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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문 사회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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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글쓴이
나탈리 골드버그 저
한문화
평균
별점8.6 (98)
CircleC

글쓰기 추천도서로 자주 거론되는 책이라 이번에 읽어 봤다. 나탈리 골드버그는 37년간 글쓰기와 문학을 가르쳐온 글쓰기 강사로, 1986년 禪 체험과 글쓰기를 접목시킨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150만 부가 판매되었다. 저자는 작가가 타인에게 지식을 나누어 주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서 글을 쓴다는 걸 여러 번 강조한다. 나부터 바로 서지 못하면서 누구에게 감동을 주겠나. 독자는 냉혹하다. 글과 그 글을 쓴 작가가 너무도 다를 때 그의 글은 즉시 외면당한다.

이 책도 이제 33년이 지나 내가 그동안 보았던 글쓰기 책과 중복되는 게 많아 큰 임팩트는 못 느꼈다. 그럼에도 글쓰기 초심자라면 글쓰기 강좌보다 이 책을 읽고 꾸준히 실전 활용해보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추천 노하우, 많은 글쓰기 책과 몇 가지 차별되는 것을 아래에 옮겨 보겠다.

 

 

● 글감 노트 만들기

1. 있는 그대로 느낀 그대로 써 내려가 보기

2. ‘기억이 난다’라는 문장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모두 적어보기

3.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아주 강력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골라서 아주 사랑하는 것처럼 or 아주 싫어하는 것처럼 or 중립적으로 여러 번 써 보기

4. 한 가지만 생각하며 산책하면서 그것과 관련된 것을 관찰하고 그 경험을 써 보기

5. 당신의 아침을 구성했던 모든 세부 사항을 하나씩 묘사해보기

6.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장소를 시각화해보기

7. 이혼, 외출, 전학, 실종, 친구의 죽음, …… 어떤 것이든 떠남의 소재로 써 보기

8. 어린 시절의 기억을 써 보기

9.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해 써 보기

10.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써 보기

11. 추상적인 표현을 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써 보기

12. 시집의 아무 쪽이나 펼쳐 마음에 드는 한 줄을 골라 적은 다음, 거기서부터 계속 이어서 글 써 보기

13. 동물이 되었다고 상상하며 써 보기

 

 

● 사고의 모든 경계 허물기

저자는 자동차를 먹고사는 인도의 요기 이야기를 하며, 애초에 논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태도로 글쓰기에 임할 것을 강조한다. 자기 안의 조절자로 인해 글쓰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 우리 안엔 알게 모르게 경계와 습관이 많기 때문이다. 그때그때 솟아 나오는 감정들을 글로 써 내려가라. 이후 일은 퇴고에서~

 

“우리는 세부 묘사를 개미나 파리 같은 것에만 사용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다시 말해 세부 묘사라는 훌륭한 방법을 우리 스스로 작은 것에만 한정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세부 묘사가, 마음이 우주만큼이나 큰 왕국이라는 것을 표현하거나 뉴멕시코의 높은 언덕들을 나타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거대한 크기를 가진 것과 현실을 벗어난 환상적인 것에도 지극히 평범하고 일반적인 모습이 담겨 있다.”

 

“여성들이 자신이 했던 말에 인증이나 확인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사실이었다. 예를 들면 “베트남 전쟁은 끔찍해. 그렇지 않아?”라거나 “난 이게 좋은데, 넌 싫으니?”와 같은 말속에는 항상 다른 사람의 감정과 의견을 강요하는 느낌이 들어 있다. 또 다른 특징으로 지적된 것은 ‘어쩌면, 아마도, 아무튼’과 같은 부정형不定形의 수식어를 자주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그래, 갈게’와 ‘어쩌면 갈지도 몰라’ 중에 어느 쪽이 더 선명한가?

세상이란 언제나 흑백으로 갈라지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작가가 되고 싶다면 분명하고 확실하게 진술하는 것이 필요하다.”

 

“샌프란시스코 선원禪院의 베이커 선승은 “‘왜’라는 것은 좋은 질문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사물은 그냥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헤밍웨이도 “‘왜why’가 아니라 ‘무엇이what’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니 ‘왜’라는 질문은 심리학자들에게나 떠넘기라. 진짜 삶의 세부적인 정보를 구하라. 당신이 글을 쓰기 원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그러니 계속 쓰라.

하지만 ‘왜’라는 질문도 좋다. 마지막까지 남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글쓰기가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삶에 스며들고 있는지 볼 수 있는 눈을 키워 주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알아야 할 점은, 글쓰기가 인생을 치료하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글쓰기 자체가 치료술은 아니라는 점이다.”

 

 

● 글이 안 풀릴 때

“미국 중서부 미네소타 주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이런 글을 쓸 수 있다. 계절마다 불어오는 태풍, 혹독한 겨울,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들의 글쓰기는 어디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잘 쓰는 글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이들은 자신이 서 있는 곳을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새로운 개척지를 개간하고 미지의 세계 속으로 나아가기를 주저한다.”

 

“글쓰기를 하다가 막히거나 글이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되어갈 때, 음식을 주제로 글을 써 보라.”

 

“친구에게 검은색 가죽 재킷을 빌려 입고 오토바이 폭주족처럼 커피숍 내부를 왔다 갔다 하며 글을 써 보라. 새빨간 베레모를 쓰거나, 집에서 신는 실내화에 나이트가운을 입고, 일터에서 신는 긴 부츠를 신고, 농부들이나 입을 법한 목이 올라오는 스웨터를 입고, 성조기로 몸을 칭칭 감싸거나 아니면 머리에 플라스틱 컬을 감은 채로 돌아다녀 보라. 평상시에는 상상도 하지 않았던 모습으로 앉아서 글을 쓰는 것이다. 아니면 아주 커다란 도화지에 글을 써 보는 것도 좋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통 흰옷을 입거나 목에 청진기를 걸고서 글을 써 보라.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만 된다면 얼마든지 파격적인 변신을 해도 좋다.”

 

 

 

● 자신의 뿌리를 이해하기

“타인에 대해서 그렇듯 자신에 대해서도 너그러운 시선을 가져야만 한다는 뜻이다. 즉 ‘그들도 부자이고 나도 부자이다.’

선禪을 접하고 나서 몇 년이 지난 때였다. 나는 좌선에 들어갈 때마다 내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점점 더 강하게 의식하게 되었다. 카타기리 선생에게 이런 마음을 털어놓자 그가 말했다. “당연합니다. 당신이 내면 깊이 들어갈수록 당신은 점점 더 당신 자신이 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태어난 출생지는 글의 문체와 구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내가 쓴 글만 해도 히브리 기도문과 찬송의 리듬이 반복적으로 들어간다는 특징이 자주 눈에 띈다. 글을 쓰면서도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습작을 할 때 글의 리듬을 주시해 보라. 거기에는 교회의 예배에서나 들을 법한 가락이나 강렬한 로큰롤 리듬 또는 주정부 관할 경매장에서 들을 수 있는 특이한 리듬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비록 당신이 교회에서 목사와 신도가 번갈아가며 읽는 봉독奉讀 형식으로 글을 쓰지 않더라도, 당신이 봉독할 때 들었던 리듬은 언어와 감정에 각인되어 당신의 글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다. 글 속에 미묘하게 작용하는 리듬은 그 자체로 하나의 표현 수단이다.”

 

“가까운 가족이나 동료들이 사용하는 독특한 언어 습관이나 말투도 마찬가지이다. “아, 파란 옥수수!” 이것은 무거운 가방을 등에 짊어지고 가는 내 모습을 보고 텍사스의 어느 촌부가 한 말이었다. (중략) 가족의 말투와 독특한 표현을 목록으로 작성해 두면 좋은 글쓰기 자료가 된다.”

 

“단 한 사람과 접촉하고 교제하면서도 인류 전체에 대한 연민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 밀어붙이기

“글쓰기에서 자신이 해야 할 말을 다 했다고 생각될 때, 조금만 더 자신을 밀고 나가 보라. 당신이 종점이라고 생각하는 곳이 사실은 초입에 들어선 것에 불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항상 끝까지 도달했다고 생각하고 멈추었던 곳에서 조금 더 멀리 나갔을 때, 당신은 제어할 수 없는 아주 강한 감정과 만나게 될 것이다.”

 

 

 

● 글쓰기 모임 활용하기

“주제는 그때그때마다 달라졌다.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장소’에 대해서 또는 ‘너무 지친 나머지 모든 걸 포기했던 시절’에 대해서, 그 밖에도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이상한 이야기’나 ‘지난주에 일어난 가장 신비한 일’ 등 주제는 무궁무진했다.”

 

“십 분간 한 번, 이십 분간 두 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시간 동안 글쓰기를 한다.

첫 번째 십 분간 모두가 글을 쓴다. 이십 분이 지나면 각자가 썼던 글을 차례대로 읽는다. 글에 대해 비평하는 시간은 없다. 만약 인원이 많아서 읽는 시간이 너무 길어진다면, 발표하는 순서를 한 번씩 거른다. 한 회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휴식 시간을 가지는데 이때에도 “정말 좋은 글이야.”라든지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어요.”라는 식의 말은 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좋다 나쁘다 등의 칭찬도 비평도 없다. 그냥 자신이 쓴 글을 읽은 다음 다른 사람에게 차례를 넘기면 된다. 또 자신의 차례에 발표를 생략하는 것도 허용된다. 자기 차례를 자주 통과시키는 사람이 있더라도 괜찮다. 아무튼 수업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이 수업의 특징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다. 쓰고, 읽고, 다시 쓰고 읽기 때문에 의식이란 것을 챙길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같은 배를 타고 있는 것이며, 어떤 비평도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이 쓰고자 하는 것을 무엇이든지 쓸 수 있다는 자유를 얻게 된다.

잠시 후 당신은 자신의 목소리가 해체되어 가는 느낌을 받기 시작한다.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또는 교실 맞은편에 있는 누군가가 어떤 반응을 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글을 발표하는 동안에는 어떤 평도 없기 때문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음 번 글 쓰는 시간에 그 사람에게 글로써 알려 주어야 한다.

다른 사람 작품에 평을 하지 않는 이 방식은 글로써 모든 것을 표현하겠다는 건강한 욕구를 만들어 준다. 말하고 싶은 에너지를 다음 번 글쓰기에 쏟아붓는 것이다. 쉬지 않고 쓰고 읽고 쓰고 읽기를 반복하는 이 방법은 내부의 검열관을 잘라 내는 데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또 마음속에 들어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글로 나타내게 만드는 엄청난 자유를 허용해 준다. 우리는 또 종이에 한 가지씩 주제를 적은 다음 그것을 반으로 접어 교실 한가운데에 있는 상자 속에 집어넣기도 한다. 매회 글쓰기 훈련이 시작될 때마다 한 사람이 종이쪽지를 꺼내 주제를 읽는다. 반드시 그 주제에 맞추어 써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주제에서 시작하고 그 주제에 매달리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이러한 글쓰기에 익숙해지면 당신은 어떤 주제가 나오든 간에 그 주제에 맞추어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또 그 주제를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의 발판으로 삼아도 괜찮다.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제목, 수영. 나는 수영을 아주 잘합니다. 하지만 수영에 대해서는 여기까지입니다. 내가 진짜 쓰고 싶은 이야기는, 먼 훗날 언젠가 내가 하얀 빛 속으로 들어갈 때…….’”

 

 

 

내가 글쓰기 공부 한창 할 때 경험한 걸 이렇게 글로 정리한 걸 보니 감회도 새롭고 새 의욕도 생긴다. 무엇보다 글쓰기는 자기와의 투쟁이다. 이런 과정은 한 번 보고 해본다고 해서 체득되는 게 아니다. 운동선수들처럼 꾸준히 연습 또 연습 밖에 길이 없다. 온몸으로 글을 써야 한다는 말 자주 들어봤을 거다. 글쓰기 책 10번 보는 것보다 자기 작품 하나를 완성해보면 그 말을 실감할 수 있다.

그럼 모든 글 쓰는 이들이여,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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