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수 리뷰

추억책방
- 작성일
- 2019.3.17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 글쓴이
- 매슈 워커 저
열린책들
지금도 변한 것 같지는 않지만 학창시절 유행했던 말이 사당오락이었다. 4시간 자면 대학에 합격하고 5시간을 자면 대학에 불합격한다는 이야기. 그런데 내 고등학교 시절 별명이 "잠보"였다. 동화 속 주인공 신데렐라가 밤 12시 마법이 풀리기 전에 집에 돌아가야 하는 것처럼 나는 마법이 걸린 듯 밤 12시만 되면 어김없이 눈꺼풀은 두꺼워지고 잠이 찾아왔다. 그렇게 억지로 잠을 참다보니 학교에서는 점심을 먹고 나면 어김없이 꾸벅꾸벅 졸음이 왔고 졸음과 사투를 벌이는 나를 보고 친구들이 지어준 별명이 "잠보"였다. 나는 ‘잠보’라는 별명을 듣기 싫어 졸음을 이기기 위해 그 당시 유행했던 졸음 쫓는 껌(검증도 되지 않은 껌)을 수없이 씹어봤고 얼음물에 세수, 팔굽혀 펴기, 시험 때는 각성제도 먹어보는 등 졸음 쫓는 민간요법은 다 동원하며 밤새 졸음과 사투를 벌였지만 결과는 언제나 패배였다. 운이 좋았는지 잠이 많던 그 "잠보"는 대학을 무사히(?) 입학해서 졸업 후 취직도 하고 결혼하여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잘 살고 있다.
수면 과학자 매슈 워커 교수의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는 수많은 연구와 여러 사례들을 통하여 "잠은 무엇일까"라는 원초적 질문에서부터, "우리는 왜 잠을 자야할까", "우리는 어떻게, 왜 꿈을 꾸는 걸까", "수면제에서 변모한 사회까지", "자느냐 안 자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주제로 총 5부에 걸쳐 잠에 대해 풀어 낸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수면에 관한 대중 인문 과학서이다.
저자는 책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수 많은 연구 결과 수면 적정시간은 7 ~ 8시간으로 적정 시간 잠을 자지 못하면, 면역계가 손상되어 암, 당뇨병, 심혈계 질환 등 각종 질병과 알츠하이머에 걸린 확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운전 시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의사들의 경우 레지던트 기간 동안 살인적인 근무로 인한 수면 부족으로 의료사고가 빈번히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우리 인간은 생물학적 하루 주기 리듬이 있고 사람마다 유전적으로 하루 주기 리듬이 다르다. 아침형 인간을 〈아침 종다리형〉, 저녁형 인간을 〈밤 올빼미형〉라고 부르는데 저녁형 인간인〈밤 올빼미형〉은 아침형 인간과 달리 현대 표준 업무 시간에 맞지 않아 만성적인 수면 부족으로 인해 건강 문제에 시달릴 위험이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현대 사회 시스템에 적응 못하고 있다는 남들의 삐딱한 시선에 혹시 상처 받고 있는 이 시대 모든 〈밤 올빼미형〉 사람들에게 이 책은 위안을 주는 듯하다)
잠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물질이 3가지가 있는데, 그 중 잠에서 중요한 전령이 되는 멜라토닌은 몸 전체로 어둠의 신호를 체계적으로 전달함으로써 잠 잘 시간 조절에 기여하는데 일단 잠이 들면 멜라토닌 농도는 자정쯤 높아지다가 아침 시간이 찾아오면 서서히 낮아진다고 한다(내가 고등학교 시절 자정만 되면 잠이 쏟아졌던 이유가 멜라토닌 때문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또한 잠과 관련되어 관심 가는 물질이 아데노신이라는 화학물질인데 깨어있는 내내 뇌 속에 계속 쌓이게 되고, 뇌에 아데노신이 쌓이면 자고 싶은 욕구가 커져서 수면 압박이 생긴다. 그러면 차츰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잠이 오기 시작하는데, 아데노신의 최대의 적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카페인이라는 물질이다. 카페인은 50%가 제거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다섯 시간으로 오후 7시30분에 저녁 식사 후 마신 커피 한잔이 오전 1시 30분에도 절반가량 남아 있어 계속 잠을 설치게 된다는 것이다.(만약 밤에 계속 잠을 설친다면 저녁에 습관적으로 마시는 커피 등 카페인을 먹고 있는 지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잠이 중요한 이유는 뇌의 수많은 기능들이 잠을 통해서 회복되고 잠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한 종류의 잠이 해낼 수는 없고, 잠의 각 단계인 얕은 렘수면, 깊은 비렘수면, 렘수면에서 뇌의 각기 다른 영역에 혜택을 준다고 한다. 특히 잠이 뇌에 제공하는 많은 혜택 가운데, 기억에 주는 혜택이 특히 중요하다. 학습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뇌가 새 기억을 만들 수 있도록 준비를 시키고, 학습이 이루어진 뒤에는 그 기억을 굳히고 잊어버리지 않게 막는다.(시험이 있다면 밤새 무리하지 말고 충분히 잠을 자 보자. 편안히 자는 동안 뇌는 필요한 정보를 정리하고 있을 테니깐)
나도 포함이 되는 이야기지만 보통 우리는 주중에 야근이나 회식으로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위해 주말에 늦은 시간까지 잠을 잔다. 그러면 주중에 쌓인 피로가 다 풀린 것 같지만 이 책에서 내내 이야기하고 있듯이, 잠은 신용카드 회사나 은행과 다르기에 뇌는 빼앗긴 잠을 결코 모두 되찾을 수가 없다고 한다.
"우리는 벌금을 내지 않고서는 빚을 쌓을 수가 없으며, 나중에 수면 빚을 다 갚을 수도 없다."
-p.422
매슈 워커 교수의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는 그 밖에 태어나기 전부터 유년기, 청소년기, 중년과 노년기 등 평생에 걸친 잠의 변화를 과학적 이론을 토대로 흥미롭게 설명해 주고 있으며, 아이패드. 공장사이렌, 밤술(알콜) 등 잠을 방해하는 요소들과 잠을 잘 수 있는 비결, 사회에서의 수면 문제를 다루는 등 잠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책 한 권에 담은 대중 인문과학서이다. 예부터 내려오는 “잠이 보약이다.”라는 말이 전혀 틀린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깨달으며 오래오래 건강하게 인생을 보내기 위해 수면 적정시간인 하루 7 ~ 8시간을 지키며(쉽지 않겠지만) 잘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부록으로 남긴 건강한 수면을 위한 열두 가지 비결을 끝으로 리뷰를 마무리한다.
◇ 건강한 수면을 위한 열두 가지 비결 1. 수면 시간표를 지켜라. 2. 운동은 좋지만, 너무 늦게 하지는 말라. 3. 카페인과 니코틴을 피하라. 4. 잠자러 가기 전에는 알코올 함유 음료를 피하라. 5. 밤에는 음식을 많이 먹지 말라. 6. 가능하다면, 잠을 못 이루게 하거나 설치게 하는 약을 피하라. 7. 오후 3시 이후에는 낮잠을 자지 말자. 8. 잠자리에 들기 전에 긴장을 풀어라. 9. 잠자러 가기 전에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하라. 10. 침실을 어둡게 하고, 차갑게 하고, 침실에서 전자 기기를 치워라. 11. 적절히 햇빛을 쬐어라. 12. 말똥말똥하다면 잠자리에 누워 있지 말라.
- p. 489 ~ 492
|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좋아요
- 6
- 댓글
- 92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