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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난
- 작성일
- 2019.4.15
안주
- 글쓴이
- 미야베 미유키 저
북스피어
아빠가 겉표지를 보더니 물으신다. 안주냐? 아빠 그 안주가 아니라 안주라고... 아, 그 안주.. 나 또한 몰랐다. 안주가 어떤 안주인지 말이다. 책을 한참을 읽고야 알았다. 안주가 어두울 暗에 짐승 獸자를 써서 한자로는 암수라고 읽는 것을 일본어로 하면 안주라고 읽힌다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어느것과도 맞지 않은 안주. 그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미야베 월드 제2막이라고 이름붙여진 에도시리즈는 기이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그 중에서도 [괴이] - [흑백] -[안주] 이렇게 세편을 모아서 시리즈 속의 변조괴담 시리즈라는 말을 붙여 놓고 있는데 그만큼 연결성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흑백과 안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흑백은 조금 더 무거운 이야기를 담고있고 안주는 조금은 더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이 다를까. 흑백에서의 주인공이 그대로 연결되기도 한다.
약혼자가 죽고 그 사건을 감당하지 못해서 친척집에 오게 된 오치카. 주인집 아가씨라기보다는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있겠다고 하며 열심히 일을 한다. 어느날 주인인 숙부를 대신해 손님을 맞이한 오치카는 그로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거기에서 착안을 한 친척은 괴상한 이야기를 듣는 대회를 연다며 이상한 이야기를 할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한다.
결국 이야기를 듣는 것은 오치카의 임무가 되어 버렸는데 사람들은 자신들만 알고 있었던 괴이하면서도 슬프고 누군가에게 말하기 어려운 사건들을 그녀에게 말해 놓는다. 이 곳의 일은 말하고 버리고 듣고 버린다는 모토에 맞게 그녀에게 털어놓은 사람들은 가뿐한 마음을 안고 돌아가는데 그 일이 잘못되어 자신마저도 위험한 상황에 몰리기도 했었다.
여전히 사람들의 기이한 이야기들을 들어주고 있는 그녀. 사건에서 얽혔던 인연으로 만난 남자와 잘 되기를 바랐으나 그 일의 결론은 아직 등장하기에는 이른 듯 하다. 단지 그쪽에서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오치카는 섣불리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다. 그런 그와 그녀가 꽃구경을 나서게 된다.
음식점에서 이웃을 만나서 인사를 하지만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오치카. 숙모님게 사연을 물어보지만 그집 딸이 결혼을 할 때까지만 기다려달라고 한다. 남들보다 늦은 결혼, 거기다 결혼이 여러번 성사될 듯하면서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로 미루어보아 분명 무언가 있음에 틀림없다. 우여곡절 끝에 조용한 결혼식이 치뤄지고 그 집 안주인은 오치카에게 와서 자신의 딸과 관련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원래 쌍둥이였다는 딸, 그리고 그 딸은 자신이 낳은 딸은 아니라면서 오래전 이야기부터 풀어놓게 된다. 어떤 이유로 그 딸은 이곳에 오게 된 것이고 무엇때문에 결혼이 늦어지게 된 것일까.
사람은 모두 거짓말쟁이다. 사소한 충돌에서도 쌍방이 각자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일을 왜곡하며 주장하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이득이 되는 일에는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들고, 일을 그르치면 시종 변명을 늘어놓거나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려고 한다. 옹졸하고, 교활하고, 한심하다. 그런 주제에 욕심은 많다. (358p)
한 사람의 저주가 얼마나 큰 힘을 가져 올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이야기이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손녀인데 그런 저주는 조금은 심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하는 한편 살아있는 사람들이 죽은 영혼에게 너무 고분고분해준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 또한 생기게 된다. 처음부터 대등하게 맞선다면 오히려 그렇게까지 끌려오는 일은 없었을텐데 말이다. 책의 제목과 똑같은 이야기 <안주>는 왠지 다 읽은 후에 마음이 짠해진다.
[흑백]에서의 집이 강력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서 모든 사람들을 다 삼키는 그런 저주를 가지고 있었다면 [안주]에서의 집은 그 형상대로가 아니라 그 속에 살고있는 안주 구로스케로 인해서 더욱 따스함을 준다.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사람들의 곁에 있고 싶었던 구로스케, 실제로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실체를 가지고 있고 단모음밖에 말하지 못하지만 그렇게라라도 의사소통을 하고 싶었던 구로스케. 그녀석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부부가 있었으니 그렇게 행복했을 것이다. 수국이 많이 피어있어서 수국의 집이라고 불리웠지만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았던 집에 사람이 살게 되니 자신도 반가와서 더욱 그들의 곁에 있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녀석의 마음을 알고 같이 살았지만 그녀석을 위해서 그곳을 떠난 주인부부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 혼자 남겨질 그녀석의 모습을 생각하니 짠하기도 하고. 귀신이나 영적인 존재라고 해서 무조건 나븐 것이 아님을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계속 보아왔다. 무언가 원망을 하거나 또는 할말이 있거나 또는 자신들이 지켜주고 싶은 존재가 있다거나, 괴이한 존재는 저마다 여러가지 이유들로 우리 주위에 남아 있는 것이다.
한권씩 읽어갈 때마다 이야기속에 숨겨졌던 존재들이 살아이서 이 곁에서 움직이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 존재들이 무서운 경우라면 다시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버렸으면 하지만 왠지 마음이 짠하거나 귀여운 존재라면 그녀석들은 이 근처에 남아서 나를 좀 도와주어도 좋지 아니한가 하는 생각도 여러번 하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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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