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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이안
- 작성일
- 2019.3.28
처음 읽는 신영복
- 글쓴이
- 이재은 저
헤이북스
키워드로 읽는 신영복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만나라, 여럿이 함께.’ 그는 우리가 제일 많이 배우고 가장 쉽게 배우는 대상이 사람이라고 했다. 사람이 최고의 교본이다. 우리가 제일 많이 만나는 것도 사람이고 만나서 제일 많이 말하는 것도 사람에 대한 이야기임을 강조합니다.(172면)
신영복 선생님의 글과 글씨, 그림을 좋아한다. 글씨는 ‘신영복체’ 내지 ‘어깨동무체’, ‘연대체’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글씨가 참 좋다. 한참을 보고 있어도 어색하거나 전혀 싫증나지 않는다. 보면 볼수록 그 깊이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선생님의 글씨는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기대어 어깨동무하고 있다.”는 표현이 참으로 적절한 것 같다. 선생님의 붓글씨도 붓글씨지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나무야>, <더불어숲> 같은 책들도 참으로 대단한 책들이다. 이 책들은 처음 접한 이후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곁에 두며 애독하고 있는 책들이다. 정말 어처구니 기막힌 사건에 연루되어 20년이란 긴 세월동안 옥살이를 하면서 어떻게 이런 주옥같은 아름다운 글과 글씨들을 썼나 싶다.
누군가의 욕심으로 인해 또 다른 누군가의 인생과 삶이 파멸된다. 우린 신영복 선생을 통해서 똑똑히 보았다. 김광석의 “부치지 않는 편지”를 들을 때마다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란 대목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저절로 신영복 선생님이 떠오른다. 이 노래의 가사 말은 오롯이 선생님의 삶을 두고 하는 말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억울한 옥살이는 온전히 시대의 아픔 그 자체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흔히 선생님을 두고 ‘시대의 양심’, ‘진짜 참된 어른’, ‘의인’이란 표현들을 쓰는데, 이 표현은 참으로 적절한 것 같다. 20여 년의 억울한 옥살이에도 분노 대신 절제와 공부, 성찰로 달관한 인격을 온몸으로 보여주신 신영복 선생님. 그는 이 시대의 퇴계, 다산이 아닐까 생각된다. 책을 읽던 중에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을 만나 소개 해 본다.
노동하지 않는 생명은 없음을 강조하는 신영복에게 노동은 곧 삶이며 존재 자체입니다. 그의 말대로 코스모스도 참새도 모두 노동하고 있습니다. 동식물만 그러한 게 아닙니다. 사람 또한 일생이 노동입니다. 농부의 농사짓는 일이 농부의 마음을 만들고, 어부의 고기 잡은 일이 어부의 마음을 만듭니다. 따라서 노동은 삶입니다. 노동을 못한다는 것은 삶이 지속될 수 없는 위기를 의미하고, 노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기 정체성을 버리는 것을 의미합니다.(60면)
거세지는 고용한파와 경기불황으로 취업이 어렵다 보니, 취준생(취업준비생) 못지 않게 구포자(구직포기자)들도 동시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취업하기를 단념하는 구직 포기자들.
일자리는 많은데, 본인이 원하는 일자리가 적을 뿐이다. 우리 할아버지, 부모님들은 학력이 좋거나 대학을 나오거나 하지 않았다. 그분들은 일자리를 가려 가며 일하지 않았다. 그저 삶을 위해 일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 청년들은 이 일은 내가 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할 수 없고, 저 일은 내 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없고, 또 저 일은 내 적성이 맞지 않아서 할 수 없다고 한다.
선생의 글에는 울림이 있고 감동이 있으며 깨우쳐줌이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의 선생을 좋아하고 따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선생은 이 시대 진정한 학인이자 참 선비였다. <처음 읽는 신영복>에는 ‘실천, 자유, 차이, 공존, 화화, 공부, 존재, 연대, 변방, 관계’ 등 10가지 키워드로 선생의 사상과 사유 등이 잘 정리되어 있어 이 한 책을 통해 선생의 철학 세계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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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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