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일본
하나비
- 작성일
- 2019.1.23
흔들리는 바위
- 글쓴이
- 미야베 미유키 저
북스피어
‘미야베 월드 2막’ 가운데 신비한 능력을 지닌 소녀 오하쓰가 주인공인 두 번째 작품입니다.
16살의 소녀 오하쓰는 남들은 보거나 듣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는 영험한 능력을 지녔는데,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뛰어난 사이코메트리라고 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단편집인 첫 번째 작품 ‘말하는 검’과 달리 ‘흔들리는 바위’는 장편인데,
불과 368페이지의 분량이지만 얽히고설킨 사건들과 복잡한 인물관계만 놓고 보면
거의 500~600페이지 분량의 서사를 담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1993년에 출간된 이 작품이 ‘모방범’이나 ‘솔로몬의 위증’이 출간된 2000년대에 집필됐다면
모르긴 해도 2~3권으로 분권해야 할 만큼 방대한 분량이 되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덕분에 줄거리 정리가 불가능할 정도이긴 하지만, 그래도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사령(死靈)이 깃든 자에 의해 벌어진 기이한 연쇄 유아살인사건을 조사하던 오하쓰는
백 년 전 벌어졌던 무사 집단의 비극이 이 사건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애초 오하쓰는 한꺼번에 세 가지 이상한 현상을 접합니다.
홀아비 밀초 장사인 기치지의 시비토쓰키(시체에 나쁜 영이 깃드는 것) 소동,
환영을 통해 목격한 기름통에 잠긴 채 숨진 5살 여아의 미스터리,
그리고 100년 전 무사가 할복자살했던 자리에 놓인 바위가 밤마다 흔들리는 현상이 그것인데,
처음엔 전부 별개로 보이던 이 기이한 사건과 현상들이
시간이 갈수록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있음을 오하쓰가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추리와 환영을 통해 현재의 살인사건과 백 년 전의 비극 사이의 접점을 찾아낸 오하쓰는
사령에 의해 벌어졌던 끔찍한 일들의 전말을 파헤치게 됩니다.
‘흔들리는 바위’는 오하쓰의 특별한 매력과 능력을 지켜보는 일도 흥미롭지만,
그녀의 파트너가 된 후루사와 우쿄노스케라는 인물 덕분에 더욱 재미가 배가된 작품입니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고위관리인 요리키 직을 물려받아야 할 인물이지만,
실은 산학(算學)에 더 관심이 많은 백면서생으로 아버지와 깊은 갈등을 벌입니다.
오하쓰의 파트너가 된 뒤로 나름 예리한 추리력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거침없는 돌직구 같은 오하쓰에게 자주 구박을 받거나 추궁을 받는 인물로 그려져서
두 사람의 수사는 긴장감뿐 아니라 로맨틱코미디 같은 케미를 발휘하기도 합니다.
더불어, 이 작품의 주요 소재인 ‘겐로쿠 아코 사건’(1701~1702년)은
‘가나데혼 주신구라’라는 공연과 영화로 수없이 리메이크될 정도로 유명한 사건인데,
미야베 미유키는 이 역사적 사건을 사령이 개입된 판타지 픽션 속에 절묘하게 녹여냈습니다.
덕분에 이야기는 무척 복잡해졌지만 동시에 실화와도 같은 현실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런 점이 ‘미야베 월드 2막’의 진짜 매력으로 보이는데,
에도 시대 또는 괴담+판타지 이야기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독자라도
한번 맛 들면 계속 찾아보게끔 만드는 힘의 원천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신비한 능력을 지닌 오하쓰는 다음에 다시 읽을 ‘미인’까지만 등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 못 읽은 ‘미야베 월드 2막’ 단편집에서 잠시라도 다시 만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하쓰 못잖게 꽤 공을 들여 설정된 주변 인물들 역시 다들 매력적인 캐릭터라
그들이 짧게나마 다른 작품에서 등장한다면 무척 반가울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오하쓰의 이야기가 궁금한 독자라면 가능하면 ‘말하는 검’부터 시작하기를 추천합니다.
오하쓰가 특별한 능력을 지니게 된 계기나 그녀의 능력을 지원하는 주변 인물 소개 등
중요한 기본 설정들이 ‘말하는 검’에서 상세하게 소개되기 때문입니다.
오하쓰의 매력에 빠져든다면 다음 작품인 ‘미인’ 역시 놓치기 힘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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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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