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

Kaze
- 작성일
- 2019.2.26
산책하는 마음
- 글쓴이
- 박지원 저
사이드웨이
나는 산책을 좋아한다. 굳이 산책으로 한정하지 않아도 걷는 것 자체가 좋아서 여행을 가도 꼭 걷기에 좋은 길을 찾아보곤 한다. 그렇다고 여행 속의 걷기와 일상의 산책이 같은 것은 아니다. 여행 속의 걷기는 내가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핸 호기심, 아름다운 것을 보는 재미 등을 안고 다니지만 산책은 목적 없이, 별 다른 생각없이 다리의 리듬에 맞춰서 움직인다. 어느 쪽이든 매력이 있다.
어쨌든, 이렇게 나는 산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책이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제목부터 당당하게 산책을 강조하고 있었고, 산책하는 마음이 지닌 다채롭고 깊은 의미, 산책의 극적인 비밀들을 이야기한다고 했다. 책 표지의 디자인도 마음에 들어서 기대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실망했다.
저자는 초반에 자기가 산책으로 책을 쓴다고 했을 때 주위의 표정과 반응이 하나같이 뜨악하고 어리둥절해 보이고 기획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고 했는데, 난 결국 그 말이 맞지 않았나 싶다. 산책하는 마음이지만 산책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개인적인 생각이나 철학을 얘기하며 어떻게든 산책과 이어보려고 노력하는 것 처럼 보였다. 물론 산책이란 것이 생각을 비우고 시작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정리해보는 시간이 될 수도 있고, 그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지만, 정말 산책의 의미와 비밀들을 기대하고 있었던 나에겐 흥미를 끌지 못했다. 또한 그냥 짧고 간결하게 써도 될 것 같은 문장을 말을 인용하고, 대구법 같은 형식으로 문장을 길게 늘렸다. 그 하나하나에 저자의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면 문학적 식견이 짧은 나의 탓이었겠지만, 내가 느끼는 건 책의 분량을 채워보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결국 전부 읽지 못했다. 읽지 못할 정도로 별로라거나 재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읽을 책이 여러 권 밀려있는 입장에서 이 책은 내 흥미를 전혀 끌지 못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다른 책을 펼칠 수 밖에 없었다. 챕터가 달라지면 신선한 내용이 나올까 싶어 읽던 챕터를 그만두고 그 다음 챕터의 내용을 읽어 보았지만 역시 원하던 내용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저자가 얼마나 산책을 좋아하는지는 책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의 아침 산책 코스의 농사 짓는 어르신, 삼학산의 능선, 천연의 공간, 약천사와 불상, 저 멀리 북한의 개풍군까지. 나도 걸어보고 싶었다. 특히 밤바다의 백사장 산책을 너무 좋아해서 새벽 한시가 넘는 시간까지 걷다가 길을 잃었는데 저 멀리 해얀경계초소의 군인들에게 발견되어 사이렌까지 울리고 그들이 비춰준 빛으로 길을 찾아 돌아갔다는 이야기는, 나보다 훨씬 산책의 고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산책은 흰 도화지로 시작해 산책을 하는 개개인의 생각과 행동으로 색칠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리해서 글을 쓰기도 힘들고, 읽는 나도 이해하기 어려웠던게 아닐까 싶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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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