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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
- 작성일
- 2019.4.3
처음 읽는 신영복
- 글쓴이
- 이재은 저
헤이북스
예전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고 감명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내용 중 책은 반드시 세 번 읽어야 한다는 글이 있었습니다. 먼저 텍스트를 읽고, 다음으로 그 필자를 읽고,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그것을 읽고 있는 독자 자신을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필자는 당대의 사회역사적 토대에 발 딛고 있으므로 그렇기 때문에 필자를 읽어야 하고, 독서는 새로운 탄생이므로 필자의 죽음과 독자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끊임없는 탈주(脫走)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독서는 삼독(三讀)이라는 것이죠.
이 책은 이러한 신영복 선생의 사상을 ‘실천, 자유, 차이, 공존, 화화, 공부, 존재, 연대, 변방, 관계’의 10가지 키워드를 각 장으로 나누어서 ‘담론’의 첫 번째 이야기인 ‘가장 먼 여행’에서부터 신영복 사상의 핵심인 ‘관계’로 선생의 사상을 따라 생각의 흐름이 이어지도록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이 책은 특히 각각의 키워드를 소개하면서 선생의 말씀을 인용하고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자, 맹자, 노자, 장자에서부터 헤르만 헤세, 하퍼 리, 장 폴 사르트르, 안토니오 그람시,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그문트 바우만을 거쳐 김남주, 김춘수, 정현종, 손택수, 하종오, 안도현, 박노해, 김진광, 윤동주, 김수영까지 동서고금의 문학, 역사, 철학을 끌어와 보다 심층적인 분석과 풍성한 해석을 덧붙임으로써 ‘신영복 사상’을 처음 접하는 이들도 입문서로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으면서, 폭 넓은 신영복의 담론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처음인 실천 편에 신영복이 ‘소외 구조에 저항하는 인간적 소통’이라고 명명된 공감에 대해서 논합니다. 즉 공감을 통해서 소외를 극복하자는 주장입니다. 공감의 시대라고 하고 소셜 네트워크로 어느 때보다도 공감이라는 말이 범람하지만 말은 넘치지만 실천은 희소하니 역설적으로 공감이 없는 세태가 되어 버렸다고 합니다. 공감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편견을 깨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신영복이 강조하는 것이 공부라고 합니다. 물론 이 공부는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니라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것 그리고 그 곳에 그 현장에 관계하는 연결이자 관계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공감에 대해서 이야기하다보니 인터넷에 떠도는 신영복 교수의 층간소음 해결법이 생각납니다. 신영복 교수도 한동안 층간소음으로 시달린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집 앞 놀이터에서 윗 집 아이를 만나 아이스크림을 사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 후로는 윗집에서 아이가 뛰어다녀도 괴롭기보다 아이 얼굴이 생각나면서 웃음 짓게 되었다고 합니다. 즉 아는 애가 뛰면 덜 시끄럽다는 것이죠.
우리의 의식은 단일민족이라는 우월감, 남성이라는 우월감, 이외에도 자본과 학벌과 권력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우월감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도, 사회도 다음 시대로 나아가려면 이러한 우월감을 청산해야 하는데, 이것을 일러 신영복은 탈문맥이라고 말합니다. 기존의 지배 이념을 넘어서야 변화와 창조가 가능해진다는 논리입니다.
이 책의 마지막 키워드인 ‘관계’는 신영복 사상의 핵심입니다. 그의 사상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여럿이 함께, ‘더불어’, ‘공감’, ‘연대’, ‘포용’, ‘관용’ 등은 모두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관한 것이라 합니다. 나와 다른 사람, 나와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이것이 그의 궁극의 고민이었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집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신영복의 책을 다시 한 번 꺼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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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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