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

아그네스
- 작성일
- 2018.12.26
이반 일리치의 죽음 / 광인의 수기
- 글쓴이
- 레프 톨스토이 저
열린책들
살아있는 사람에게 죽음은 가장 대면하고 싶지 않은 공포의 시간이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더욱 죽음과 친해져야 하는지 모른다. 누구도 빗겨갈 수 없는 지상의 마지막 시간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나는 가끔 은밀하게 생각한다. '어떻게 죽을까...! '하고. 가장 완벽하고 평온한 마지막 순간을 꿈꾸지만 그럼에도 내 안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는 걸 보면 죽음으로부터 배울 게 더 남아있나 보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통해 내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반 일리치는 '형처럼 지나치게 냉정하지도 계산적이지도 않았고 동생처럼 방만하지 않'아 '집안의 자랑거리'라 할 만한 둘째 아들로 자라 고등법원 판사가 됐다. 마흔다섯 한창 일할 나이에 맞이한 그의 죽음에서 나는 두 가지 진실을 발견한다. 하나는 행복의 절정에 이른 순간에 죽음이 살짝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죽음에 이르는 절대 고독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라는 물음이다. 슬프게도 이 두 가지는 살아있는 사람이 수용하기에 쉽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는 대개 행복한 추억으로 채색되기 마련이지만 그 속에도 '그때 ~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기억이 있다.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 교정하고 싶은 순간이다. 더구나 그로 인해 죽음이 코 앞에 와 있다면 더 말할 게 뭐 있을까. 승진과 함께 연봉이 오르고 집을 새로 장만하면서 멋진 소품들로 실내 장식을 하며 들떠 있던 이반 일리치에게는 바로 그 시간 속에 교정하고픈 순간이 있다. 마음이 들뜨고 행복한 시간 속에서 다리 좀 삐끗했다거나 옆구리 좀 부딪쳤다고 누가 신경쓸까. 행복한 순간에 너무 행복에 빠지지 않을 지혜를 갖춘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삶과 죽음 사이에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행복하게 살려고만 한다. 하지만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통해 발견한 진실은 우리는 죽어가면서도 죽음을 쉽게 인정할 수 없다는 데 비극이 있다는 점이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은 죽음을 앞둔 병자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삶에의 집착은 인간이 살아있는 한 쉬이 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슬프다. 마침내 죽음이 임박해 그로 하여금 죽음을 받아들이고 평온하게 한 물음은 이것이다.
'만약에,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는 의식만 지닌 채, 바로 잡을 겨를도 없이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그땐 어떻게 하지?'
이런 물음을 좀 더 일찍 마주한 사람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하거나 사랑을 표현하고 원수를 용서하고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또 <광인의 수기>의 주인공처럼 선행을 베풀거나 종교에 귀의해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도 있다. 병상에 누워 죽음만 기다리기 전에 이런 물음을 던지고 자신과 남은 삶에 진실할 수 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리라.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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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