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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까, 먹을까
글쓴이
황윤 저
휴(休)
평균
별점9.8 (13)
꽁새우

토요일에 진행한, ‘사랑할까, 먹을까’ 북토크를 준비하면서
그날 다 풀지 못했거나 기억하고 싶은 부분들을 남기기 위한 글.

나는 육식의 문제를 공장식 사육의 문제로만 바라봤다.
‘돼지 불쌍하지, 그렇게 키우는 거 불쌍하지’했지만 사실 돌아서면
친구들과 삼겹살을 먹었고, 다음에 가려고 맛집이라는 갈비집을 저장했다.
식물은 안불쌍하냐? 이런 논리에, 
그렇지. 식물도 불쌍한데… 했던 적도 있다.
최근까지 그랬다.

얼마전에 엄마랑 만나서 얘기하다가 공장식 축산 이야기를 했더니
엄마가 귀를 막았다. 
“어우 몰라 야, 그만 얘기해. 니가 그런 얘기하면 고기를 어떻게 먹니”
사람들은 불편하고 듣기 싫은 것을 가볍게 물리친다. 
고민하기 싫어하고, 외면한다. 나도 그랬다.

나는 육식이 인간으로서 내가 취할 수 있는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인간은 원래 잡식이라고 생각했다. 
고기를 먹어야 영양학적으로 균형이 맞다고 생각했다. 
우유와 달걀을 완전식품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다.
초등학교 때 우유급식을 강제로 했는데, 
다 못먹은 아이들을 앞으로 불러서 그 자리에서 먹고
머리에 우유곽을 털도록 했다. 
나는 선천적으로 우유를 소화하지 못해 화장실로 달려가야했지만
우유급식은 나의 건강을 위한다는 이유로 내내 이뤄졌다.

어쩌면 나는, 육식과 축산업이 짜놓은 시스템 속에서
내가 육식과 채식을 할 선택의 권리를 
처음부터 박탈당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에게는 정보가 없었다. 
채식은 언제나 불균형한 식단이며
까탈스러운 사람들이 하는 행위로 인식되었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고기를 먹고, 매일 고기가 급식 식단에 오르고
사람들은 거의 일주일에 몇번이고 고기집을 가는데
나는 돼지를 본 적이 없었다. 
살아 있는 돼지를. 
살아 있는 소를.
살아 있는 닭을.

한국에는 1000만 마리의 돼지가 산다고 하는데, 
그 돼지들은 다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지 한번도 궁금했던 적이 없다.
궁금할 필요도 못느꼈다. 
돼지는 나에게 고기였다. 
맛있는 돼지고기, 족발, 삼겹살, 국밥… 
그런데 나의 식욕을 충족하기 위해 
돼지는 10년에서 15년의 수명을 다 살지 못하고 
6개월이면 살처분을 당했다.
닭은 a4용지 4분의 3크기의 비좁은 공간에서 
온갖 항생제를 맞고, 각종 주사액들을 맞으며 고통스럽게 살았다.
수컷 병아리들은 필요없기에 태어나자마자 
푸대자루에 담아 압사당했다.

나는 치킨을 먹었다.
치맥을 먹었다.
맛있게 먹었다.
내 스트레스는 그렇게 풀렸다. 
어떤 생명을 가혹하게 착취하고 죽여서 
내 욕구를 채우고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렇게 살아왔다는 걸 처음으로 생각해봤다. 
시스템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미세먼지 때문에 화력발전소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다의 오염을 막기 위해 원자력 발전소는 없어져야 한다고, 
가까운 거리를 걷고, 자전거를 타야한다고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활동이라고. 
그런데, 축산업이야 말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1%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오염원이 된 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매일 미세먼지 알림 앱을 보고 살면서도
고기를 먹어댔다. 달걀을, 우유를 꼭 채워놨다. 
그게 그렇게 연결 될 수 있다는 걸 몰랐다.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해석한다고 배웠으면서도
왜 내가 일상으로 누리는 습관들을 비판해 볼 생각은 못했을까.

우유는 발암물질이다.
붉은 살코기도 마찬가지다.
(축산, 유제품 기업의 막대한 로비들이
계속해서 근거없는 소리라고 부정하지만
여기에는 너무나 타당한 자료들이 넘친다) 
캐나다 정부는 올해 업데이트 된 권장하는 건강한 식단에서
처음으로 우유를 삭제했다.

건강을 위해 육식주의를 버려야 한다는 것은
일부 마이너 연구자들의 견해가 아니다. 
이미 선진국에서 그것은 주류이다.

미국에서 매초 4톤의 축산오폐수가 나온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17년, 전국의 1,000만 돼지가 쏟아낸 축산분뇨는 4,546만톤이다. 
2012년까지 축산오폐수를 바다에 그냥 버리는 것은 
규제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제서야 규제의 대상이 되어, 그 모든 것을 육지에서 처리해야하는데
처리 시설은 여전히 미비하다. 
절반 이상이 몰래 하천으로 버려진다고 추정한다. 
제주도는 숨골로 흘러들어간다.

밀집사육으로 인한 온갖 항생제, 주사제 등의 약품
구제역이라는 가벼운 질병에도 직격탄을 맞아 살처분을 당한다.
그 뒤에 다시 밀집 사육- 또 살처분
여기에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세금
축산 폐수, 가축의 트림과 방귀로 인한 환경오염
가축을 먹이기 위해 유전자 변형되는 식물들

내가 고기를 먹는 것은 
결국 더 많은 식물, 토양을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걸
나는 처음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대한민국은 1ha 에 1만 2,500 마리의 돼지를 키운다.
같은 면적에 네덜란드는 5.1마리, 덴마크도 5.1마리
독일은 7마리를 키운다.

우리는 한번도 육식과 채식의 선택의 문제에 대한
공평한 정보를 얻은 적이 없다. 
고기 안먹으면 큰일 나는 사회에서, 
우유 없이는 키가 안크는 사회에서 자랐다. 
적어도 이제는, 양 쪽의 말을 다 들어볼 필요가 있다.

건강을 위해, 환경을 위해, 
또 다른 생명을 위해 …. 
난 정말 내가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게 고통스럽다. 
내가 가볍게 비웃었던, 
넌 그리 해라 난 이리 할게. 했던 그 당사자가 내가 되었으니.

마지막으로, 책을 인용하고자 한다.

‘무엇을 먹느냐’는 오랜 세월 권력의 문제였고 
또한 취향의 문제였는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 윤리와 정의의 문제가 되었고, 
이제는 절박한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이 작고 푸른 별이 우주의 똥 덩어리, 
불가마 체험장이 되는 걸 막으려면 이 별의 
운명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인간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덜 키우고, 덜 먹고, 생명을 생명으로 대우하는 일. 
개인의 변화는 물론 법과 제도이 변화로 더 큰 변화를 일으키는 일이다. 
45억 5,000만 년의 역사를 가진 지구라는 별에서 
수백만 년의 시간을 거치며 진화한 
위대하고 아름다운 생명 공동체가 
단지 100년도 안되는 찰나에 막장으로 치닫는 것은 
결코 동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1. 좋은 글귀, 마음에 드는 가사 인상 깊은 영화 대사 등을 메모해 주세요.
2. 출처를 넣어주세요. ex) 234page, 4번 트랙<사랑해>, <브리짓존스의 다이어리>에서 브리짓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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