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연 닿은 책-문학

박공주
- 작성일
- 2019.1.10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 글쓴이
- 메리 앤 셰퍼 외 1명
이덴슬리벨(EAT&SLEEPWELL)
1. 책을 좋아하나요?
2. 독서모임에 가입해 본 적이 있나요?
3. 마음 아픈 소재이지만 눈물이 아닌 미소를 짓게 하는 글을 좋아 하나요?
4. 자신의 삶에서 다른 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 이의 이야기를 좋아 하나요?
5.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있나요?
위의 질문에 3개 이상 '예'라고 대답했다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감히 단언해 본다. 이 책을 내게 빌려 준 이도 내가 그럴꺼라 확신을 가지고 건네주었다. 겉표지가 없는 상태라 책을 처음 봤을 때 진짜 오래된 책, 고전의 향기를 느껴 빌린지 한 달 째 모시다가 이번 주말 돌려드려야겠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숙제하듯 책을 펼쳤다. 읽는 동안 한 달 동안 꺼내지 않은 나를 원망하며 책을 덮는 순간 순간을 아쉬워 하며 틈틈이 계속 읽었다.
1. 책을 쓰는 일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쓴 작가 매리 앤 섀퍼, 그 책 안에 등장하는 작가 줄리엣. 두 작가 다 매력적이라 책을 쓰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1) 이 책의 작가 매리 앤 셰퍼
'지은이의 말' 과 지은이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부분을 이리도 열심히 읽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읽고 또 읽었다. 보통의 책에서 그 책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준 이들에 대한 인사가 있듯 이 책의 지은이의 말 역시 그런 인사글이다. 독자입장에서는 작가는 감사인사를 전하지만 그들이 누구인지 모르니 감흥이 적은데 이 책은 이상할만큼 내겐 인상적이었다.
지은이의 말 중
이 책은 아주 우연한 계기로 탄생했다. 다른 책을 조사하여 영국을 여행하던 중에 독일군이 채널제도를 점령한 시기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는 어떤 충동에 이끌려 계획에 없던 건지섬으로 날아갔고, 섬의 역사와 아름다움에 한눈에 반해버렸다. 이 책은 그 여행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그 후로도 오랜 세원이 흘러야 했지만.
불행한 일이지만 책은 저자의 머릿속에서 완성품이 되어 튀어나오는 게 아니다. 이 책은 조사와 집필에만 몇 년이 걸렸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나오기까지 우리 가족의 인내와 지지가 필요했다. 나는 책을 완성할 수 있을지 의심했지만 남편 딕 섀퍼와 딸 리즈와 모건은 단 한 순간도 그런 의심을 품지 않았다. 그들은 나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부단히 나를 컴퓨터와 키보드 앞에 앉혀놓은 일등 공신이다. 일개 아이디어가 한 권의 책으로 존재하게 이끌어 준 것은 내 등 뒤에서 팔짱을 끼고 나를 감시하던 쌍둥이 딸의 공이다.
애니 배로스가 메리 앤 섀퍼를 기억하며
사실 말솜씨와 글솜씨는 별개의 문제다. 내가 기억하는 한 메리 앤 이모님은 언제나 글을 썼지만 자신이 만족할 만한 작품은 좀처럼 완성하지 못했다. 그러다 마침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를 완성했다.
(생략)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후, 메리 앤 이모님이 속한 글쓰기 모임 회원들이 이모님에게 글을 쓰라고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씨앗이 탄생했다. 소설 속 문학회 회원들이 혹독한 시련을 겪는 와중에 발견한 것은, 어떤 힘든 장벽이든 우정의 힘으로 넘어설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모님의 글쓰기 모임도 그랬다. 친구들의 칭찬의 비평과 감탄과 조언 덕에 이모님은 고통스러운 창작의 과정을 이겨내고 생애 최초로 한 편의 원고를 마지막 줄까지 완성했다.
지은이에게 관심이 생긴 이유는 어쩌면, 나의 상황과 겹쳐져서일지 모르겠다. 그녀도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였고, 천부적으로 타고난 문장가는 아니였기 때문이 아닐까. 나처럼 계속 글을 완성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고 그런 의문을 품지도 못하게 믿고 감시해 주는 가족의 이야기가 내가 책을 쓰겠다고 했을 때 상상되는 우리집 분위기라서 공감이 간다. 그리고 왠지 메리 앤 섀퍼가 속해 있던 글쓰기 모임처럼 우리 일.고.십 멤버들, 예스24 블친 분들이 내게 조언과 쪼음, 비평, 격려를 보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결국 매리 앤 섀퍼는 책을 쓰던 중 건강이 몹시 안 좋아져서 조카인 작가 애니 배로스에게 부탁하여 함께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저자가 둘인 책이 되었다. 이 또한 책이라는 게 혼자의 힘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느끼게 한다.
2) 책 속 작가 줄리엣
이 책의 주인공은 줄리엣인데 소위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강연회와 인터뷰에 지쳐있을 때 건지 섬의 도시(Dawsey)에게 편지를 받는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책 찰스 램의 <엘리아 수필 선집>을 그가 갖게 되었고 거기에 그녀의 이름과 주소가 있었던 것이다. 서점이 없는 건지 섬이라 찰스 램의 다른 작품도 읽고 싶은데 읽을 수 없어서 런던에 있는 서점 이름과 주소를 보내 줄 수 있는지를 묻는다. 또한 독일군에게는 비밀로 해야했던 돼지구이 때문에 '건지 감자 껍질파이 북클럽'이 탄생했다는 내용이 담기 편지를 보낸다. 이 편지를 계기로 줄리엣은 건지 섬에 관심이 생기고 그곳으로 가서 글의 소재들을 모은다. 편지를 주고 받으며 생긴 주민들과 친밀감이 생겼는데 그런 건지 섬에 도착하며 그녀가 느낀 이야기에 공감이 갔다.
p. 243
새로이 알게 된 사람들, 어쩌면 사랑하게 된 사람들이 전부 손꼽아 기다리고 있잖아요. 바로 나를 말이에요! 그리고 나는, 더는 편지나 기사 뒤에 숨은 존재가 아니었어요. 오빠, 지난 2,3년간 나는 실제 삶보다 글 속 삶을 더 잘 꾸려왔어요. 게다가 오빠가 내 글에 어떤 작업을 더했는지 한번 생각해봐요. 글 속의 나는 완벽하고 매력적인 사람이지만 그거갸 엄연한 눈속임일 뿐이죠. 진짜 나랑은 아무 상관도 없다고요. 어쨌든 우편 수송선이 부두로 들어설 때 든 생각은 그랬어요. 붉은 망토를 벗어 던지고 딴 사람인 척할까, 하는 비겁한 충동마저 일었다니까요.
블로그의 글만 해도 100% 내 생각으로 적을 수는 없다. 일단 공개를 전제로 하기에 써도 될 말, 쓰면 더 멋질 것 같은 말들이 더해진다. 그러다 보니 내 글에 내가 묻어있다고 해도 다른 이미지가 만들어 지고, 그 이미지와 실제 내가 다름에 대해 혹시 달라서 실망할까봐 걱정되는 마음이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원래 쓰려고 했던 내용의 자료 수집이 되지 않아 우연히 방문한 건지 섬에서 매리 앤 섀퍼는 자신의 인생에서 최고 걸작을 탄생시킨 소재를 발견했다. 책 속 주인공 작가 줄리엣 역시 우연한 일로 건지섬까지 가게 되고 인생을 깨닫게 된다. 책과 독자도 인연이 있지만, 작가 역시 어쩌면 그 글을 쓸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는게 존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있는다고 소재가 찾아오진 않겠지만 말이다.
2. 책을 읽는 힘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북클럽이라는 단어를 제외하고는 낯설다. 건지는 건지섬, 감자껍질파이는 말 그대로 감자껍질로 만든 파이이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북클럽 이름에는 안타까운 시대적 배경이 담겨있다.
건지섬은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섬인데 전쟁 때 독일군 점령지가 되었다. 섬이라서 본토로부터 독일군들이 물자를 공급 받지 못했고, 자연히 그 섬에 있는 주민들이 농사지은 것, 가축들까지 다 빼앗게 된다. 돼지도 다 수량을 파악해서 죽은 돼지일지언정 주민들은 먹지 못하도록 다 막아버린다. '돼지고기 구이'를 먹는 것 자체가 불법이었고 어디로 끌려가 죽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주민들은 기지를 발휘해 돼지 한 마리를 몰래 빼돌릴 수 있었고 굶주린 주위 주민들은 모아 돼지고기를 구워먹는다. 그러다 통금 시간이 지나게 되어 몰래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술 주정뱅이가 멤버 중에 있어 큰 소리로 노래를 하는 바람에 독일군 눈에 띈다. 돼지고기를 먹은 사실이 발각되면 끝장인 상황에서 엘리자베스는 자신들은 북클럽 회원들로 통금시간이 지난지도 모르고 책 이야기를 하다 이리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당시 독일에선 대외적으로는 모범적으로 점령지를 통치한다는 이미지를 내세웠기에 문화활동에는 관대했다. 그리하여 위기를 모면하지만, 문학회 이름과 회원 명단을 제출해야 하며 장교 몇명도 그 모임에 참여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정말 정말 '어쩔 수 없이' 북클럽이 시작된다. 2주 안에 돼지구이를 먹은 멤버들은 책을 읽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윌 시스비라는 멤버가 먹을 것이 없으면 절대 모임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버터도 밀가루도 설탕도 구할 수 없던 형편이라 감자껍질파이를 만들게 된다. 그깬 감자를 넣어 비트 즙으로 단맛을 내고, 감자껍질을 파이 껍질로 사용한... 눈물겨운 음식이었다.
독일군, 나치, 점령지, 전쟁, 피난, 강제 징용, 폭력 등 어느 것 하나 아프지 않은 소재가 없는데 이 책은 너무나도 유쾌하게 글을 풀어간다. 결코 이러한 것을 우습게 만들거나 가벼이 취급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 아픔들 속에서도 언제나 존재했던 '함께'하는 힘. 서로를 아끼는 '따뜻함'이 곳곳에서 묻어나서인 것 같다. 전쟁 속의 북클럽이라니. 책이라니. 전혀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두 소재가 연결되고, 책이라곤 읽은 적이 없던 인물들이 책을 읽으며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가는 모습들이 너무나 따뜻해서 위로를 얻게 된다.
많은 에피소드들 중 '책을 읽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한 장면을 소개해 본다.
p. 259
'우드로는 내가 퇴비를 만드느라 한창 바쁠 때 우리 집으로 건너왔습니다. 이 코딱지만 한 책을 손에 들고 와서는 방금 다 읽었다고 자랑하더이다. 그러더니 나보고도 읽어보라면서, 아주 '심오한' 내용을 담은 책이라고 말했어요.
'우드로, 난 심오할 시간이 없어.'
내가 말했지요. 그랬더니 우드로는 이러더군요.
'시간을 내야지, 조나스. 자네가 이걸 읽으면 '크레이지 아이다'에서 좀 더 훌륭한 주제로 대화할 수 있을거야. 맥 주 한 잔을 놓고도 더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 말에 기분이 상했습니다. 그런 뜻이 아니라고 해봤자 소용없어요. 우린 어릴적부터 친구였는데 언제부턴가 나보다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해온 겁니다. 왜냐, 자기는 당신들과 함께 책을 읽고 난 안 읽으니까.
(생략)
나는 일단 마음의 상처는 뒤로 미루고 그 망할 책을 받았습니다. 내가 오늘 여기 온 건 모두에게 고하기 위해서입니다. 창피한 줄 알아, 우드로! 부끄러운 줄 알라고! 감히 어린 시절 친구보다 책을 더 높이 사?
책을 읽는다고 그 책을 읽는 자신에게 매료되어 남을 무시하는 자세는 어쩌면 책을 조금 읽었다고 거들먹거리는 부끄러운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경고하는 것 같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멤버들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모두들 고상하게 사는 것은 아니다. 그들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이들도 있고 만나면 싸우는 이들도 있다. 나의 모습과도 비슷해 공감이 간다. 책을 읽기 전엔 이 책만 읽으면 다 바뀔꺼야라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는 사람이 쉽게 바뀌지는 않았다.
책을 읽는 것에 대한 환상만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책을 함께 읽는 힘을 전하는 동시에 책을 읽는 이들이 경계해야하는 일들도 함께 전해 준다.
그리고 책에 대한 이야기 중 공감이 갔던 대목도 메모해 본다.
p. 20
제 책이 어쩌다 건지섬까지 갔을까요? 아마도 책들은 저마다 일종의 은밀한 귀소본능이 있어서 자기한테 어울리는 독자를 찾아가는 모양이에요. 그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요.
p.22
그래서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거예요.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목적도 없어요.
3. 매력적인 등장인물들
이 책은 최근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등장 인물들 하나하나가 매력적이여서였다. 나는 소설 등장인물들 이름을 정말 못 외운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심지어, 서간체 소설이라서 작가가 친절하게 그가 등장할 때마다 어떤 이인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ooo가 줄리엣에게 와 같은 식으로 편지 제목으로 처음 인물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 어떤 소설보다 등장 인물들이 머리에 남는다. 아마도, 소설 속 인물들이 그 소설 속 인물의 이야기를 전해줘서 소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서가 아닌가 한다.
1) 항상 옳은 일을 한 엘리자베스
주인공 줄리엣 역시 나처럼 건지섬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접하고 매력적인 사람들에 매료되어 오히려 글을 어찌 써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출판사 사장이자 절친의 오빠인 시드니에게 조언을 구하자 건지섬 사람들이 사랑한 이가 누구인지 정확히 보라고 한다. 모든 이들의 이야기엔 엘리자베스라는 한 여인이 있었다. 독일군에게 돼지구이를 먹은 모임이 발각될 위기에 나서서 문학 클럽이라고 말하여 북클럽을 만들어낸 것도 엘리자베스였다. 섬의 어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아이들만 배에 태워 본토로 보내는 순간에도 불안해 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덜어준 이도 엘리자베스이다. 기아에 굶주린 어린 노동자를 숨겨 씻겨주고 보호해 준 것도 그녀이다. 그일로 수용소로 보내졌고, 그곳에서 처참한 곤혹을 치르는 소녀를 위해 나섰다가 총살을 당한다. 심지어 조금 있으면 독일군이 물러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임을 알았고, 그녀에겐 섬에 두고 온 아들도 있었지만 불의 앞에선 개인적인 일은 생각하지 않은 이였다.
강제 수용소에서 만난 레미와의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p. 273
우리가 어떻게 친해졌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느날 저녁 그녀가 저에게 오더니 "레미"하고 제 이름을 불러주었습니다. 저는 이름으로 불린 게 몹시 기뻤습니다. 그녀는 '나랑 같이 가자. 깜짝 선물을 보여줄게"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영문도 모른채 그녀를 따라 막사 뒤쪽으로 달려갔습니다. 유리가 깨져 종이로 막아놓은 창문이 있었는데, 엘리자베스가 그 종이를 끄집어냈습니다. 우리는 창문으로 빠져나가 라거스트라세 방향으로 내달렸습니다.
저는 그제야 엘리자베스가 말한 깜짝 선물이 무엇인지 알아차렸습니다. 놀랍고도 멋진 선물이었지요. 담장 위로 보이는 하늘은 마치 불타는 듯했습니다. 낮게 깔린 붉은색, 보라색 구름 아랫면은 어두운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구름 모양이 끊임없이 변하면서 하늘을 가로질러 흘러갔습니다. 우리는 손을 맞잡고 어둠이 찾아올 때까지 그곳에 서 있었지요.
수용소 같은 데 갇혀본 적 없는 사람들은 그 일이, 누군가와 함께 그토록 고요한 순간을 보낸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결코 알지 못합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자신보다 더 힘든 이에게 손을 내밀 줄 알았고, 긍정적인 무엇인가를 계속 찾아낸 그녀의 모습에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 해피 바이러스 이솔라
전쟁 후의 상황이 배경이 된 소설임에도 유쾌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등장인물 이솔라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마치 우리 일.고.십 멤버 책읽는 엄마곰처럼 해피 바이러스를 뿜뿜 뿜어내는 인물이다.
아직 친해지지 않은 줄리엣에게 말을 놓고 건지섬에 오라고 하고 심지어 줄리엣 책에서 사진을 봤는데, 몇살이냐, 눈은 왜 그렇게 떴었냐, 원래 사팔눈이냐 난 금발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금발은 아닌 것같아 다행이다, 아파트는 넓냐 등 당황스러울 정도로 직접적인 질문들을 해대는 이솔라. 그래서 처음엔 이 사람 좀 너무하다 싶었고 줄리엣이 건지섬을 이 사람 때문에 싫어하게 되는 게 아닐까 했는데 그녀의 해맑은 질문들에 줄리엣은 성실히 답하고 마음을 연다. 그리고 이솔라는 줄리엣이 글을 쓰는데 필요한 자료들을 모을 수 있도록 주민들에게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라고 다니면서 이야기를 한다. 줄리엣이 묵을 곳을 고소공포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곳에 올라가 청소까지 하는 정성을 보인다. 순수하고 진심어린 행동들에서 사랑스러움이 묻어나오는 캐릭터였다.
그리고 책 마지막 부분은 그녀의 '미스 이솔라 프리비의 탐정 수첩 비밀문서, 사후에도 절대 공개 불가'라는 파트이다. 시드니 출판사의 직원이 그녀에게 탐정 미스 마플 같았다고 칭찬해주자 자신이 그쪽으로 소질이 있으니 잘 관찰해서 탐정 일지를 쓰겠다고 해서 쓴 글이다. 도시를 사랑하지만 그의 마음을 몰라 불안해 하는 줄리엣의 마음도 전혀 눈치 못 채는 이솔라. 도시 역시 줄리엣을 좋아하는데 그것도 눈치 못 채고 오히려 도시와 레미가 좋아한다고 판단. 도시의 집을 청소해 주겠다며 잠입하여 도시가 레미를 좋아하는 증거를 찾으려고 하지만 하나도 찾지 못한다. 풀이 죽어 줄리엣에게 가서 도시가 레미를 분명 좋아하는데 단서를 못 찾았다며 투덜거린다. 심지어 줄리엣의 사진은 천지이고 줄리엣의 손수건까지 소중히 간직하고 있더라며, 그런데 왜 레미 것은 하나도 없는지 의문이라고 하는 이솔라. 이솔라의 말을 듣는 순간 줄리엣은 도시의 마음을 확인하고 그에게 달려간다. 그 순간에도 이솔라는 줄리엣이 도시에게 레미가 떠나지 못하도록 붙잡으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하러 가는거라 생각한다. 엉뚱 발랄 유쾌한 사랑스러운 캐릭터 이솔라. 우울할 때 그녀를 떠올리면 미소가 절로 나올 것 같다.
이 리뷰에는 다 담지 못한 말이 많을 정도로 매력적인 등장인물과 스토리가 있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었다. 내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처럼 또 다시 꺼내 읽게 될 책이 생겼다. 아직 영화로는 보지 못했는데 서간체의 소설을 어떻게 영화로 구성했을지도 정말 기대된다. 많은 독자들이 이야기 했다고 하는 나 역시 이 소설이 끝났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 이 소설을 쓴 작가가 이 책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났기에 그녀의 다른 책도 더 이상 볼 수 없음도 아쉽니다. 하지만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은 내 마음에 계속 남아 이럴 때 이솔라라면 어떻게 했을까, 엘리자베스였다면, 줄리엣이라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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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댓글 8
- 작성일
- 2019. 1. 11.
@산바람
- 작성일
- 2019. 1. 10.
- 작성일
- 2019. 1. 11.
@신통한다이어리
- 작성일
- 2019. 1. 11.
- 작성일
- 2019. 1. 18.
@OffTheRec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