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지기
  1. ♡ 주역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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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 위에 하늘이 있다

 

건괘에는 양효(陽爻:―) 밖에 없다. 여섯 개의 양효가 하늘[天]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양기(陽氣)는 허공같이 굳세고 튼튼하다. 양효는 양기의 부호이다. 굳세고 건실하다. 그러나 강할수록 중용을 얻어야 한다.

 

 

乾(건)은 元(원)코 亨(형)코 利(리)코 貞(정)하니라(건은 크고 형통하고 이롭고 곧다).

 

(初九) 潛龍(잠룡)이니 勿用(물용)이니라(잠겨 있는 용이니, 쓰지 마라).
(九二) 見龍在田(현룡재전)이니 利見大人(이견대인)이니라(나타난 용이 밭에 있으니, 대인을 봄이 이롭다).
(九三) 君子(군자)ㅣ 終日乾乾(종일건건)하야 夕?若(석척약)하면 ?(려)하나 无咎(무구)ㅣ리라(군자가 종일토록 굳세게 노력하며 저녁때까지 두려워하듯 하면, 위태로우나 허물이 없을 것이다).
(九四) 或躍在淵(혹약재연)하면 无咎(무구)ㅣ리라(뛰면서 못에 있기도 하니, 허물이 없을 것이다).
(九五) 飛龍在天(비룡재천)이니 利見大人(이견대인)이니라(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대인을 봄이 이롭다).
(上九) 亢龍(항룡)이니 有悔(유회)리라(지나치게 올라 간 용이니, 뉘우침이 있을 것이다).
(用九) 見群龍(견군룡)하되 无首(무수)하면 吉(길)하리라(무리진 용을 보되 머리가 없듯 하면, 길할 것이다).

 

'주역(周易)'의 64괘(卦) 기호는 논리적 연역상 괘 상호간에 서열 없이 평등하다. 그러나 그 기호 해석에는 어떤 가치 기준이 적용된다. 64괘는 모두 '―'과 '--'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구성 비율이 자연히 다르게 된다. 건(乾)과 곤(坤)을 제외한 62괘는 적어도 하나 이상 음양이 뒤섞여 있지만 건과 곤만은 순수하다. 건은 순양(純陽)이요 곤은 순음(純陰)이다. '주역'에서는 순수 괘들인 건·곤의 교합으로 나머지 62괘가 생겨나오는 것으로 본다.

 

건곤은 대표적으로 천지(天地)를 상징하므로 이 기호들의 관계는 천지 교합으로 만물이 생겨나오는 것에 대응된다. 즉 건곤은 다른 62괘들에 대해 부모괘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서열상 우선되며 '역전'에도 건과 곤에 대해서는 그 해설이 특별히 많다. 그러면서도 건과 곤은 다른 괘와 마찬가지로 나름대로 어떤 변화 상황을 지칭한다. 하지만 그 특별함으로 인해 건과 곤의 상황 묘사는 모든 변화를 집약적이고 대표적으로 반영한다. 그래서 건곤만 봐도 역원리의 대요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 중 건괘를 통해서 이러한 점을 보자. 64괘 기호는 여섯 효의 모습이 연속적이지만, 이것은 삼획짜리의 팔괘가 상하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 삼획괘를 소성괘(小成卦), 소성괘가 거듭하여 이루어진 육획괘를 대성괘(大成卦)라고 한다. 그 중 아래를 하괘(下卦, 또는 內卦), 위를 상괘(上卦, 또는 外卦)라고 하는데, 건괘는 하늘을 상징하는 건 이 아래 위로 거듭하여 있어서 '거듭된 하늘(重天乾)'이라고 한다.

 

이러한 괘 전체는 현상 변화 중 어떤 특정 상황을 지시한다. 그리고 그 구성 요소인 여섯 효는 그 상황 중 보다 구체적 변화 과정을 의미한다. 그것은 그 상황 속에서의 때(時)의 전개 과정이다. 즉 괘가 지칭하는 전체 상황 중의 구체 상황이다. 건괘의 경우, '초구(初九)', '구이(九二)', '구삼(九三)', '구사(九四)', '구오(九五)', '상구(上九)'의 과정으로 표현된다. '초'는 어떤 상황의 초기이고, 이어서 그 다음의 때로 나아가며 '상'은 그 상황의 한계점이다. 기호상에서 이 효들은 맨 아래에서 위로 순차적으로 대응된다. 즉 건괘의 경우 맨 아래의 이 초구를 지칭하며 순차적으로 대응되어 맨 위의 은 상구를 지칭한다.

 

'초구'…'상구' 운운하는 말에서 초, 이, 삼, 사, 오, 상은 때가 전개되는 자리(位)이며, 구(九)는 양(陽)을 수(數)로 표현한 것이다. 건괘에는 없지만 '주역'에서 음(陰)은 수로서 육(六)으로 표시한다. 이러한 초~상과 구·육의 조합으로 각 효를 나타낸다. 이 때 초·상만은 앞에 자리를 나머지는 뒤에 표시하는데, 초와 상은 상황의 시작과 끝이라는 특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건괘 괘사인 '乾元亨利貞'(건원형이정)은 건괘의 전체 상황을 묘사한다. 원형이정의 의미는 일반화 되어 자연의 시간적 운행인 춘하추동에 대응되어, 쉼 없이 성실하게 운행하는 자연계의 법칙을 말하는 네 가지 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주역'에서 인간은 이렇게 성실한 자연의 법칙을 본받아 살 것을 가르친다. 그래서 '건괘상전(象傳)'에 '하늘의 운행이 건실하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스스로 힘써 쉬지 않는다(天行健, 君子以自彊不息)'고 말한다.  

 

정해왕 부산대 철학과 교수

 

*출처 :  (1) 건괘(乾卦)·상

 

건괘 기호와 그 중요한 상징의 하나인 용(龍)

 

'初九(초구) 潛龍勿用(잠룡물용)'은 건괘의 초기 상황이다. 용(龍)은 건괘의 대표적 상(象)의 하나이다. 그런데 이 용이 물에 잠겨(潛) 있다. 아직 자신을 밖으로 드러낼 때가 되지 않은 용이다. 인간사로 말하면, 이 험난한 세상에 아직 자신을 드러내서는 안되는 때이다. 그래서 '쓰지 말라(勿用)' 했다. 옛 문헌에는 은둔해 있는 군자를 지칭했다. 또 비유하자면 아직 한(漢)의 유방(劉邦)에 의해 쓰이기 전, 치욕을 참으며 불량배의 가랑이 사이로 지나갈 때의 한신(韓信), 때를 기다리며 굴욕을 참던 조선말의 흥선대원군(興宣大院君)이다.

 

이렇게 기다리면 '구이'의 때가 된다. 용이 밖으로 조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때이다(見龍). 하괘는 세상에 나가기 전을, 상괘는 세상에 나간 후를 말한다. 구이는 이 하괘의 가운데이다. 중용(中庸)을 중시하는 유가철학에서는 이 가운데 자리를 중시한다. 구이는 초구보다는 좀 더 무르익은 때이다. 이 때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인 '대인(大人)'이 있으면 좋다. 이 때 대인은 '구오'이다. 구오 또한 상괘의 가운데 자리이다.

 

이전에는 중국 상고시대의 순(舜)임금을 이 상황의 예로 설명했다. 순이 아직 은둔해 있을 때 당시 임금인 요(堯)는 그의 덕을 알고 발탁하였다. 구이는 은둔할 때의 순이고 그 대인은 요임금이다. 여기서 요임금은 구오의 자리이다. 또 제갈량(諸葛亮)이 와룡선생(臥龍先生)으로 은둔해 있을 때 유비(劉備)가 삼고초려(三顧草廬)함이다. 오늘날 대권에 도전하기 전 아직 실력을 기를 때의 정치인으로서 이미 활동하는 정치인을 도와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또는 구오의 기업가를 도와 줄 수 있는 참모이기도 하다.

 

구이의 때가 더 발전하면 '구삼'이 된다. 이제 세상에 나가기 직전, 은둔해 있는 상황과 험난한 바깥 세상의 상황은 다르다. 하괘의 맨 위인 이 때, 자신의 덕과 실력을 기르고 점검해야 함(進德修業)을 가르친다. 악한 소인이 설치는 '이 풍진 세상'에 군자가 함부로 나서서는 안된다. 충분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소인은 항상 군자를 해치려 하므로 두려워하듯 조심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허물이 없다'.

 

이제 세상에 나간다. 상괘의 맨 아래인 '구사'이다. 험한 세상에 막 나가서 아직 적응이 어려울 때, 역시 구삼처럼 조심해야 한다. 나쁜 인간들이 설치는 세상,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된다. 잠룡일 때의 자신의 근거지였던 못에서 상황을 봐 가면서 '뛰어야' 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막 세상에 나간 사회 초년생의 입장이다.

 

마침내 '구오'로서의 전성기가 되었다. 잠룡이 하늘을 나는 용, '비룡(飛龍)'이 된 것이다. 이제 참고 기른 실력을 마음껏 펼칠 때이다. 순이 임금이 된 때이다. 제갈량, 한신, 흥선대원군이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때이다. 이 때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 즉 대인이 있으면 좋다. 유비가 구오의 입장이라면 자신을 도와주는 구이의 제갈량이 대인이다. 사회의 지도자들은 자신을 도와주는 참모가 대인이다. 구이가 하괘의 가운데 자리인 것처럼 구오는 상괘의 가운데 자리이다.

 

그러나 '만물은 극에 이르면 되돌아간다(物極必反)'고 했다. 해가 중천을 지나면 서산으로 기울고 달이 차면 이지러진다. 비룡이 자신을 과신하여 자만하면 높은 하늘로 지나치게 올라 가게 된다. 그러다가 결국은 후회하게 된다. 한신이 이용만 당하고 토사구팽(兎死狗烹)됨이다.

 

역사에서 흥성하다가 쇠망하게 되는 왕조, 권력욕을 다하려 하다가 결국 자신을 망치게 되는 폭군, 독재자, 사업이 잘 된다고 자만하여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회사를 도산시키는 사업가의 경우이다. 이를 두고 '건괘·문언전(文言傳)'에서는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날 줄은 모르며, 존재함만 알고 망함이 있음은 모르며, 얻을 줄만 알고 잃음이 있음은 모른다(知進而不知退, 知存而不知亡, 知得而不知喪)'고 하였다. 겸허하게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정해왕 부산대 철학과 교수

 

*출처 : (1) 건괘(乾卦)·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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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

주춘재 글,그림/김남일,강태의 공역
청홍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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