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1. 책읽기(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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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역사의 역사
글쓴이
유시민 저
돌베개
평균
별점8.8 (274)
블루

그동안 한국의 역사는 자주 궁금해했지만 세계의 역사서는 제대로 읽지 못한 게 사실이다. 최근 인류의 역사를 다룬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큰 인기를 끌었고, 나 또한 읽어야 할 작품 목록에 올려두기도 했었다. 아직까지 읽지 못하고 미루어 둔 상태이지만 말이다. 인류의 역사든 동양의 역사, 혹은 세계의 역사를 다룬 책들에 큰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그래서 유시민의 역사 르포르타주가 궁금한 이유였을 것이다. 그라면 좀더 쉽게 역사를 말할 것 같았으므로.

 

이 책은 역사를 말한 역사가들의 역사서를 말한 글이었다. 이름만 겨우 알고 있었던 역사가들의 작품과 그 면면을 살펴보는 일은 분명 의미있는 독서였다.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한 곳에만 치우친 나의 독서 이력에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독서였달까.

 

유시민은 서구 역사의 창시자 헤로도토스의 투키디데스부터 동양의 역사가 사마천, 그리고 최초의 인류사를 쓴 이븐 할둔, 타고난 역사가 랑케, 마르크스, 조선의 역사가인 박은식, 신채호, 백남운, 에드워드 H. 카의 역사 이론과 문명의 역사를 말한 토인비, 슈펭글러, 헌팅턴 그리고 역사와 과학을 통합한 다이아몬드와 하라리에 대하여 말한다.

 

 

사실 역사서를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름만 겨우 알고 있는 역사가들의 책과 그들이 논한 역사적인 사실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다보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에 다가갈 수 있다. 읽지 않은 것 보다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진리를 알 수 있는 시점이다.

 

역사가는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건을 선택해서 의미 있다고 여기는 사실을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한다. 어떤 사건이 중요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경험의 영향을 받는다. 직접 체험한 전쟁보다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사건이 달리 있겠는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서술 대상의 차이가 아니라 역사의 대사건을 서술하면서 취한 두 역사가의 태도다. (39페이지)

 

위 발췌글은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를 비교하며 말한 문장이다. 세상을 보는 관점과 철학의 차이 때문에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바라보는 시점이 다르다는 것을 말했다.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역사를 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즉 헤로도토스는 세계사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역사를 서술했으며, 투키디데스는 그리스 세계의 일원으로서 세계사가 아닌 그리스 내전을 관찰하고 기록했다는 것이다. 즉 믿을만한 사료를 적극 활용한 헤로도토스와 전쟁을 체험한 사람들의 목격담과 전언을 비교 검토해 역사를 서술했따는 사실이 중요하다.

 

역사가는 사료를 통해 수집한 사실을 전부 기술하지 않으며, 아는 사실을 다 기술한다고 해서 역사가 되는 것도 아니다. 역사가는 중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을 중심으로 의미있다고 여기는 사실을 엮어 이야기를 만든다. (137페이지)

 

더불어 저자는 역사가는 저마다 다른 기준에 따라 중요하고 의미 있는 사실을 선택하며 같은 사실로도 각자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고 했다. 결국 역사를 쓰는 역사가의 주관적 판단이 역사 서술의 다양한 요인을 좌우한다고도 했다.

 

 

게다가 역사는 '언어의 그물로 길어 올린 과거'다. 달리 말하면 역사는 문자 텍스트로 재구성한 과거 이야기다. 언어는 말과 글로 이루어지며, 인류는 문자를 발명하기 전에 먼저 말을 했다. 말에 담은 과거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을 견뎌 내지 못하며 압축, 누락, 과장, 왜곡, 각색을 거쳐 입으로 전해진다. (139페이지)

 

역사가와 역사의 사실은 서로에게 필수적이다. 사실을 가지지 못하면 역사가는 뿌리가 없는 존재가 된다. 역사가를 만나지 못하면 사실은 생명도 의미도 없다.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첫 번째 대답은, 역사란 역사가의 사실과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것이다. (236페이지, 『역사란 무엇인가』 50쪽)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미래를 위해서이다.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의 역사를 알아야 하고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법이다. 숱한 역사학자들과 역사가들이 말하고자 궁극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서양의 역사가들의 저서 말고도 사마천의 『사기』를 가리켜 인류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역사서를 한 권만 뽑는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강력한 후보라고 평했다. 또한 김부식이 『삼국사기』에서 당 태종 이세민을 물리친 안시성의 위치를 지금의 평안남도 안주 근처라고 서술한 것것과 달리, 민족주의자 신채호는 『조선 상고사』에서 안시성이 압록강 너무 만리장성 바깥의 랴오허강 근처에 있었다고 보았다고 했다. 결국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역사 서술로 달라진다는 의미겠다.

 

역사가들이 왜 역사를 썼는지, 무엇의 역사를 서술했는지, 어떠한 방식으로 이야기했는지에 대한 유시민 만의 통찰을 엿볼 수 있었다. 이 또한 유시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방식일 것이다. 다른 저자가 다른 방법으로 역사서들의 역사를 말했다면 우리 또한 다른 방식으로 역사를 바라볼 것이다. 역사란 결국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힌 저자의 마음이 읽히는 부분이다. 우리는 오늘도 역사를 쓰고 있다. 다만 역사서에 나올 만큼 중요한 인물이 아니기에 우리의 존재가 알려지지는 않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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