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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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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의 정치학
글쓴이
정희진,권김현영,루인,한채윤 공저
교양인
평균
별점9.6 (9)
아그네스

"이 책의 목적은 미투 운동의 성장을 기록하고 이후를 모색하는 것"이다. 네 명의 저자는 연구모임 도란스의 구성원들로 오랫동안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폭력 문제를 연구하고 실천해온 연구자이자 활동가들이다. 그동안 펴낸 도란스 기획 총서는 <양성평등에 반대한다>(2017),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2017),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2018)이 있고 이 책이 네 번째다. 

 

  이 책은 2018년 8월14일 안희정 사건의 1심 재판 결과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젠더 인식부족과 성적 자기결정권이 어떻게 잘못 사용되는지 분석한다. 

 

  일상화된 폭력이 미투 운동을 통해 드러나게 된 배경은, 여성의 인권 의식이 높아진 점과 신자유주의로 인해 개인/시민으로 살 수밖에 없는 여성에게 직장생활이 필수가 된 점, 그리고 가장 큰 원인으로 남성 사회의 '적폐' 라고 파악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젠더에 기반한 폭력(gender-based violence)의 대표적이고, 가장 오래된, 가장 광범위한 현상이다. 젠더에 기반한 폭력은 강간 범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 시장에서 여성의 지위, 거대한 성 산업, 재생산권부터 지구화 시대의 국제 정치와 환경 문제까지 아우르는 사회현상의 가장 근본적인 매트릭스(母型)이다. (19p)

  따라서 미투의 원인과 구조, 의미를 이해하려면 젠더라는 사고 구조를 이해해야 하고, 젠더를 이해하지 못하면 미투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젠더에는 계급과 인종, 나이 등의 개념이 전제되어 있다. 

 

 젠더는 성별(性別) 혹은 성차별(性差別)로 번역할 수 있으나 성의 구분이 모두 성차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나는 '성별 제도'라고 표현한다. (91p)

 젠더(gender)에 해당하는 정확한 우리 말이 없어 젠더에 대해 '성별 제도'로 표현할 수 있다고 정희진은 설명한다.

 

모든 운동은 맥락을 이해할 때만 효과를 낼 수 있다. 미투 운동 역시 그렇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미투 운동의 핵심이 '위력'이며 그 위력의 작동 방식과 맥락은 젠더 인식 없이는 설명될 수 없다고 본다. 이 점이 이 책에서 안희정 사건이 주요 분석 대상이 된 이유다. (21p)

 

  안희정 사건의 1심 재판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성폭력 피해자의 '피해자다움'에 관한 것이었다. 재판부는 피의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업무상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로 파악하지 않고 남성과 여성의 관계로 파악했다. '여자 문제'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안희정을 옹호한 진보진영의 남성들처럼 재판부는 노동 시장의 성차별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의 문제로 재판해 김지은에게 "정조를 허용할 정도로 무서웠다면 (어떻게 다른 사안, 업무 관련해서는) 다시 질문도 하고 그랬냐?", '당신처럼 고학력의 스마트한 여성이 어째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김지은은 네 번 모두 명시적으로 동의한 바가 없으며 거부 의사를 표현했으나 무시당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김지은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했으나 위력이 행사되는 조건하에서는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지킬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위력이 존재하나 행사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정희진은 '여성에 대한 폭력은 젠더 질서에서 나'오기 때문에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심문을 받는다고 한다. 그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동의와 저항에 관해 묻는 우리 현실을 비판하며, 미투가 사회 운동이 되려면 생각의 틀을 바꾸어 가해자에게 질문하는 반(反)성폭력 운동을 할 것을 제안한다. 

 

성폭력은 남성과 여성의 권력 관계에서 남성과 여성의 상호작용, 행위성과 관련된 범죄다. 여기에 나이, 계급, 외모, 인종, 지역 등 다양한 요소가 상호작용한다. 문제는 젠더가 워낙 '습속'이다 보니 불법과 합법, 규범과 폭력, 정상과 비정상의 연속선에 있다는 점이다. 이 연속선상의 어느 지점에서 젠더를 문제화할 것인가는 그 사회의 역량, 개인의 문제 제기에 달려 있다. (98p)  

 

 <춘향전>에서 변학도에게 불려간 춘향의 사례를 들어 당대에 여성에게 요구되던 정조를 현대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문제로 파악하는 한채윤은, 춘향/여성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조건'이 선행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미투 운동과 관련해 젠더와 젠더 폭력의 개념에 대한 한국 사회의 혼란과 오해를 트랜스젠더퀴어의 시각에서 분석한 루인은, "젠더 폭력은 그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누구여야 하는지에 대한 가해자의 판단에서 발생하"는 점을 사례로 들어 "여성이 겪는 폭력은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여성이어야 해서, 여성으로 환원되면서 발생하는 폭력이 아닌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작년 한 해 동안 한국 사회는 물론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던 미투 운동의 이모저모를 분석한 이 책을 읽으며 젠더 인식과 폭력의 문제,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해 배운 점도 많았고 공감한 점은 훨씬 더 많았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와 닿은 머리말의 한 부분을 인용한다.

 

...현재 한국에서 젠더 전쟁의 주원인은 여성의 자각에 대한 남성 문화의 이해 부족, 즉 남성의 지피지기(知彼知己) 실패에 있다.

  성폭력을 남자들이 관리하지 못한 '사생활' 문제로 생각하는 것은 남자뿐만 아니라 그 남성들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여성들도 공유하는 인식이다. 성폭력은 남자들의 '여자 문제'가 아니라 남성 중심 사회가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여성의 권리에 기반해서 사고하는 데 총체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25p)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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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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