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중심예란
  1. 2018년(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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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골든아워 1
글쓴이
이국종 저
흐름출판
평균
별점9.7 (189)
세상의중심예란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3

<서문>에서 김훈의 《칼의 노래》를 언급한 부분이 있다. 보직으로 부여받은 일에 세상의 모멸과 치욕을 감내하면서도 정부에 의해 날아간 허망한 정책에 끝없이 매달리며 무의미하게 생존하는 중간 관리자의 고뇌.. 적을 두고 싸우는 전장 대신, 중증외상센터의 한계라는 점이 다를 뿐 생사를 넘나드는 현장은 다를 바 없으니 흡사 이순신의 고통을 엿본다. 업의 본질을 지킨다는 것은 얼마나 지난한 싸움인가! 수많은 환자들을 살려내고 돌보면서도 자신의 몸은 제대로 돌보지 못해 생기는 피로의 나날들, 돌아오는 건 격려와 지원이 아닌, 거대한 부채와 휴식없는 고된 노동 뿐이다. 이국종 교수는 상이군인의 자녀였으나, 일반 병원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자신에게 평등하게 대해준 김학산 의사의 따스한 배려로 그 역시 의사가 되기를 결심한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친구 부모님의 도움으로 대학 공부를 마치고, 아주대학교병원 내에 신설된 외상외과 전공을 선택한다.




외상이 몸에 가해진 물리적 충격에 의해 손상된 모든 것을 의미할 때, 중증이상은 생명이 위독할 수 있는 외상으로 반드시 수술적 치료 및 집중치료가 필요한 상태를 뜻한다. 어딘가에 부딪히고 깔리거나 떨어져서 혹은 무엇인가에 관통당해 사지와 뼈들이 으스러지고 장기가 터져나가는 경우들이다. 이때 환자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헬리콥터를 이용해서라도 이송은 신속해야 하고, 이송 중 적절한 처치가 이루어져야 하며, 최종 치료를 담당할 의료기관에 도달해야 한다. 도착과 동시에 빠른 진단, 수술, 집중치료가 이어져야 하므로 수술방과 중환자실이 받쳐줘야 한다. 마취과부터 혈액은행, 의료진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의 의료 지원도 신속히 투입되어야만 한다. 그것이 중중외상 환자들에 대한 '치료 원칙'이다. -p46~47

외상외과는,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에 염두를 두고 중증외상센터 설립과 운영을 고민해야 하는 과였다. 한국의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은 선진국인 미국과 영국처럼 작동하질 않아서 너무 많은 생명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길에서 죽어나갔다. 예방 가능한 사망률, 막을 수 있는 죽음을 우리는 너무나 어이없게 막지 못하고 있다. 그 간격은 선진국과의 격차에서 점차 벌어지고 있다. 외상외과 환자들은 대부분 가난한 노동자들이거나 젊은이들이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시스템이지만, 선진국 수준의 중증외상 의료시스템을 대한민국에서 기대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 먼 나라 이야기로 들려온다. 그럼에도 이국종 교수가 이 책을 기록한 것은, 척박한 의료계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아주대학교 중증외상센터의 팀원들과 현장의 소방대원들의 피와 땀, 때로는 한숨과 눈물이 더해진 2002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의 진료기록과 수술기록, 남겨진 기억들을 알리고자 했다. 

국민들에게 중증외상센터의 필요성을 알린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치명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우여곡절 끝에 에어 앰블런스에 태운다. 그 과정에서 이국종 교수는 당장의 잇속에 연연해하지 않았다. 오로지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수중에 있지도 않은 4억을 지불할 각오로 본인의 이름으로 서명까지 한다. 업이 주는 무게가 이토록 묵직하게 다가온 적이 없다. 석 선장이 살아나면 명예요, 죽으면 병원의 망신과 함께 밥그릇마저 위태로울 수 있는 자리였다. 가망없는 목숨이라 생각한 대형병원의 외과의들이 걷어찬 그 자리를, 이국종 교수가 이끄는 팀원들은 함께 했다. 석 선장이 살아서 그들의 노고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그나마 다행일까? 아이러니한 것은, 외과의사가 지닌 수술적 성공이 환영을 받아야 당연한데 살아나는 환자가 많을수록 빚이 늘어가는 구조적인 원인도 문제요, 그 근본을 중증외상팀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이야말로 의료계의 참담한 비극이자 대한민국의 해결과제이다. 이쯤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규정 또한 전면적으로 뜯어고칠 필요가 있겠다. 

헬리콥터 한 대 띄웠다고 할 일 다했다며 손 떼는 정부가 아닌, 외상센터를 꾸릴 팀원의 적절한 인원을 배분하고, 꺼져가는 생명 앞에서 베타딘을 한꺼번에 쏟아 부을 여력을 손에 쥐여주는 것이 지금 당장 취해야 할 모습이다. 중앙구조단을 비롯해 소방방재청과의 협업이 트러블 없이 이뤄지도록 푸쉬해야 한다. 국민들의 세금이 정치인들의 헛된 욕망을 채우는 데 급급한 것이 아닌,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쓰인다면 그보다 보람있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외상으로 고통 받다 끝내 세상을 등진 환자들의 안타까운 상황과 환자의  으로 돌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은 사람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희망해본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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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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