자세를 취하며 최선을 다 한다.

 

젊고 예쁜 사단장의 부인 류롄은 사택(1호 원자) 곳곳을 우다왕의 존재에 대해 의식을 하기 시작한다. 우다왕은 시골에 부인과 아이들이 있다. 또한 사택은 그가 일을 하는 곳이기에 모든 일에 경건하다. 류롄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 그에겐 하나의 숭배해야 할 존재로 인식되는 것뿐이다. 하지만 어느 날 류롄이 우다왕에게 말을 걸어온다. 상당히 자극적인 말이었지만 우다왕은 자신의 처지 때문에 상대의 마음을 감지하지 못한다. 그런데 류롄이 상관의 입장에서 명령으로 우다왕이 자신에게 다가오게 만든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팻말이 어떤 위치에 놓여 있으면 자신이 기거하는 이층 건물에 올라와 자신의 일을 도와라는 명령을 하는 것이다. 우다왕은 처음 그녀의 명령으로 이층에 올라갔을 때, 상당히 당황한다. 명목은 전선을 돌보는 것이었지만 류롄의 유혹에 온몸이 경직되는 상황까지 된다. 그래서 도망치듯 자신의 윤리관을 떠올린다.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진다. 하지만 도망간 우다왕에 대해 류롄은 분노를 일으키고, 당의 지도원, 중대장에게 연락하여 우다왕은 해고시키는 지경까지 이른다.

 

우다왕은 자신의 입장에서 이곳에서 해고당하면 아내와 자식을 볼 면목이 없다. 그리고 또한 류롄의 몸과 마음을 느낀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라고 사택에 가서 류롄에게 빌게 되고, 류롄은 그의 사과를 받아주면서 자신의 애욕을 채우는 도구로 삼는다. 자신에게 누나라는 호칭을 사용하게 한다. 둘의 정욕은 시간이 갈수록 밀착되고, 드디어 우다왕이 사택에 기거하면서 부인의 시중을 들게 된다. 그런 관계가 도를 넘게 되고, 사단장이 올 즈음엔 극한의 상황가지 치닫는다. 둘은 이제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로까지 비약한다. 심지어 류롄은 임신한 것 같다는 말까지 한다. 하지만 류롄은 사단장 부인이라는 위치를 내던지지는 못하고 결국 우다왕을 휴가라는 명목으로 시골로 보낸다. 우다왕이 시골에 가서 있을 때 부대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난다.

 

군 정예화에 따른 조직 개편이 일어나고 우다왕이 소속된 부대가 해체될 상황이 된다. 중대장, 지도원 등도 자신의 입지가 불안하여 혼란 속에 빠지고 벽촌의 농민 아내와 아이를 둔 우다왕에게 마음을 쓸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한다. 우다왕은 시골에 있으면서 장교가 되어 아내를 도시로 옮겨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안달한다. 아니 류롄 부인이 어찌되었는지 궁금해서 고통스럽다. 그래서 복귀하라는 소리도 없는데 부대로 돌아간다. 그리고 부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을 느끼며 그는 류롄을 만나길 간구한다. 하지만 만날 수는 없고 전역하여 트랙트 공장 공장장을 하라는 류옌의 전언을 받는다. 식구들은 도시로 올라올 수 있게 조처를 했다는 말도 듣는다. 부대에서 우다왕의 환송회를 열어준다. 그리고 우다왕은 떠나야 하게 된다. 떠나는 와중에 지도원 등에게 사정을 해 류롄을 한 번 만나고 가고 싶다고 한다. 그들도 우다왕이란 존재의 위치를 아니까 허락하고 류롄에게 자신들의 얘기를 잘 해달라고 한다. 우다왕은 류롄을 만나고 그녀에게 선물을 받으면서 떠날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전에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문구가 있던 곳엔 인민의 군대가 없어지면 인민의 모든 것이 없어진다.‘는 구절이 있다. 우다왕은 떠나고 그 사단은 3일 후 해체된다.

 

 

그 후 에필로그로 15년 후가 설정되어 있다. 사단장은 사령관이 되고 류롄은 사령관 부인이 되어 잘 살고 있다. 우다왕이 그녀가 보고 싶어 찾아갔을 땐 만나진 못하고 15살 정도의 아이가 뛰어놀고 있는 것을 본다.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한다.

 

류롄과 함께했던 날들과 그녀의 수많은 장점과 자신에게 베풀어준 어머니 같기도 하고 누나 같기고 하며, 상급자 같기도 하고 아내 같기도 한, 뭐라고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사랑을 생각하면, 방금 전까지 온통 마음을 뒤덮었던 자신의 존엄이 모욕당한 듯한 느낌은 차례로 사라지고, 또다시 달콤하고 아름답고 감동적인 류롄의 몸매와 매끄러운 피부, 그리고 한 번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고혹적인 얼굴이 눈에 선했다.(p268) 우다왕이 류롄에 대해 그리워하면서 다시 찾아갔을 때 마음을 기록하고 있는 글이다. 배반감을 느끼면서도 함께했던 시간들이 너무 진하기에 어쩔 수 없는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이 구절을 읽으면 이 소설에서 둘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었을 것인가를 미루어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사상은 엿 사먹고, 정욕에 모든 것을 맡기는 그들의 삶이 또 한 시대를 표상해 주는 일이 되는 것이리라 작가를 통해 느껴볼 따름이다.

 

소설가는 완벽하고 아름다운 허구를 통해 역사가들이 꿈꾸는 진실에 도달하고, 탁월한 독자들은 이것을 통해 역사의 진상을 유추한다고 한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서 문명의 시기가 지나가고 충동적인 감정이 시대가 도래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약육강식의 시대가 도덕성을 함몰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표현된다고 볼 수도 있겠다. 아직도 관방의 지원을 큰 동력으로 삼고 있는 중국 문단에서 혁명과 공화국의 역사를 희화화하기도 하는 이야기는 욕망과 대비시킴으로 진실을 찾아가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이 인간의 원초적인 생명력인가를 넌지시 제시함으로 제도와 이념 등을 무력화해 나가는 일단의 모습도 보인다. 혁신적인 사고와 성애의 표현에서 엽기적인 행위를 드러내 보인다. 읽기가 힘들기도 했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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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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