져니
  1. 내가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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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종이달
글쓴이
가쿠타 미쓰요 저
위즈덤하우스
평균
별점8.6 (100)
져니

처음 영화 포스터를 봤을 때부터 영화와 원작 소설 둘다 너무 너무 보고 싶었지만, 내일, 또 내일, 또 내일.. 그렇게 하루이틀 미루다가 관림시기를 놏치고 말았다. 영화관에 붙어 있던 포스터가 사라지고 난 후부터는 '달'은 '달'인데.. 무슨 '달'이였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져서 N형님과 D형님, 그리고 여러 인터넷 서점에서 '달'이라는 단어로 검색을 했다가.. 검색된 게 너무 많아서, 그리고 그걸 다 일일이 읽을 패기가 없어 거의 포기했었다. 그러다 작년에 우연히 다시 책제목을 알게 되어서 보자마자 바로 구매했다. 전처럼 또 고생하기도 싫고 대체 어떤 내용인지 몹시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읽는 동안은 시간이 꽤 걸렸다. 실화라고 하는데.. 내게는 전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읽는 내내 눈과 머리가 따로 놀았다. 눈은 글을 읽고 있는데 머리는...ㅡㅡ;;; 리카처럼 큰 부정을 저지르기에 나는 너무 소심한 인간이라 그런가, 아니면 20대 초반에 카드 만든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카드 돌려막기했던 경험 때문일까..흠..;;

카드를 만든 지 2년 조금 안 되었을 때 나는 대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동기들보다 2살이 많다 보니 모임을 소집하거나 회비를 걷는 것은 자연스레 내 몫이 되었다. 회비를 걷어서 모임을 해도 가끔은 술값이 모자를 때가 종종 있어서 일단은 내 카드로 먼저 계산하고 나중에 부족한 회비를 더 걷는 방식으로 했었다. 하지만 그 횟수가 잦아지고 나중에 걷는 회비가 잘 안 모여서 나중에 내가 정신차렸을 땐 있는 카드의 결제일을 서로 다르게 해서 모자른 60여 만원을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다. 지금 정신 안차리면 이러다 신용불량자 되는 건 한순간이겠구나 생각이 들어 한두 달 알바를 빡세게해서 한번에 다 갚아버리고 비상용 2개(만약의 응급실 및 등등을 위한)만 놔두고 나머지 카드는 다 잘라버렸다. 다시는 정신줄 놓지 않도록..;;; 여하튼 그때 이후로 나의 카드 결제 한도는 내 월급 이내다. 혹여라도 +α를 쓰게 될 때는 그 다음 달에 나올 보너스나 적금을 깰 생각하고 썼다.

여하튼 리카의 경우와는 많이 다른 듯하지만 비슷한 경험인데도.. 희한하게 현실감있게 와닿지가 않았다. 그렇게라도 다 퍼주고 싶은 남자가 없어서인가..?? 흠.. 하지만 뭣보다 내가 나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는 그런 상황을 견디지 못해서일 것 같기도 하다. 리카처럼 그렇게 큰 돈을 횡령하려면 용기는 둘째치고 그 상황을 스스로에게 자신이 납득을 시킬 수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나는 그게 잘 안 된다. 성격상 마감이 있는 걸 잘 못 견딘다. 그래서 서평이벤트의 기한도 아예 다른 일 다 제쳐두고 그 책부터 하던가 아니면 마감 당일 겨우 올린다. 그것도 겨우 감당하는데.. 그 이상은.. 어휴~ 상상도 안 되지만 상상을 하기도 싫다. 조마조마한 건 딱 질색이니까..

하지만 조금 궁금한 건 있다.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그 한계를 넘겨 소비를 하고서 리카들은 잠이 잘 왔을까? 잠을 잘 들었을까? 갖고 싶은 걸 갖게 되었을 때의 행복이 더 오래 갔을까, 갚지 못하는 불안감과 두려움의 공포가 더 오래 갔을까.. 내 것이 아닌 줄 알면서도 내 것이라 우기려는 그 마음의 맨 밑바닥은 어떤 것일까?

 

 

p.178

"뭐 사는데요?" 심드렁한 목소리로 묻는 고타는 삐친 꼬마 같아보였다.

"옷이랑 잡화랑. 쇼핑한 건 한꺼번에 택배로 보낼 거니까, 그때까지 들어주지 않겠어?"

리카는 삐친 꼬마를 달래듯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필요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고타 앞에서 돈을 쓰는 걸 보여야만 했다. 고타는 200만 엔을 내가 준비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 집 저축에서 꺼낸 거라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그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200만 엔을 준비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란 걸, 그런 생활을 하고 있다는 걸, 현실로 보여주어야 한다. 200만 엔을 받아든 그가 절대 상처 입지 않도록.

 

p.184

만약 이듬해, 1997년, 두 가지 사건이 없었더라면 히라바야시 고조에게도 야마노우치 부부에게도 눈치챌 일 없이 전액 다 갚고, 표면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지 않았을까, 하고 리카는 후에 생각하게 된다. 어느 쪽이든 한 가지만 일어났더라면 분명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 혹은 그 두 가지 일이 간격을 두고 일어났더라면.

거기까지 생각하다 보면 리카는 언제나 멍한 기분이 든다.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자신이 걸어온 길 곳곳에 '만약에'는 장치되어 있다.

만약에 아이 갖기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만약에 마사후미와 그런 얘기를 했더라면. 만약에 타운지의 면접에 붙었더라면. 만약에 나가쓰타에 집을 사지 않았더라면. 아니, 만약에 그 여름날, 부족한 5만 엔을 고객의 봉투에서 꺼내지 않았더라면.

리카는 무수한 '만약'의 끝에 '이렇게는 되지 않았을 거야'라는 생각을 계속했지만, 그러나 그 몇 개의 '만약'을 선택했다고 해도 '이렇게' 됐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보니, 망연해지다가 이어서 천천히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생각해봐야 소용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무수한 '만약'을 자신은 선택하지 않았고, 그리고 1997년, 거의 동시에 두 가지 일은 일어났다.

 

p.207

"나는 도저히 못할 것 같아. 내 용돈은 한 달에 5천 엔이어서 갖고 싶은 책이나 과자를 사다보면 언제나 한 달도 안 돼서 떨어지거든."

리카는 조그맣게 웃었다. "그걸로 됐어. 나 늘 생각하지만, 원가 하려면 철저하게 하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 밖에 없어. 잠깐 손을 댔다가 이내 빼버리는 것이 사람으로서 가장 옳지 않다고 생각해"라고 했다.

 

p.300

돌아갈 수 없다면 나아갈 수밖에 없다. 리카는 생판 남 일처럼 생각했다.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리카는 그 찌는 듯이 더운 날을 떠올렸다. 화장품을 사느라 일시적으로 5만 엔을 빌린 순간을, 점원에게 감사 인사를 받았을 때의 느낌을 잇따라 떠올렸다.

이때부터 그야말로 리카에게 금액을 적은 숫자는 뭔가 의미 있는 돈이 아니게 되었다. 단순한 덩어리가 되었다.

 

p.341

건너편 기슭은 페이사이라는 마을 같다. 그곳에서부터는 리카의 가이드북에 지도가 실려 있지 않다. 하지만 길이 있고 마을이 있다. 길이 이어지는 끝까지 가서 낯선 남자들이 이야기하던 것처럼 자신도 여권도 이름도 없이 산속에서 조용히 살 수 있지 않을까. 리카는 그곳에서 사는 자신을 그려보았다. 건너편으로 가는 것은 간단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그곳에서 사는 자신의 모습은 좀처럼 상상할 수가 없었다.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아 희미한 공포조차 느꼈다.

그러나, 하고 리카는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이미 강을 건너버린 게 아닐까. 이곳에 이렇게 앉아 있는 자신이 이미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모습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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