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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난
- 작성일
- 2019.2.25
흑백
- 글쓴이
- 미야베 미유키 저
북스피어
넓은 세상에는 온갖 불행이 있다. 갖가지 종류의 죄와 벌이 있다. 각각의 속죄가 있다. 어둠을 껴안고 있는 사람은 오치카 혼자가 아님을, 뻔한 설교를 통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체험담을 들려줌으로써, 오치카가 뼈저리게 깨닫도록 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237-8p)
괴이 - 흑백 - 안주로 이어지는 삼부작 시리즈. 에도시리즈중에서도 이렇게 세권은 묶어서 그렇게 부른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괴이]가 단편으로 이루어진 귀신이야기들이라면 이 책은 한 주인공을 대상으로 주욱 한호흡으로 이끌어간다. 기이한 이야기에서 나왔던 것처럼 이번 이야기에도 기이한 이야기들을 들어주는 사람이 등장하고 그녀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비슷하다. 주이공이 마지막에 현실이 아닌 세계에서 죽은 사람들을 만나는 장면도 [미인]에서 보았던 장면과 비슷한 면이 있기는 하다.
에도시리즈의 귀신이 나오는 장면들이 그러하듯이 그들은 무섭다기 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안 되었다하는 마음이 먼저 든다. 귀신을 하나의 신적인 존재로 본다기보다는 우리와 같은 사람의 존재로 여긴다는 점도 비슷하다. 그렇게 본다면 이 시리즈 전체가 다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주인공이 다르고 이야기가 다르니 그 각 권마다 특징을 배제할수는 없다.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는 주인부부가 운영을 한다. 자식은 없고 그렇게 크지고 작지도 않은 어느정도 중간 급 정도 되는 업체이다. 그런 그들에게 어느날 조카딸이 온다. 그녀는 자신의 집을 떠나서 이곳에 머무르게 되는데 아이가 없는 부부는 조카를 맞아서 자신의 딸처럼 보살펴주기도 하지만 그녀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는 듯 보이고 오히려 하녀처럼 집에서 부리는 사람들처럼 일을 하겠다고 나선다. 그녀의 집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이었던 것일까.
주인 부부가 외출을 한 어느날 집에는 손님이 오고 그녀가 삼촌 내외를 대신해서 손님을 맞이한다. 그날 그녀에게는 전혀 상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게 된다. 삼촌을 찾아온 손님은 단지 바둑을 두러 온 것이었지만 마당에 피어있는 꽃을 보고 불현듯 옛날 생각이 났고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싶어졌다. 그 상대로 선택이 된 것은 주인 내외의 조카 오치카.
남앞에 나서기도 싫어했던 그녀는 무슨 생각인지 그 모든 이야기를 듣기에 이른다. 자신이 숨기고 있었던 모든 과거 이야기를 털어 놓은 손님은 들어주어서 고맙다고 돌아가지만 그 이후 숨을 거둔다. 그 날 이후 그녀는 '흑백의 방'이라 불리는 그곳에서 이상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손님을 만나게 된다. 삼촌은 왜 일부러 이런 이야기들을 할 사람을 모은 것이며 그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어떤 이야기들일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준 그녀는 어느날 자신에게 친절히 해주는 하녀 오시마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게 된다. 자신이 이곳까지 도망쳐 오게 된 이유. 자신의 눈앞에서 약혼자가 죽고 또 그 사건을 저지렀던 사람 마저도 자살을 하고 난 뒤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을 받은 그녀.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했을까 그녀는 더이상 그곳에 있을수가 없었고 도망치다 싶이 이곳으로 와서 숨었던 것이다.
누구에게도 털어 놓을 수 없는 이야기를 털어 놓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을까. 그녀는 더욱 삶을 살아가야 할 희망을 얻게 된다. 그런 그녀에게 도착한 오빠. 그들은 오랜만에 만나서 서로간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를 걱정하기에 이른다. 과연 오빠가 가져온 소식은 어떤 것일가.
에도시리즈에서는 귀신과 사람의 경계가 분명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사람이긴 하지만 어느때는 귀신이 씌여서 자신이 아닌듯 행동을 하기도 하고 분명 살아있는 사람이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해결해주는 인물이 나타나기도 한다. 가미카쿠시처럼 사람이 갑자기 없어지는 것을 귀신의 존재로 여기기도 하고 이에나리라고 해서 집이 흔들리는 것을 귀신을이 흔들고 있다는 표현으로 쓰기도 하다.
귀신은 실제로 있는 것일까. 영혼이라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가. 귀신은 무조건 악한 영들일까 아니면 그들 중에도 좋은, 착한 영이라는 것이 있는 것일까. 그들은 모두 죽은 사람들이 영혼이 되어서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들과는 전혀 다른 존재들일까. 사람들이 들어주고 믿어줌으로 인해서 힘을 얻고 존재한다는 귀신의 존재들. 에도시리즈를 통해서 그들의 존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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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