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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글쓴이
헤르만 헤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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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8.9 (50)
름름

인간은 누구나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때로는 겪었던 일보다 '겪지 않은 일', '왠지 잘 되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에서 오는 두려움이 더욱 강하다. 분명히 현재의 '나'는 달라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의지'를 가지고 움직여야 하는데, 그저 '머릿속'에서만 바쁜 날- 예전에는 '불안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떨쳐냈었지?


아... 그 책이 있었다. 국문으로도 모자라 영어판으로도 더듬더듬 읽어낸 후, 마음속에 '구절' 하나를 품게 만들었던 그 책-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집어 들었다.  


1877년생, 신학시험을 준비를 위해 브론 수도원 학교에 입학했으나 시인이 되기 위해 도망쳐나왔다. 1899년 낭만주의 문학에 심취한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1904년 소설 <페터 카멘친트>를 통해 유명해졌다. 1906년 자전적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를 출간, 1919년 <데미안>과 <동화><차라투스트루라의 귀환>을 출간했다.1946년 <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1962년 8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작품을 써냈다.


주인공은 10살의 '에밀 싱클레어' 그는 부유한 집, 다정한 부모님과 누이등 밝은 세계에 속하는 사람이지만, 자신의 집의 하녀들, 불량한 친구들 등이 만들어내는 어두운 세계를 동경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프란츠 크로머의 동료무리에 섞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되고, 그 거짓말로 크로머에게 휘둘리는 상태가 된다.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그의 협박을 들어주던 그때, '데미안'이라는 친구가 전학을 온다.

아이같지 않은 눈빛, 자기주관이 뚜렷하고 분명한 그는 싱클레어의 어려움을 꿰뚫어 본다


나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준 구원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찾아왔다. 그 구원과 더불어 내 삶에 새로운 것이 등장했으며, 그것은 지금까지도 줄곳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처음 데미안을 읽었던 때가 중학생이었던 것 같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음에도 작은 갈등에, 작은 상처에도 이리저리 비틀대던 시절- 거기에 어설프게 세상을 알고 그 세상이 버거웠던 시절이었다. 싱클레어라는 '초등학생'이 당한 일은 머릿속에서 잊혀졌고,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막스 데미안'이라는 매력적인 소년이었다. '우월하고 냉정하며, 자신감이 있는 어른같은 눈빛'을 띈 소년- 여기에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말하는 이야기를 자신의 '신념'에 따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소년- 그는  싱클레어에게 이렇게 말을 건냈다. 


나는 너를 좋아해. 아니면 너한테 관심이 많아서 네 마음을 속이 어떤지 알아내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 나는 벌써 첫걸음을 내디뎠어. 너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거든. 그러니까 너는 뭔가에 잘 놀라곤 해. 그렇다면 네가 무서워하는 일들이나 사람들이 있다는 거지. 왜 그럴까? 사람들을 무서워해서는 안 되는 법이거든. 누군가를 두려워한다면, 그건 그 사람에게 자신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내주었기 때문이지. 예를 들어 나쁜 짓을 저지렀는데,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가 있어. 그러면 그가 너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거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 아주 명확해, 그렇지?


데미안은, 자신의 일을 말하기 두려워하는 싱클레어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도 그 녀석을 두려워하는 게 옳지 않다는 걸 잘 알지, 그렇지? 그런 두려움은 우리를 완전히 망가뜨릴 수 있어. 그런 두려움은 떨쳐버려야해. 올바른 사람이 되려면 떨쳐 버려야 한다고. 내 말 알아들었어?


어느 순간 사라진 크로머의 협박, 싱클레어는 데미안이 자신을 도와준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지만 자신의 어두운 과거또한 기억하고 싶지 않아 그를 잊어버린다. 아니, '성경'의 해석과 다른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 하는 그도 왠지 '밝지 않은 세계' '유혹'일 것 같다는 의심에 그를 멀리하게 된다. 그렇게 상급학교로 진학을 한 후 싱클레어는 '술'에 빠지고 마는데... 


다시금 빠져버린 또다른 세계- 또다시 그를 끌어올린 것은 '찰나의 감정'이었다. 그렇게 그는 다시 한번 성장하고, 


잊었던 데미안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에게서 메시지를 받는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 힘겹게 싸운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들어봤음직한 구절...


개인적으로는 20대 초반, 하고 싶은 일이 있었지만, 도무지 채용이 안되던 시기,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뿌리고 다니던 그때, 포트폴리오 맨앞을 시작했던 구절이기도 했다.  나는 '당신이 원하는 가능성을 가진 자'이며, 그를 위해 '힘겹게 싸워왔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일까?


십여년만에 다시 읽은 책은, 여전히 매력적인 '데미안'을 지나 주인공인 '에밀 싱클레어'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고 있었다. 이미 현재의 내 삶은 나이를 100살 더 먹는다고 해도 '데미안'같은 삶은 아닐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무슨 신과 같은 그의 모습보다 끊임없이 타락에 빠지고, 그 속에서도 답을 찾아내려고 '스스로'노력하는 에밀 싱클레어가 더 '인간적'이며 '나와 가까운 모습'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알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한 남자의 '스스로 자아찾기'를 따라가는 여정이었다. 그리고 그 '스스로'속에는 그에게 영향을 미친 '데미안'뿐 아니라 '피스토리우스' '베아트리체' '에바부인' 마지막으로 '크로머'까지도 포함된다.  그들의 역할이 적지 않지만 '스스로'라고 지칭한 이유는 결국 '싱클레어'가 그들을 받아들여야 그들의 영향력이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멘토가 누구든, 괴롭히는 자가 누구든 자신이 '따라가지'않으면 혹은 '경멸하지 않으면' 더 이상 그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데미안은 가장 멋진 '캐릭터'일 수 있고 에밀 싱클레어가 바라는 '롤모델'일 수 있지만, 전적으로 모든 판단과 몫은 '에밀 싱클레어'자신에게 있을  뿐이다.


모든 사람에게 진정한 소명은 자기 자신에게 이르러야 하는 오직 한 가지 소명밖에는 없다


나는 자연이 던진 주사위였다. 불확실성을 향해, 새로움을 향해, 어쩌면 무를 향해 던진 주사위,태고의 깊이에서 던진 주사위를 작용하게 하고 의지를 내 안에서 느끼고 완전히 나의 의지로 만드는 것, 오로지 그것만이 나의 소명이었다.오로지 그것만이!


'정신분석학'에 기초한 작품이라는데 심각하게 거기까지 파낼 생각은 없고, 단지 자아(현실), 초자아(현실보다 이상적인것을 추구), 이드(본능, 쾌락) 같은 내 안의 '많은 나'들이 나에게 길을 인도하는 듯한 여정이이며,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추구하는 '초자아'인 것이려나.. 정도로 짐작할 뿐이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을 몇개 더 적어둔다.


너한테 듣기 거북한 말을 할 생각은 없었어. 게다가 우리 두사람은 네가 어떤 목적으로 그 포도주 잔을 들이키는지 알지 못해. 네 안에 있는 것, 네 삶을 이루는 것은 그걸 알고 있겠지.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원하고 모든 것을 우리 자신보다 더 잘하는 누군가가 우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두면 좋아. 미안해. 난 그만 집에 가봐야 해


그 무렵 나는 피난처를 찾아냈다. 흔히 말하듯 <우연히> 찾아냈다. 하지만 그런 우연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찾아내게 되면, 그것은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니다. 

그 자신, 그자신의 갈망과 필연이 그것으로 이끈 것이다. 

각성한 인간에게는 자기 자신을 찾고 자신의 내면을 확고하게 다지고 결국 어디에 이르든지 간에 자신만의 길을 계속 앞으로 더듬어 나가는 것, 그 한가지 말고다른 위무는 결코, 결코, 결코 없었다. 이러한 인식이 나를 깊이 뒤흔들었고, 그것은 내가 그 체험에서 얻은 결실이었다.  


가능성을 가득 품은 꿈은 사라지고, 이제는 '현실'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혹 이제 없을지도 모를 '가능성'의 끝자락을 쥐고 있던 나는 , 싱클레어를 뛰어넘어 이제 '싱클레어'라는 이름으로 '데미안'을 써낸 헤르만헤세의 삶까지도 함께 생각하게 된다. 



이 소설은 헤르만 헤세가 마흔이 넘은 시절, 아내의 병환, 아버지의 죽음, 자녀의 아픔까지 다양한 가족의 비극 속에서 자신을 '지탱하기'위해서 쓴 책이라고 한다. 정신적으로 극도로 쇠약해진 그는 정신상담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다시금 '책'을 써낸다. 그러나, 이 책을 40살이 넘는 기존 작가가 내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 주인공의 이름 '에밀 싱클레어'로 책을 발간했고, 세계대전이 발발하던 그때 많은 청년들에게 '의지'와 '희망'을 선사한다. (이 책으로 신인상을 수상한 그는, 이후 자신의 작품임을 다시 밝혔고 2쇄부터는 헤르만 헤세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다고 한다. 99쇄 까지...) 대단한 거장에게도 '의기소침'한 시기를 선사하는 나이가 바로 이 때라면, 지금 나를 흔들고 있는 '불안'또한 다른 것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무엇이든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과 '방향성'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오늘의 나에겐 자아성찰을 넘어 '스스로의 힘'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붕대를 감는 일은 고통스러웠다. 그 후로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이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이따금 열쇠를 찾아서 나 자신 안으로 침잠하면, 검은 거울 위로 몸을 굽히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나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나의 친구이면서 인도자인 그와 똑같은 모습이


나를  구하는건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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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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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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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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