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서적
flattop
- 작성일
- 2019.5.23
방구석 미술관
- 글쓴이
- 조원재 저
블랙피쉬
미술에 대한 책은 처음이다. 워낙 미술에 관해 문외한이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호기심을 끌 만한 책을 만나지 못했음도 한 몫 한다. 일단 책을 펼쳐 목차를 보니 내가 이름으로만 알고 있던 유명한 화가들이 나온다. 그리고 미술분야에 가볍게 입문하기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화가의 출생부터 전성기, 그리고 마지막까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그림과 글이 나온다.
우리는 처음 미술을 접할 때, 보통 ‘공부’를 하기 십상이라고 하면서 서양미술사라는 역사로 접근하거나, 미학이라는 학문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소개팅에서 만난 상대의 프로필을 안다고 친해지는 것이 아니듯, 미술 역시 지식으로 많이 안다고 해서 친해질 수 없다고 단언한다. 미술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와 소통하고, 작품과 대화하며 공감해나가는 경험이 하나 둘 쌓이다보면 어느새 미술은 우리 곁에 다가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한 인간으로서의 예술가를 생생한 시각으로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을 통해 예술가의 작품 탄생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방구석에서 흥미롭게 만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미술사적 의의가 아닌 예술가의 삶에서 ‘왜 그런 작품이 나올 수 밖에 없었는지’ 가슴으로 공감하는 경험을 선사하는 책이다. 하지만 재미있기만 한 미술책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 책은
한 화가에 대해 이만하면 됐다 싶을 만큼 집요하게 파고들며, 미술 교양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알차게 전한다.
특히 이 책에 등장하는 화가들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모더니즘 화가들로 이들만 제대로 알아도 미술사의 흐름을 한눈에 꿸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각각의 본문 마지막에는 화가의 기본 정보와 함께 작품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핵심 미술 이론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두었다. 그저 [방구석]으로 찾아온 미술계 거장들을 가벼운 마음으로 맞이하면 된다. 방구석 미술관으로 초대된 미술 거장들과의 수다가 독자들을 유쾌한 미술 세계로 안내한다. 미술계 거장들의 사생활과 명화에 담긴 숨은 뒷얘기까지 재미있게 습득할 수 있는 교양 미술서이다.
특히 목차에는 미술가들의 특징을 한 마디로 정의하고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표현으로 독자들을 본문으로 초대한다. 물론 미술사적 연대기순으로 화가들을 만나게 되지만, 목차를 보고 관심있는 화가를 먼저 찾아 읽어보는 것도 괜찮다. [20세기가 낳은 천재 화가 파블로 피카소, 알고 보면 선배의 미술을 훔친 도둑놈?] 이라는 목차가 보여주듯 이 책은 누구나 쉽게 미술을 접하고 화가들의 생애와 특징, 그리고 화풍까지도 제대로 알게 해 주는 장점이 많다.
저자 조원재는 2016년부터 ‘미술은 누구나 쉽고 재밌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라는 모토 아래, 팟캐스트 「방구석 미술관」을 기획·진행하고 있다. 「방구석 미술관」은 미술을 1도 모르는 문외한부터 이제 막 미술을 시작한 ‘미술 햇병아리’, 미술 좀 안다는 사람까지 모두를 아우르며, 최고 인기 미술 팟캐스트로 자리매김했다. 쏟아지는 미술 팟캐스트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고 1위를 지켜내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저자는 미술전문가 아닌 애호가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자유롭고 흥미로운 시선으로, 쉽고 친근한 언어로 미술 이야기를 생동감 넘치게 풀어낸다고 볼 수 있다. ≪방구석 미술관≫은 저자 특유의 유머러스한 필치와 전매특허 스토리텔링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 책 한권으로 미술에 대한 교양을 모두 채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독서라는 것이 하다보면 장르와 분야가 넓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 책을 벗삼아 미술 쪽의 관심을 갖게 되면 또 다른 지평이 열릴 것이라 생각한다. 알고 있는 그림은 몇 장 안되지만, 재미있는 해설과 더불어 그림을 보게 되니 이해가 잘 된다. 덕후라고 하는 애호가의 책이니만큼 우리의 눈높이에서 미술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과 흥미를 더하게 된다는 생각을 해 본다.
- 좋아요
- 6
- 댓글
- 2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