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홍홍
- 작성일
- 2019.2.12
조선 왕 시크릿 파일
- 글쓴이
- 박영규 저
옥당북스
사실 책을 잘 읽는 편이 아니라, 읽을 책을 선정 하는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가끔 책을 읽고 싶어지면 '빨간책방'이라는 팟캐스트를 통해 마음에 드는 책을 정하고 에피소드를 듣는다.
'빨간책방'은 이동진 평론가님에 의해 운영되는 팟캐스트 인데, 보통 흑임자 김중혁 작가님과, 이다해 작가님과 함께 책 내용을 살펴 본다.
웃긴건 그렇게 에피소드를 들을 때는 책을 읽을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나는데, 막상 에피소드를 다 듣고나서 책을 읽으려고 하면 잘 안된는 것이다.
그래서 몇 번 그렇게 에피소드만 듣다 끝나고(예를 들자면 이기적 유전자라든가.. 설국이라든가..) 나서 학습하여, 이제는 에피소드를 듣다말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
그렇게 완독한 책이 '조선왕 시크릿 파일' 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조선 왕들에 관한 책이다.
흥미로운건 모든 조선 왕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생각하기에 정말 '왕'다운 왕! 만을 책에 실었다.
그러니까 한국사 수업때 질리도록 외웠던 '태정태세문단세예성연중인명선 광인효현숙경영 정순헌철고순' 중 16왕 만이 저자가 생각하는 '왕'에 포함된다.
이러한 '왕'중에서 개인적으로 신기했던 것은 연산군, 광해군의 반정에 의해 쫓겨난 왕들이 '왕'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문종, 단종 등 왕으로 선택받지 못한 왕들은 왕으로서 업적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은 내가 평소에 각 각의 왕에 대해 알고있던 내용과 생각을 타파하는 이야기도 싣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14대 선조와 22대 정조의 이야기이다.
선조는 임진왜란 당시의 왕으로, 이순신에 대한 질투-박해와 당시 수도를 버리고 몽진 했기 때문에 나는 물론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매우 비겁한 왕의 이미지로 그려질 것 이다.
그러나 저자는 선조를 영리하고 합리적인 왕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이순신을 등용한 것은 선조이고, 그 이외에 여러 인재들이 많이 나타났으며(이이, 정철 등), 또한 당시에 몽진하지 않았더라면 영토를 빼앗겼을 것이라고 말한다. 고려 공민왕과 백제 개로왕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백제 개로왕이 몽진하지 않아 죽고 패배하여 고구려에게 영토를 빼앗겼던 것처럼.
그러니까 전반적으로 선조를 옹호하는 내용인 것이다. --- 이 내용에 대해 팟캐스트에서는 이 몽진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만 하지만, 나머지 내용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마치 또 그런 것 같기도하고...결과적으로는 내가 얼마나 얄팍한 지식을 갖고있고, 팔랑귀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22대 정조의 경우, 자기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귀주에 갖혀 죽은 것을 딛고 일어나(물론 영조가 일방적으로 사도세자를 미워했기 때문에 귀주에 가둬 죽여 버렸다고 알고 있었음)
신분에 관계 없이 관료를 등용하고(예를들면 정약용), 정치에 있어서도 아주 퍼펙트(?) 했던 왕으로 알고 있었다.
거의 조선에서 세종과 양대산맥을 이루는 입지를 갖고 있는 왕이라고 생각했었다.(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그러나 저자는 내가 알지 못했던 정조의 이면에 대해 말한다.
표면적으로 적대 관계였던 노론의 심환지와 엄청난 양의(남아 있는 것은 약 300여 통) 밀찰을 주고 받으며 그에게 내일 편전에서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오늘 니 표정은 좀 구렸다, 등의 피드백과 명령을 했던 것이다.
또한 편지의 말미에 꼭 이 편지를 태워 없애라는 말을 하며 완벽한 마무리를 원하지만 노회한 관료였던 심환지는 이 밀찰을 없애지 않는다. 결국 그 선택 덕분에 밀편이 현대에 와 밝혀지면서 정조의 은밀한 정치가 들어난 것이다. 즉 정조는 신하를 허수아비로 삼고 조정은 단순 연출장으로 만들어 내며(저자의 평가), 사관의 눈을 속여 실록에 기록이 남지 않도록 하였다.
이 밀찰은 정조가 심환지와 나누었던 정치 뒷공작을 밝히면서, 정조는 심환지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관료들과 밀찰을 나누었을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정조가 추구한 전제왕권을 보여준다.
조선의 왕의 일거수 일투족을 싣은 조선왕조실록은 오로지 왕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록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아는 역사의 대부분이 이를 중심으로 얻어진다.
따라서, 이 밀찰처럼 왕이 사관의 눈을 피해 벌인 일들은 밀찰이 밝혀지지 않는 한 우리는 알 수 없다.
+ 더해서 생각나는건 최근에 리뷰를 본 (이름은 생각안나)책이다.
"공룡이 복원된 모습이 정말 공룡의 모습이었을까?" 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인데. 미래의 고래, 토끼 등을 뼈만을 통해 복원한 상상도를 보여주면서
우리가 알고있는 공룡의 모습에 대해 의구심을 제시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고래의 뼈만을 이용해 그린 복원도는 지방이 고래의 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매우 해괴한 모양으로 나타나게 되며, 토끼의 뼈 만으로는 귀의 구조를 모르기 때문에 굉장히 무서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즉, 일부만을 통해 추측해본 과거의 모습은 실제 모습을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에 와서 조선을 제대로 들여보기에는 너무 많은 양의 증거가 소실되어 있다. 일제강점기, 6.25전쟁을 거치면서 말하자면 조선의 역사를 제대로 알기 위한 피크타임(?)이 지나가 버린 느낌이다.
따라서 이 책에 실린 것과 같이, 내가 아는 것과 다른 역사의 이면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과 함께,
이면과 더불어 지나간 역사에 대한 아쉬움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기타 재밌었던 문장 및 내용]
* 17대 효종(강력한 언행?이미지는 효잔데..)
“ 늙은 내시 김언경은 나이 아흔에 가까워 한낱 식지않은 시체에 불과하나...”
* 19대 숙종 ; 드라마화가 매우 많이되서 여자에 미친줄 알았는데 작가의 '분노조절장애 정치꾼' 이란 말 처럼 정치적으로 매우 철저하고 무서운 인물이라는게 신기했다. 최근에 한국사를 배우면서 알게된 것인데, 조선에서 강력한 왕권을 행사했던 3명의 왕으로는 태종, 세조, 숙종을 뽑는다. 그만큼 강력한 왕권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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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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