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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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독서사
글쓴이
정종현 외 1명
서해문집
평균
별점9.4 (28)
박대리

별다른 사전 정보도 없이 덜컥, 제목만 보고 산 책은

독서사라는 재미없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예쁜 표지의 하드커버로 눈길을 끌었다.

내가 책을 읽어봐야 얼마나 읽었다고, 독서사까지 읽으려고 하나

주제넘음을 후회했지만 생각보다 책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촘촘하게 우리나라 출판계를 진단했다면 읽기가 힘들었을텐데

나처럼 날라리 애독자에겐 맞춤한 책이랄까.

 

저자는 한국의 독서사를 정치에 직접 영향을 받았으며 그 실제를 네가지로 규정했다.

1. 관변 독서운동

2. 관변 독서운동과 반대 방향의 국가 개입, 검열

3. 독서의 운동성과 저항적 성격

4. 지적 격차 문화사

재미있게도 관 주도로 독서운동을 진행하면서 반대로 국가에서는 검열을 휘둘렀고,

독서를 통해 저항하고, 엘리트와 민중이 함께 독서를 했던, 특이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 대한민국의 독서사의 특징이라 볼 수 있다.

생각해보면 금지도서는 늘 우리 곁에 있었던 것 같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전교조 선생님께 추천받았고,

대학에 들어갔을 때 정문 앞에는 늘 경찰이 한번씩 쓸어(?)가는 사회과학서점이 있었다.

나는 거기서 파는 책들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잘 구매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 당시에 학교 앞 몇군데 서점 중 하나로

나의 취미인 "서점순례"에서 빼지 않고 다녔던 곳이었다.

가보면 가난한 "운동권 학생"들이 죽치고 않아 있어 장사도 잘 안 되는 것 같았다.

이젠 이름도 가물가물한 그 서점은 누가 운영했던걸까? 지금도 궁금하다.

 

한국전쟁을 치르며 서울은 잠시 "빨갱이 세상"이 되었었다.

그 기록은 박완서 선생의 자전적 소설 <그 산은 정말 거기 있었을까>에도 나온다.

살기 위해 했던 그 행동들에 대해 부끄러워하면서도,

당신이라면 달랐을 것 같으냐는 항변도 하며 고백을 한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적화삼삭 구인집>도 안쓰러운 역사의 기록이다.

잔류했던 문인들이 자신이 빨갱이가 아님을 증명하듯 써낸 책.

과연 우리라고 달랐을까?

 

어린왕자와 최인호의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는

내가 어린 시절 접했던 책들이 나오며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뭔지도 모르면서 사촌 언니 오빠들 방에 가면 꽂혀있던 그 책들을 읽어대곤 했다.

아직 읽으면 안돼, 하면서 빼줬던 어린왕자.

그리고 몰래 숨어서 봤던 최인호와 김홍신의 책들.

대학에 들어가 봤던 난쏘공, 숲속의 방,

뒤이어 쏟아진 은희경, 공지영, 신경숙의 책들까지.

우리를 풍성하게 해줬던 멋진 책들이 참 많았던 20대였다.

 

그리고 이젠 더 이상 읽지 않는 이문열의 책들이

우리의 젊은 시절을 관통했었다.

왜그럴까. 왜 그는 변했을까. 아니면 내가 변한 것일까.

이문열의 책을 서로 주고받던 우리가 이젠 그를 외면하게 될 줄이야.

서정윤의 홀로서기, 유안진의 수필집, 이문열의 소설들....

친구의 생일선물로 얼마나 많이 주고받았던지.

<사람의 아들><우리를 영원케 하는 것은>

생일날 3권씩 받은 기억도 난다.

"너는 책을 좋아하니까"라고 선물받았지만, 실은 나를 잘 몰랐던 것 같다.

이미 읽었을 거란 생각은 전혀 못했던 사람들이었으니......

 

90년대에도 검열은 여전히 존재했다.

<즐거운 사라>와 장정일의 소설들이 그랬던 것 같다.

요즘 내가 많이 읽는 책의 저자 장석주 작가가

<즐거운 사라>를 펴냈던 청하 출판사의 대표였다는 건 들을 때 마다 놀랍다.

계속 출판사를 했더라면 청하출판사는 어떤 책들을 내놓았을까?

장석주 작가는 다작을 하는 대신 수많은 책들을 세상에 내놓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90년대를 통틀어 가장 성공한 책으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가 꼽힌다.

하긴, 이렇게 긴 시간동안 계속 책을 내놓고, 계속 베스트셀러가 되기가 쉬운가.

마이카 시대의 개막이라는 프리미엄 덕분이라지만

그래도 역시 필력 좋은 유홍준 교수 덕분이 아닌가 싶다.

그가 얼마나 더 책을 쓸 수 있을지, 그게 늘 걱정일 뿐이다.

 

한국 현대문학의 위상이 낮아졌다는 걱정을 마지막으로 이 책은 마무리된다.

신경숙 작가 표절사건과 문단의 성폭력 사건은

가장 책을 많이 소비하는 여성 독자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 역시 한국 문학을 읽는 것이 꺼려질 정도로 실망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외딴방>을 읽으며 얼마나 마음아파했던 우리들인가.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며 눈물짓던 많은 독자들을 바보로 만든 사건이었다.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성폭력 사건 역시

"존경받는 문학인"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진 것 같다.

그래서인가. 기성 작가들의 작품 보다는

10년 이내 등단한 작가들의 책을 읽게 된다.

 

앞부분의 독서사는 오호~ 그랬었구나 하면서,

뒷부분의 독서사는 아하~ 그랬었지 하면서 읽었다.

앞에서 언급했듯 엄청난 양의 출판관련 역사가 들어간 책은 아니어서

"독서사"로 부족한 것이 아닌가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읽었던 책을 떠올려가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는 다시 읽고 싶은 그리운 책들과

여러 이유로 다시는 읽고 싶지 않은 책들로 나눠졌다.

순식간에 사라진 베스트셀러들을 떠올려보니

지금 잔뜩 쌓아놓은 책들 중 그런 책들이 많겠구나 싶어

또 나의 구매 행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내가 사랑했던 책들을 떠올려보는 소중한 시간,

<대한민국 독서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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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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