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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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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eBook] 편의점 인간
글쓴이
무라타 사야카 저
살림출판사
평균
별점8.4 (258)
검혼

ㅡㅡ;;;;


 책을 읽은 기분을 표현하자면, 저 이모티콘 이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소설을 읽으며 이런 느낌은 오랜만이다. 뭐라고 표현해야할까. 기괴한 듯 하지만 묘하게 계속 읽게 되는, 하지만 전혀 유쾌하지 않고 찜찜한 기분. 소설을 읽고나서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는데, 주인공은 싸이코패스 기질이 다분해 보인다. 그래서 일까. '정상'인 척 살아가기 위해 애쓰지만, 그녀는 '정상'이라는 범주를 이해하지 못한다. 오직 편의점과 편의점의 세계만이 본인에게 '정상'의 느낌을 준다. '점원'이라는 주어진 역할극에 충실하며, 같은 편의점에서 꾸준하게 일한다. 이 기괴한 주인공과 정신나간 사하라의 괴변을 보며 과연 '정상'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도달한다. 

"모든 사람 속에 있는 '보통 인간'이라는 가공의 생물을 연기하는 거예요.(p.114)"

 일은 우리의 또 다른 정체성이다. 더불어 나를 규제한다. 주인공은 편의점에 최적화하고 살아간다. 모든 생체리듬부터 일상의 기본 생각까지, 자신에게 있어 편의점 이외의 이물질은 배제한다. 편의점은 주인공 그 자체다. 그러나 소설에 나오는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정상이라 칭하는 이들도 다르지 않다. 보수나 지위가 다르고 사람들의 인식이 다를 뿐 근본적으로 자발적 노예임에는 다름 없다. 그들 역시 '일'에, '사회'에, '시선'에 규정 당하고 연기한다. 세상은 진보했다지만 '사하라'의 말처럼 조몬시대로부터 바뀐 것은 없다. 똑같이 누군가는 사냥해야하고, 누군가는 돌봄의 영역을 담당해야 한다. 그렇게 무리 안에서 살아남으려면 최소한 주어진 임무를 평범한 척 연기해야 한다. 남들처럼 행동하려고 애써야 한다. 탈선하는 순간 우리는 타인들에게 신호를 주는 셈이다. 흙발인 채 내 맘속을 마음껏 밟고 다녀되 된다는. 소설 내 표현을 빌려 내 인생을 '강간'당하게 되는 셈이다. 내가 하는 일이 아르바이트라고 해서, 남들이 그럴 권리는 전혀 없다. 

 우리는 편의점으로 대표되는 표백된 세상을 살고 있다. 편의점은 동네의 오래된 구멍가게와 다르다. 메뉴얼에 따라 정해진 대로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경제적 행위를 치른다. 어머님이 어떻고 아버님이 어떠신지 묻지 않는다. 익명화된 도시에 가장 적합하다. '점원' 역시 마찬가지다. "이곳은 강제로 정상화되는 곳이다. 이물질은 바로 배제된다. (p.78)" 그렇게 효율과 합리로 움직인다. 24시간 "줄곧 있긴 하지만 조금씩 교체되고 있다. (p.70)" 물건도, 사람도. 편의점에서는 저마다 정해진 자리가 있다. 점원도, 물건도. 그렇다면 이런 편의점 사회에서 나의 자리는 어디일까. 내 자리가 어디인지 몰라 해메일지라도, 누군가 나를 흙발로 밟고 다녀도 괜찮다는 걸까. 일본과 한국을 비교해본다. '사하라'의 괴변을 들으며.


 ㅡㅡ;;;;

--------------------------------------------

내 말투도 누군가에게 전염(p.40)되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전염하면서 인간임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p.41

언제나 계속 돌아가는, 확고하게 정상적인 세계. 나는 빛으로 가득 찬 이 상자 속 세계를 믿고 있다. p.46

'좋든 나쁘든, 어쨌든 간에 점원으로서 가게에 존재한다'는 것이 아주 달갑게 여겨지는 경우가 있다. p.60

점장도, 점원도, 나무젓가락도, 숟가락도, 제복도, 동전도, 바코드가 찍힌 우유와 달걀도, 그것을 넣는 비닐봉지도, 가게를 오픈했을 당시의 것은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줄곧 있긴 하지만 조금씩 교체되고 있다. p.70

이상한 사람한테는 흙발로 쳐들어와 그 원인을 규명할 권리가 있다고 다들 생각한다. 나한테는 그게 민폐였고, 그 오만한 태도가 성가시게 느껴졌다. p.74

이곳은 강제로 정상화되는 곳이다. 이물질은 바로 배제된다. p.78

내가 보기에 차별하는 사람은 두 종류가 있다. 한 부류는 차별에 대한 충동이나 욕망을 자기 내면에 지니고 있지만, 또 한 부류는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여 아(p.85)무 생각 없이 되는대로 차별 용어를 연발할 뿐이다. p.86

정상 세계는 대단히 강제적이라서 이물질은 조용히 삭제된다. 정통을 따르지 않는 인간은 처리된다. p.101

"모든 사람 속에 있는 '보통 인간'이라는 가공의 생물을 연기하는 거예요. 저 편의점에서 모두 '점원'이라는 가공의 생물을 연기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죠." p.114

"이것 봐요. 무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간에게 프라이버시 따위는 없습니다. 모두 얼마든지 흙발로 밀고 들어와요. 결혼해서 아이를 낳거나 사냥하러 가서 돈을 벌어 오거나, 둘 중 하나의 형태로 무리에 기여하지 않는 인간은 이단자예요. 그래서 무리에 속한 놈들은 얼마든지 간섭하죠." p.127

당신은 내 인생에서 유일한, 흔들리지 않는 '정상'이었습니다.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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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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