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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ing
- 작성일
- 2019.4.10
독서의 기쁨
- 글쓴이
- 김겨울 저
초록비책공방
(띠링 띵) 겨울서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김겨울입니다. (웰컴 투 윈-털 북스토얼..)
영상의 시대에 책을 가지고 영상을 만드는 사람. 유튜버 김겨울이다. 내가 겨울서점이라는 채널을 알게 된 건 약 1년 전. 유튜브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던 어느 날이었다. 브이로그를 보다가, 뷰티 튜토리얼을 보다가, 웃긴 영상을 보다가, 아무 의미없는 정보성 영상을 보다가 지쳐버린 나는, 오아시스 속 사막, ‘겨울서점‘을 발견했다. 엄청난 양의 책이 꽂혀있는 책장을 배경으로 나긋나긋하게 말하는 그녀는 어딘지 모르게 따뜻하면서도 어두운, 오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때부터 나는 겨울서점이라는 채널의 구독자가 되었다.
사실, 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최근에 내 방 책꽂이를 한번 정리했는데, ‘이 책은 내가 작가이름, 주인공, 서사줄거리, 엔딩까지 모두 말할 수 있어’ 라고 하는 책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나는 책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래서 책의 본질보다는 책의 곁에 머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번 <독서의 기쁨> 책은 나에게 더 와닿는 책이 되었다. 책에 대한 책. 책의 곁에 머무는 책. 작가는 이 책이 ‘책과 함께 자라온 한 독자가 책에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서두에서 밝힌다. 재밌는 표현이면서도 이 책의 목적을 정확히 밝히고 있는 문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책을 너무 좋아하는 나머지, 책의 물성과 정신성에서부터 책과의 만남, 동거 그리고 책과 관련된 세계를 글로 써버렸다. 사실 책의 ‘물성’을 따진다는 것에 대해 나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 그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는데, 읽으면서 내가 신경쓰지 못했던 책의 표지, 구성, 글씨체, 종이의 무게와 질감, 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책이 내적으로는 ‘글’로서의 텍스트 구성, 짜임새, 문체, 메세지 등을 담고 있다면, 외적으로도 그 내용과 맞는 표지, 종이, 자간, 삽화 등을 갖추고 있어야 완결성 있는 ‘책’으로 존재하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 뿐만 아니다. 책과 관련하여 필사하는 법, 독서대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나긋나긋하고 차분한 그녀의 구어체처럼, 그녀의 문체 역시 차분하면서도 중간중간 피식,하고 웃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이 단순히 유명세를 얻은 유튜버의 자기계발서 내지는 형식적 출판물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책을 읽다보면 드러난다.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책의 목적, 책을 좋아하는 이유 등에 대해서 말하는 모습에서 나는 그녀가 얼마나 책을 사랑하고 진지하게 생각하는지를 발견했다. 그녀에게 책과 글은 인생을 건 정도의 의미를 가진 존재처럼 보인다. 읽으면서 인상깊었던 문구 몇 가지를 남긴다.
이 부족한 글에 동원된 거대한 책들에게 사죄와 존경을 바친다. (프롤로그 중에서)
피할 수 없는 고독의 시간에 자신과 마주하기 무서운 사람들에게 책을 권해보자. (‘가장 즐거운 유희활동’ 중에서)
부디 여러분,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마시고, 호기심을 잃거든 책이 선사한 회한과 우울의 바다에 빠져보시고, 그게 질리거든 즐거움의 바다에 빠져, 그렇게 오며 가며 오래도록 행복하시길. (‘책을 읽는 목적과 방법’ 중에서)
책에 대한 소유욕은 그래서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자 애정의 발로다. (생략) 이 소유는, 언제든 내가 세계와 연결되어 있음을 인정하고, 언제든 그 세계가 나를 재구성함을 허락하는 행위다. (‘책을 사는 행위’ 중에서)
또한, 책에 대한 이야기를 글이 아닌 영상으로 하는 그녀가 ‘유튜브’와 ‘영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유튜브는 아직 문법이 정리되지 않은 매체다. 그것이 유튜브의 다양성을 담보하기도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질이 떨어지는 영상을 굳이 보는 수고를 들였다가 후회하는 경우다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책은 오랜 시간의 역사를 가진 매체답게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한다. 여러분 구관이 명관이다. 구관은 여러분을 배신하지 않는다.” (‘가장 즐거운 유희활동’ 중에서)
그러니까 이건, 몸부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활자 시대의 종언을 듣고 싶지 않아 저 멀리 떠나는 영상 세대에게 보내는 구조요청인지도 모른다. 아직 활자는 살아있다고, 그러니 데리고 가라고. (‘북튜브, 북튜버’ 중에서)
그녀는 분명히 알고있다. 영상이 이 시대의 매체임을. 그리고 활자가 시대에 조금 뒤떨어진 매체인 것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글을 쓰고 책을 사랑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영상을 만듦과 병행한다. 나 역시도 영상에 관심이 많고, 영상을 진로로 삼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영상을 잘하는 사람과 글을 잘 쓰는 사람이 구별될 수 있을까? 물론 시청각 매체인 영상에 특화된 사람과, 문자를 매개로 의사를 전달하는 글에 특화된 사람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영상과 글은 모두 ‘매체’이다. ‘소통’ 이고 ‘전달’, ‘구성’ 이다. 나는 그녀 역시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영상과 글 모두의 손을 놓지 않되, 글이라는 매체와는 조금 더 손을 꽉 잡고 있는, 그래서 활자의 편에 조금 가까이 선, 작가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이북리더기로 읽었다. 가벼운 에세이 정도일거라는 생각에 구매하지 않고 ‘밀리의 서재’에서 빌려 읽었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나는 이 책을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내 책장에 앉혀놓고 싶다는 생각. 곁에 두고 책에 대해 고민하며, 책에 더 가까이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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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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