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4월 리뷰

앤의 정원
- 작성일
- 2019.4.21
오늘도 중심은 나에게 둔다
- 글쓴이
- 오시마 노부요리 저
윌북(willbook)
재작년부터 1년 동안 읽은 책을 대상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나만의 도서 대상 시상식'을 하고 있다.
이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책들은 블로그 명예의 전당에 오른다.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이라 널리널리 알릴 생각은 없지만 일상에서 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나에겐 무척 중요한 행사다.
그런데, 못해도 1년에 100권 이상의 책을 읽다 보니 정리하는 것만도 큰일이라 올해부터는 매달 읽은 책 중에서 베스트를 선발하고 있다.
1월은 《거울 속 외딴 성》, 2월은 《공부머리 독서법》, 3월은 《사악한 소년》이 베스트를 차지했다.
4월은 아직 많이 남긴 했지만 아마 이 책이 4월의 베스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마음속의 괴로움과 그에 대한 심리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수많은 심리 서적들을 읽어왔다.
하지만 이런 식의 해법과 방법을 알려준 책은 처음이다.
지하철에서 읽으면서 '이거다!' 싶었다.
'책은 도끼'라는 박웅현 작가님의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나에게 짧지만 강력한 한 방, 아니 몇 방을 날려준 이 작고 소박한 책, 본격적인 서평을 쓰기도 전에 그냥 추천부터 하고 본다.
이 책의 저자는 25년간 8만명의 사람들과 상담을 해 온 심리 상담 전문가이다.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거나 목표를 가지게 되는 계기는 여러가지가 있다.
특별히 어떤 분야에 재능이 있거나 잘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 방면으로 약하거나 트라우마가 있으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분투하다 남들보다 뛰어나게 되는 사례도 있다.
저자의 경우엔 후자쪽이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일명 왕따에 가까웠고, 자라서도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고 한다.
책속에 간간이 실려 있는 저자의 경험담을 읽으면서 가벼운 충격을 받았다.
이런 사람이 심리 상담 전문가가 되었다고?
아마 절실했을 것이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사람의 마음에 대해 연구하고, 그것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심리상담가가 되었을까.
저자만큼은 아니지만 인간 관계가 가장 어렵고, 스스로의 마음 잡기가 힘들었던 과거가 나에게도 있었기에 이 책이 더 절절하게 다가온 것 같다.
이 책의 핵심은 인생의 중심을 남이 아닌 자신에게 두라는 것이다.
이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
알고는 있다.
단지 남들과의 부딪힘 속에서 제대로 실행이 안 될 뿐이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책에서도 비슷한 얘기들이 많이 나왔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방법들도 제시한 것 같다.
하지만 읽을 때 뿐이었고, 뒤돌아서서 며칠이 지나면 다시 예전 상태로 돌아갔다.
그렇다고 그 책들의 내용이 엉망이었다는 건 아니다.
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던 이유는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가슴속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뭔가 마음을 뒤흔들만한 지점이 없었다.
그런데 이 책에는 내 마음에 지진이라도 난 듯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내용이 있다.
우리 마음 속에는 긴장 스위치라는 것이 있는데 어린 시절 보호가 필요한 시점에 방치된 경험이 자주 있으면 이 긴장 스위치가 고장나 버린다고 한다.
긴장 스위치가 고장 난 사람은 인생의 중심이 내가 되지 못하고 타인의 지배하에 놓이기 쉽다.
왜냐하면 긴장도가 남들보다 몇배는 높기 때문에 늘 남의 눈치를 보게 되고, 다른 이들의 시선이나 말, 행동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내 생각이 아니라 남의 생각이 더 중요하다.
중요한 순간에도 자신의 판단을 믿을 수 없어 남에게 의지한다.
이런 이들이 상대를 지배하기 좋아하고, 고압적인 타인을 만나게 되면 고양이 앞의 쥐 꼴이 되는건 시간 문제가 된다.
나는 이 '긴장 스위치'라는 부분에서 크게 흔들렸다.
저자처럼 나도 어린 시절 집에 혼자 있는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을 맞벌이,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동생은 다른 집에 맡겨져 있었기 때문에 나는 늘 혼자였다.
지금 생각하면 아동 학대에 가까울 정도의 방치였던 것 같다.
아마 그 시절에 지금처럼 컴퓨터나 유튜브 같은 매체가 있었다면 아마 나는 크게 망가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나는 책에 빠졌고,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을 비교적 건전하게 잘 보내긴 했지만 그 시절, 알게 모르게 겪었던 불안과 무서움이 미친 영향은 자라서도 나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나는 긴장 스위치가 아주 망가지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손상을 입은 건 틀림없다.
늘 낯선 이들 앞에서 지나치게 긴장하는 것이 낯가림 때문이라 생각했었기에 이 발견은 정말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나는 낯을 가려서 긴장한 것이 아니라 긴장 스위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남앞에서 전전긍긍했던 것이다.
남의 눈치를 보게 되면 내 선택과 결정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진다.
한때 나도 그랬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남에게 우습게 보일까봐, 아니 이미 우습게 보인다고 생각해버린 적이 많다.
그러니 점점 남앞에서 말수가 적어지고, 결국엔 그들의 결정대로 따르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만약 내가 자의식이 전혀 없었다면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매사에 호불호가 명확한 편이다.
그런데 남들 앞에서 내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늘 끌려가게 되니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래서 아예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 쪽으로 행동 결정을 한 적도 많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가끔, 특정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긴장 스위치가 풀려 버린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말 그대로 멘붕에 빠져 버리는 사태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 해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바로 자기 마음과 대화를 하라는 것이다.
'뭐? 마음과 대화를 해?'라며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와 대화하는 것은 자기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짚어준다.
책을 읽고 정말 그런가 싶어 나도 몇번 시도를 해 보았는데 정말 효과가 있었다.
특히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마다 생각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지 못하도록 외치는 몇 가지 단어들이 와닿았다.
타인의 부정적인 말과 시선, 행동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자아 방벽!', 다른 이들의 부정적인 생각이 나에게 스며들어 올 때 균형을 잡는 '지혜와 힘의 조정!'
진짜 그런게 효과가 있을까 싶은 분들은 이 책을 읽고 한번 시험해 보기 바란다.
나는 정말로 효과 만점이었다.
이 책에서 알게 된 또 다른 놀라운 사실은 뇌 네트워크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는 내가 하는 생각은 내 머릿속에서만 나온 것이라는 믿음이 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과학적인 근거를 댈 수는 없으나 같은 조직이나 장소, 환경에 놓인 사람들에겐 뇌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내 머리속에 떠오르는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나 인식은 다른 이들의 머리 속 생각이 흘러 들어온 것이라는 얘기다.
처음엔 잘 이해가 안 가고, 믿을 수도 없었지만 이것 역시 내가 직장에서 시도해 본 결과 어느 정도 '그렇다!'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면 책을 읽어 보시길.
작고 소박한 책이지만 책이 주는 울림이 대단했다.
저자 자신의 경험이 녹아 들어가 더욱 신뢰와 믿음이 간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읽었던 그 어떤 책에서도 알 수 없었던 여러 내용들이 들어 있어 무척 참신했다.
삶의 중심을 나에게 둔다는 것은 '천상천하 유아독존'과는 다르다.
'나에게만' 둔다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둔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타인들에게 숱하게 휘둘려 온 경험자로써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스스로의 마음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인생에서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달았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 자신이다.
그런데 우리중에 정말 이렇게 살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인터넷과 SNS 때문에 요즘은 더욱 이렇게 살기가 힘들어진 것 같다.
남의 말이나 시선에 위축되고, 인간 관계 속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이들에게 특히 이 책을 추천한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