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에 쓴 리뷰들

異之我...또 다른 나
- 작성일
- 2019.5.2
아름다움의 진화
- 글쓴이
- 리처드 프럼 저
동아시아
각설하고, 다윈은 '진화론'을 주장하였다. 하지만 '진화론'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증거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진화론'의 결론은 간단하다. '모든 생물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한다'는 뜻이다. 이 말이 조금 어렵다면 '적자생존'이라는 말로 이해하면 좀더 수월할 것이다. '환경에 적응한 생물만 살아남는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반대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생물은 멸종한다'...뒷말이 더 여운이 남는 건 무엇 때문일까? 암튼, 이 모든 걸 종합하면 [자연선택]으로 귀결이 된다.
그러나 [자연선택]만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이 있다. 다윈을 토 나오게 했던 바로 그 동물, '공작'이다. 이를 살짝 설명을 해본다. '진화론'의 실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존'이라는 매커니즘을 이해해야만 한다. 즉, 살아남기 유리한 조건을 갖춘 생물만이 환경을 적응하고 종족 번식을 할 수 있다는 매커니즘 말이다. 그런데 공작은 이런 설명이 통하지 않았다. 수컷의 꽁지깃이 하릴없이 길고 거추장스러웠기 때문이다. 다윈은 생각했다. '도대체 저런 꽁지깃을 달고도 천적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암컷 공작은 수컷의 화려한 꽁지깃에 반해서 짝짓기를 하려 했다는 사실에 도달하게 된다.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자연선택]의 부족함을 채워서 [성선택]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성선택]이라는 건 참 절묘했다. 다윈의 토를 멈추게 할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다윈은 <종의 기원>이라는 책으로 [자연선택]을 설명하였고,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이라는 책으로 [성선택]을 설명하며 '진화론'의 매커니즘을 완성하였다.
그런데 '진화론'이 인정받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아직 '유전자'와 'DNA 구조'를 밝혀내기 전이었기 때문에 진화의 매커니즘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내기가 힘들었던 탓이다. 그나마 멘델이란 수도사가 1856~1863년까지 '완두콩 교배'를 실험하여 1865년과 1866년에 두 차례로 나누어 논문을 발표했지만 이를 '멘델의 유전법칙'이라고 정리한 것은 한참 뒤인 1915년이었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한 해가 1859년이었으니 '멘델의 유전법칙'을 참고만 했더라도 더 이른 시기에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겠지만 안타깝게 다윈은 멘델도 몰랐고 멘델이 발표한 논문은 보지도 못했단다. 여튼, '진화론'은 종교계의 반발로 인해 널리 인정 받지 못했고 소수의 지지를 받으며 오랜 논쟁의 물꼬를 트고 말았다.
그러나 진리는 언젠가 인정 받기 마련이다. 소수의 지지자들의 똘끼 충만한 '극성'(?) 덕분인지는 몰라도 과학계에서 '진화론'이 서서히 인정받고 자리 잡기에 성공했다. 심지어 과학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까지 '진화론'은 널리 쓰이며 다양하게 써먹힐 지경이었다. 그런데 '진화론'이 인정받으면서부터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하였다. 바로 '진화론'은 인정하지만 [자연선택]만 인정하고 [성선택]은..쪼끔 성(性)스런 부분이 있으니 과학계에서 '퇴출'이 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그것도 다름 아니라 다윈과 함께 '진화론'을 공동으로 발표했다고 알려진 '월리스'가 앞장서서 다윈의 [성선택]은 틀렸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대중들도 다윈의 <성선택>은 '문란하고 난삽하며 추잡한 내용'이 담겼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철저히 외면 받았다. 무려 100년이 넘게 말이다.
그런데 또 여기엔 묘한 점이 있다. 또 다시, 종교적 이유 때문이었다. 아니, 순수한 종교적 이유가 아니라 믿음의 방식' 말이다. 마치 자신이 믿는 신이 하나인 것처럼 '과학적 설명' 또한 '유일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다윈의 [자연선택]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성선택]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상한(?) 논리로 '진화의 매커니즘'을 오로지 [자연선택]만으로 이해하고 증명하려고 했던 것이다. 무려 100년이 넘게 말이다. 이를 테면, 암컷 공작이 화려한 꽁지깃을 가진 수컷만으로 고집하는 까닭을 '험난한 환경에서 천적들에게 잡아먹힐 확률이 저렇게나 높은데도 하릴없이 길고 화려한 장식을 가진 수컷이니 생존에 유리한 무언가를 가진 것이 틀림 없기 때문에 암컷의 선택을 받게 되었다'라고 길게 설명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설명이 바로 [자연선택]에서 '수컷 공작의 화려한 꽁지깃'을 설명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성선택]적 관점으로 '공작의 꽁지깃'을 설명한다면 그냥 '아름답기' 때문에 암컷이 반했다라고 설명이 가능하다.
진리는 언제나 단순한 법이다. 굳이 '오컴의 면도날'을 예로 들면 더욱 그렇다. '두 가지 설명이 모두 맞다면 더 단순하고 쉬운 설명을 고른다'. 이건 [자연선택]으로도 설명이 가능하고 [성선택]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면 단순명료한 설명이 더 진리에 가깝다는 얘기다. 좀더 [성선택]을 이야기해보자. 새들도 '아름다움의 기준'이 있다면 더 아름다운 이성을 고를 거라는 설명은 매우 명쾌하다. 그걸 굳이 '아름다운 신체가 건강하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복잡한 설명할 필요도 없이 '내 눈에 콩깍지가 씌인다'면 그게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새들의 그 기준이 인간의 경우와 일치 할지 안 할지는 더 연구를 해보아야 하겠지만 적어도 '짝짓기'에 대해서만큼은 [성선택]적 설명만큼 명쾌한 것이 없다. 그렇지 않은가?
물론 [자연선택]이 틀렸고 [성선택]이 옳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생존법칙'에 대해서는 [자연선택]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짝짓기'를 설명하려면 [성선택]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옳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인간의 경우에도 그렇지 않은가? 인간의 종족번식을 '생존' 개념을 적용해서 설명할 수도 있다. 남자의 '경제적 능력'이 높을수록 여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져서 '종족번식의 기회'가 더 많다는 [자연선택]적인 설명도 가능하다. 그러나 매력적인 이성에 끌려 자기도 모르게 '종족번식'을 실천하게 되는 경우에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성의 '경제적 능력'을 검증하지도 못했는데, 또 안락한 노후생활과 자식을 잘 양육할 수 있는 이성인지도 체크하지 못했는데 '종족번식'에 열을 올리게 되는 경우를 어떻게 설명하겠느냔 말이다. 그래서 다윈도 [자연선택]의 부족함을 [성선택]으로 보완하려 했다. 이 둘을 서로 갈라놓고 따로 설명하려 했던 오랜 노력(?)이 부질없어 보이지 않은가.
아, 물론 이 책의 내용은 온통 '조류'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본다. 이 책의 길고 긴 '조류 이야기'는 아무리 책읽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도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다. 본 적도 없는 새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와 그런 새들의 일상까지 과학적 논쟁으로 설명하고 또 설명하려드는 글쓴이의 고약함(?)을 견딜 독자들이 과연 얼마나 될런지...그래서 유용한 팁을 하나 알려드린다면, 이런 과학책은 절대 '연역적인 방법'으로 책을 읽으려하지 말고, '귀납적인 방법'으로 읽기를 권한다. 왜냐 하면, 연역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개별적인 단서들을 모아모아서 최종결론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는 방식인데, 귀납적인 방법은 먼저 최종결론을 내리고 난 뒤에 그 결론에 맞는지 안 맞는지 확인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진화론'과 같은 '확연한 증거'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는 내용들을 읽을 때에 적합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암튼, 다윈의 '진화론'을 총정리할 수 있는 유익한 책이었다. [자연선택]과 [성선택]으로 증명할 수 있는 '진화론'의 깔끔함 말이다. 아, 끝으로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이라는 책보다는 이 책을 권한다. 이유는 '말할 것도 없다.'
예스24를 통해서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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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