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즐
  1. 기본 카테고리

이미지

도서명 표기
고양이 손님
글쓴이
히라이데 다카시 저
박하
평균
별점8.8 (54)
오즐

수필 같은 소설입니다.

<고양이 손님>을 읽노라면 좁은 골목으로 이어진 동네 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마치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손님이 되어 주인공의 집을 찾아가는 기분이 듭니다.


우리가 세를 얻은 거처는 기와담장과 판자 담으로 둘러싸인 넓은 부지 안의 별채였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남편인 '나'와 아내를 뜻합니다.

판자 담에 나무로 짠 쪽문이 있어서 집주인에겐 뒷문, 셋집 거주자에겐 출입문으로 쓰였습니다.

옹이구멍은 그 키 낮은 쪽문 옆에 뚫려 있는, 어느 누구에게도 들킬 일 없는 눈(目) 모양입니다.

옆집은 거대한 느티나무의 무성한 가지로 지붕이 덮여 있습니다.

골목길은 그 옆집을 지나서 왼편으로 옆집 기와 담장이 삐죽 튀어나오고 다시 오른편으로 약간 예각을 그리며 꺾어져 있습니다.

그 꺾어지는 방식이 몹시 날카로워 보여 흡사 번개 도안과 비슷하여, 우리는 장난삼아 번개골목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어느날 길을 잃고 번개골목에서 헤매고 있는 새끼고양이를 느티나무가 있는 옆집의 다섯 살 남짓한 사내아이가 데려다 키우게 됩니다.

   - 나, 이 고양이 기를 거야.

라는 또릿또릿한 사내아이의 목소리가 담장 너머에서 들렸을 때,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때가 기회를 놓친 순간이었다고 말합니다.


옆집 소유가 된 뒤로 새끼고양이는 빨간 목걸이를 차고 방울 소리를 내며 곧잘 우리 별채의 뜰에 나타났습니다.

고양이 이름은 치비라고 했습니다.

    -치비!

라고 부르는 사내아이의 낭랑한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소년의 발소리에 딸랑딸랑 작은 방울 소리가 휘감겨 들렸습니다.

치비는 하얀 바탕에 연갈색이 서린 먹빛의 동글동글한 반점 몇 개가 들어간 자그마한 암컷 고양이였습니다.


우리의 삶 속으로 슬며시 들어온 고양이 치비.

평범한 일상이 고양이 치비를 통해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아내는 치비가 고양이 모습을 하고 있는 마음 잘 통하는 친구 같다고 말합니다.

물론 치비가 아내의 손바닥을 깊숙이 물어뜯는 바람에 절교했던 때도 있었지만 아내는 치비를 '내 고양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대상이든 마음에 들어오면 그 마음은 온전히 내 것이 됩니다. 그런데 종종 마음은 그 대상이 내 것인듯 착각합니다.

왔다가 가는 손님, 고양이 치비를 통해서 그 마음을 골목길 풍경처럼 바라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잔잔한 일렁임, 낭랑한 방울 소리 같은 소설이었습니다.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04.26

댓글 0

빈 데이터 이미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오즐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시간 전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시간 전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9시간 전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9시간 전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10시간 전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10시간 전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02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8
    좋아요
    댓글
    61
    작성일
    2025.5.8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18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