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1. 2015~2020

이미지

도서명 표기
역사의 역사
글쓴이
유시민 저
돌베개
평균
별점8.8 (274)
이야기

역사 교과서 외에 역사책을 읽어본 적이 없고, 이 책에 거론된 역사가들을 이름만 들어만 본 상태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한 권을 겨우 읽었을 뿐이다.)

 

"나는 역사가 문학이라거나 문학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훌륭한 역사는 문학이 될 수 있으며 위대한 역사는 문학일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이 책에서 다룬 여사서들을 읽으면서 나는 흥미로운 역사의 사실을 아는 즐거움을 얻었고 사실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기쁨을 누렸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귀하게 다가온 것은 저자들이 문장 갈피갈피에 담아 둔 감정이었다. 역사의 사실과 놀리적 해석에 덧입혀 둔 희망, 놀라움, 기쁨, 슬픔, 분노, 원망, 절망감 같은 인간적, 도덕적 감정이었다. 역사의 매력은 사실의 기록과 전승 그 자체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데 있음을 거듭 절감했다.(16쪽~17쪽)

 

저자가 느끼는 기쁨을 함께 느낄 수는 없었지만, 저자가 애정하는 역사가와 그의 저서들을 느낄 수 있었다. 함께 미움 받는 역사가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역사의 매력은 사실의 기록과 전승 그 자체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데 있음을...'이라는 글은 이 <역사의 역사>를 끝까지 읽을 수 있게 하는 문장이었다. 내가 아는 것은 없지만 저자가 말하는 이 감정은 나도 나눠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는 활자화 된 것, 인쇄화 된 것, 그러니까 책은 모두 진리와 진실만을 담고 있다고 믿었다. 크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하물며 역사를 담은 역사서는 모두 진실만을 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진실은 누가 아는 것일까? 김진명 작가의 소설 <고구려>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었다. 고구려 왕들에 대한 지나친 미화에도 거부감을 갖지 않고 읽다가 촛불혁명이 일어날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천 년 쯤 지나서 대한민국 2000년 대의 시기를 소설 혹은 역사책으로 쓰며 무조건 대통령들을 미화한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이 생각이 드는 순간 <고구려> 시리즈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소설도 그런데 역사를 쓰는 역사가의 어깨는 더 무거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부르짖는 랑케라는 역사가도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그의 오류를 탓하며 너무도 미워하는 듯 보이지만 말이다.

 

헤로도토스에게 역사 서술은 돈이 되는 사업이었고, 사마천에게는 실존적 인간의 존재 증명이었으며, 할둔에게는 학문연구였다. 마르크스에게는 혁명의 무기를 제작하는 활동이었고, 박인식과 신채호에게는 민족의 광복을 위한 투쟁이었다. 사피엔스의 뇌는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이지만 뇌에 자리 잡는 철학적 자아는 사회적 환경을 반영한다. 그들은 각자 다른 시대에 살면서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이야기를 남겼다. 그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즐거움과 깨달음을 얻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의 철학적 자아와 공명하기 때문이다. 민족주의자든 아나키스트든 마르크스주의자든, 식민지 시대 지식인들이 쓴 역사를 읽으면 가슴이 아리다. 그들이 살았던 사회적 환경과 오늘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같지 않은 데도 이러는 이유가 무엇일까?(212~213쪽)

 

우리가 역사를 읽든, 문학을 읽든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생각과 감정을 나누기에 드는 감정말이다. 랑케가 더욱 저자에게 미움 받는 이유는 오류탓도 있지만, 감정을 나누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역사를 역사답게 하는 것이 '서사의 힘' 또는 '이야기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의 꿈과 욕망, 사람의 의지와 분투, 사람의 관계와 부딪침, 사람이 개인이나 집단으로 겪은 비극과 이룩한 성취, 사람이 세운 권력의 광휘와 어둠, 사람이 만든 문명의 흥망과 충돌과 융합에 관한 이야기다. 변하지 않는 인간의 욕망과 본성, 예측할 수 없는 우연, 사회 제도와 자연환경이 뒤엉겨 빚어낸 과거의 사건들 가운데 당대의 역사가들이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을 언어로 엮어낸 서사다. 역사의 역사가 드러내 보이는, '발전'이라고 하는 몇가지 역사 서술 환경과 내용과 관점과 방법의 변화는 힘 있는 서사로 구현할 때만 독자의 생각과 감정을 움직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318쪽)

 

교과서로만 역사를 접해서 어렵게만 느껴졌었다. 언제나 역사는 외워서 시험쳐야 할 것들이었으니까. 다른 블로거분들의 역사 리뷰를 보며 재밌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방대한 역사를 읽는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기도 했다. 이 <역사의 역사>는 역사를 더욱 알고 싶고 읽고 싶게 만들었다. 위대한 역사는 문학일 수밖에 없다는 저자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 저자의 <나의 한국현대사>를 오늘 구입했다. 이 책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좋아요
댓글
4
작성일
2023.04.26

댓글 4

  1. 대표사진

    책찾사

    작성일
    2019. 3. 3.

  2. 대표사진

    이야기

    작성일
    2019. 3. 3.

    @책찾사

  3. 대표사진

    해맑음이

    작성일
    2019. 3. 3.

  4. 대표사진

    이야기

    작성일
    2019. 3. 4.

    @해맑음이

이야기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5.3.23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3.23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25.3.1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3.1
  3. 작성일
    2025.2.7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2.7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26
    좋아요
    댓글
    211
    작성일
    2025.5.26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27
    좋아요
    댓글
    144
    작성일
    2025.5.2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27
    좋아요
    댓글
    171
    작성일
    2025.5.2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