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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 작성일
- 2008.10.31
외딴집 (하)
- 글쓴이
- 미야베 미유키 저
북스피어
나는 에도시대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하다. 책을 완독한 지금도 에도시대의 계급이름이라던가 문화라던가 하는 것을 물어보면 대답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름은 뭐가 그렇게 복잡하며, 도대체 상전이 몇인지.. 그런데도 과감히 이 책을 집어들었던 것은,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에 대한 신뢰감과 약간은 고풍스러운 느낌의 표지에 대한 호감 때문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생각했다. 단지 에도 시대 이야기라는 이유만으로 이 책을 보지 않았다면 어쩔 뻔했냐고!
사실 옮긴이도 그 부분을 염려하긴 했나 보다. "처음에는 읽기가 상당히 힘들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읽어보면 분명 후회하지 않을 거다"라는 식으로 옮긴이의 말에서 열심히 독자들을 설득한다. 중간중간 그냥 덮을까 할 때마다 그 말에 힘을 얻어 읽었으니 영 헛일은 아니었다.
<외딴집> 특히나 상권은 쑥쑥 잘 읽히지는 않는다. 은근히 일본 문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안된다고나 할까. 그나마 우리나라를 떠올리며 이랬겠거니 저랬겠거니 했으니 좀 속도가 나간 것 같다. 지금 이 책을 읽으려고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처음엔 약간 힘들더라도 끝까지 읽기를 권한다.
에도 시대가 배경이지만 <외딴집>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사실 현대에도 맞물리는 것이다. 진실을 감추기 위해 소문이 필요하고, 그 소문에 기대어 터무니없을 정도로 실체를 두려워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소문의 주인공이 되어 '대의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휘둘리는 불행을 안고 사는 사람들, 오해와 은폐가 교묘히 뒤섞이는 그 현장은 지켜보는 우리에게 ’지금 우리도 저런 모습이 아닐까?’하는 씁쓸함을 맛보게 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란 말인가? 사람들이 진실을 알면 안된다며 정작 관계자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눈가리고 아웅하는 에도 시대 사람들을 보면서 결국 어딜가나 사람사는 것은 다 비슷하구나 싶었다. 아무리 나쁜 일도 "가가님의 탓이다" 한 마디면 만사 형통이지 않은가. 사고가 나도, 사람이 죽어도, 고기가 잡히지 않아도, 불이 나도, 벼락이 쳐도... 결국 사람들은 비난과 책임의 대상을 찾는 것 뿐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십여 장은 특히 좋았다. 호와 우사의 만남에서 나도 모르게 울컥 하고 말았다. 아아, 있는 힘껏 행복해지기도 힘겨운 세상인가..싶어서. 역시 미미여사는 뒷심이 무서운 작가다. 온갖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예리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 대한, 사회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그녀의 시선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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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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