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의학

사랑지기
- 작성일
- 2019.4.30
아름다움의 진화
- 글쓴이
- 리처드 프럼 저
동아시아
저자 리처드 프럼 교수는 예일대 조류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그는 30년 이상 조류를 관찰하면서 깨달은 자연의 성선택과 그 아름다움을 독자에게 온전히 전해준다. 책에는 각양각색의 새들이 아름다움을 뽐내는 모양이 인간 세상마냥 한껏 펼쳐진다.
생명과 진화의 역사 한복판에는 ‘아름다움’이 있다. 조류 중에 특히 공작새와 원앙이 여기에 어울리겠다.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화려한 아름다움으로 무장한 이들은 교미의 횟수는 많을지언정 생존에는 유리하지 않다. 더군다나 원앙은 교미 후 먹튀(?)할 정도로 암컷과 자식에 대한 애정이 거의 없다. 부부사랑의 상징으로 알려진 원앙의 실제 모습이 우리가 생각하던 것과 많이 다르다.
저자 리처드 프럼(Richard O. Prum) 교수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이 책은 내게 새틴바우어새(Satin Bowerbird)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컷 바우어새는 구애를 위해 '바우어(bower)'라 불리는 아름답고 독특한 구조물을 만든다. 수컷은 바우어 앞마당에 갖가지 재료로 한껏 장식해놓고 암컷을 유혹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암컷이 자신의 선택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수컷 오리와 암컷 오리는 오랜 기간 성결정권을 놓고 싸워왔다. 수컷이 강제로 교미할 때면 암컷은 목숨을 걸고 저항한다. 그 결과 수컷의 페니스는 지나치게 길어졌고, 암컷의 질은 미로같이 복잡해졌다.
바우어새는 오리와 달리 독특한 진화를 보였다. 수컷들은 ‘고도로 자극적이고 흥미진진하고 활동적인’ 구애를 통해 암컷에게 완벽한 주도권을 넘겨주었다.
특히 진입로형 바우어(사진)의 경우 진입로는 암컷이 몸을 겨우 들여놓을 정도로 좁다. 만일 암컷이 자세를 취하지 않았는데도 수컷이 뒤에서 강제로 교미하려고 할 경우 암컷은 재빨리 전진하여 날아가버리면 그만이다. 수컷은 바우어의 벽 사이를 그만큼 빨리 통과할 수 없으므로 곧바로 암컷을 따라갈 수 없다.
진입로형 바우어(avenue bower)
수컷 새틴바우어새는 진입로형 바우어를 지으며, 주변에서 발견한 감청색 물건으로 앞마당을 장식한다.
뉴기니 서부에 서식하는 보겔콥바우어새의 수컷은 오두막집 모양의 앞마당에 이끼 정원을 조성하고, 신기한 물건과 재료들로 장식한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빨간 과일, 녹색 곰팡이가 슬어썩은 나무부스러기, 새까만 숯과 곰팡이와 썩은 과일, 프레이키네티아(Freycinetia) 덩굴의 빨간 꽃, 딱정벌레의 반짝이는 겉날개, 블루베리, 앰버트리의 끈끈한 분비물이 놓여 있다.
본문에서 바우어새에 대한 저자의 묘사는 너무나 세밀해서 마치 바우어새가 구애를 위해 아름다운 바우어를 짓고 있는 모습을 눈앞에 보고 있는 듯하다.
자연의 ‘성선택’을 연구하면 인간 세상의 성역할을 둘러싼 갈등과 해법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여성의 성적 자율성을 존중받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외치는 여성의 목소리가 크다. 그 이유는 뭘까.
저자는 "여성의 배우자 선택이 성적 자율성을 크게 발달시킨 것은 맞지만, 뒤이어 진화한 인간의 문화가 성별 갈등을 야기하는 새로운 문화적 매커니즘을 등장시켰다"고 지적한다. 이어 "현대 여성들이 오랜 세월 진화를 통해 얻은 성적 자율성을 완전히 향유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주범은 '가부장제도'의 진화"라고 말한다.
남성이 사회의 통제권을 장악하면서 문화 이데올로기를 통해 여성의 성적 자율성을 억압하고 남성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자연계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아름다움의 대부분은 무의미하고 임의적이며, 선택자에게 칭찬받거나 선호될 기회를 제공하는 것 외에 아무런 이득도 없다.” - 228쪽
오늘날 우리는 새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으니 '아무런 이득'도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표지를 보라. 암컷을 유혹하는 수컷의 깃털마냥 화려하기 그지없다.
겉표지와 띠지를 헤치면 소박한 디자인을 한 속표지가 나온다. 다행스런 것은 독자에게 실속이 더없이 크다는 점이다. 일독을 적극 권해드린다!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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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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