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연 닿은 책-일.고.십(고전)

박공주
- 작성일
- 2019.3.27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글쓴이
- 올리버 색스 저
알마
고전 책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선한 제목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솔직히 일고십에서 만나기 전에는 책 제목이 어떤 상징을 담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말 그대로 아내를 모자인 줄 알고 서 있는 아내를 머리에 쓰려는 듯한 남자가 등장한다.
소설이 아니다. 요즘 말로 실화이다.
이렇게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말고도, 자신의 옛날에 머물러 있는 사람, 자신의 다리를 보고 시체의 다리라며 던지다 침대에서 떨어지는 사람, 음악이 계속 들린다고 하는 사람 등 믿기지 않는 이들이 등장한다.
사고로 인하여 뇌에 이상이 생겼거나 원래부터 뭔가 좀 달라 소위 평범한 사람들과는 달리 현재의 상황을 인지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소감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1. 저자 올리버색스
저자 올리버 색스는 공감능력도 뛰어나고 상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던 의사로 보인다. 그가 만난 환자들이 왜 그런 상황에 놓였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기록하고 학계에도 알리고, 그러면서 또 그 환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각도에서 해결법을 찾아나가는 모습이 책임감 있으면서도 훌륭한 전문가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가 살았던 시대에 비해 의학기술은 훨씬 많이 진보했다. 그래서 그가 이 시대의 의학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면 더 빠르고 정확하게 환자의 파악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곘다. 하지만, 그의 환자를 대하는 모습은 그 어떤 의학기술로도 대신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보였다.
특히 소수를 게임 삼아 즐기는 쌍둥이 형제에게 다가가는 그의 모습은 환자를 단순히 나에게 치료 받아야하는 사람들로 보는 게 아니라 그들의 세계를 존중해 주는 훌륭한 어른의 모습이 보여 감동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냥 걔한테 말 걸어봤자 소용없어요라고 했던 폭력적 성향을 가진 자폐아이 호세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고 그의 그림에서 빛나는 면을 찾아내는 모습에서 또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환자 한 명 한 명에 대한 그의 눈은 병을 가진 자라기 보다는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서 힘들어하는 이로 인식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고민하는 것이 보였다. 치료가 되어 병이 사라진 것이 그에게 행복일까? 불행일까?까지 고민해 보는 모습도 마음에 남는다.
p.12
이 책에 등장하는 환자들은 상상을 뛰어넘는 나라를 여행한 사람들이다. 만일 그들이 가르쳐주지 않았다면 우리로서는 그런 불가사의한 나라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고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이 묘사하는 나라는 그만큼 불가사의한 나라이다.
그들의 인생과 여행에는 탁월한 소설적 요소가 숨 쉬고 있으며 그 때문에 나는 오슬러가 <아라비안나이트>에 비유해 쓴 글귀를 책 첫머리의 인용문으로 골랐다. 그리고 그 바로 그 때문에 임상 보고뿐 아니라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이다. 이러한 영역에서는 과학적인 것과 신비로운 것이 함께 얼굴을 내민다. 사실과 꿈 같은 이야기의 뒤얽힘. 이 책에 등장하는 환자들의 생애를 특징짓는 것은 그 둘의 뒤얽힘이다.
2. 평범함이 주는 안정
아이를 키우면서 제일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평범하게만 잘 자라다오가 아닐까 한다. 나도 모르게 다른 이와 비교를 하며 아이가 이상한 것은 아닐까를 걱정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리고 그 평범함이 쉽지 않다는 것도 깨달아 간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우리의 기준에서 평범하지 않은 이들이다. 바깥의 기준으로 당신은 평범하지 않아요,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예요라고 하지만, 실제 본인은 그것이 다른 사람과 다르고 자신이 이상하다고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희극에나 나올 법한 캐릭터들이 실제로는 누군가가 겪고 있는 현실이라는 점이 놀라우면서도 그런 현실을 빠져 나오느라 병을 앓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또 생각이 복잡해지기도 했다.
'병'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시간들이었다. 보통 때는 몰랐다가 결핍이나 과잉이 나타는 순간 이전의 자신이 될 수가 없다. 그 상황이 오히려 행복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무엇이 인간이게 하는지, 인간의 행복인지 계속 고민해보게 했다.
종교는 없지만, 이러한 일들은 어쩌면 신이 인간에게 던져주는 질문이 아닌가 한다. 다 안다고 착각하지 말라고, 그리고 어떤 면을 보느냐에 따라 불행이 행복이 되기도 행복이 불행이 되기도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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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