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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룸
- 작성일
- 2019.6.16
쇼코의 미소
- 글쓴이
- 최은영 저
문학동네
매일 드나드는 인터넷 카페에서 추천하길래 구입했다. 누군가 읽을 책 좀 추천해 달라고 글을 올리면 카페 회원들이 댓글을 달아주는데, 한 명의 추천을 받았다면 나는 그냥 넘을 갔을텐데, 댓글에 또 대댓글로 추천하길래 사 봤다. 제목부터가 뭔가 일본스러운게 솔직히 일본 작가가 쓴 것인가, 일본 관련 소설인지 생각했다. 하나의 장편 소설인 줄 았았으나 7개의 각각의 이야기로 구성된 소설집이었다.
매번 그러하듯 한 번만 읽어서는 책 내용 파악을 잘 못하고 기억이 남지 았으니, 처음 읽은지 한참 후인 근래에 두번째로 읽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7개의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흐르는 게 무엇일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의 리뷰를 훑어 보니, 이 7가지 이야기의 공통적으로 '이별'이라는 있다는 걸 보고 곰곰히 생각해 보니 진짜 '이별'이라는 단어가 설명하기에 딱 좋았다. 이별을 통해 그 존재와 추억에 대해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쇼코의 미소.
학생 교류 프로그램으로 일본 소도시에서 사는 쇼코가 나 '소유'의 집에 머물게 된다. 쇼코 덕분에 엄마와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소유에 집에 서먹서먹한 기운이 가시고, 화기애애한 가족의 분위기가 조성된다. 특히, 할아버지의 변화가 가장 크다. 아픈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쇼코는 할아버지한테 받은 편지를 나에게 들려주는데 할아버지의 진심을 알게 된다. 쇼코와의 짧은 이별과 재회, 할아버지와의 긴 이별. 소유는 할아버지가 자신한테는 그러지 않고 내색도 없었으나, 나를 생각해고 나름 나의 지지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씬짜오, 씬짜오.
독일에서 교민 생활을 하는 우리 가족은 베트남에서 온 투이네 가족과 이웃사촌이다. 특히 엄마가 가장 좋아한다. 베트남 전쟁에서 가족을 모두 잃은 응웬아줌마(투이의 엄마)와 우리 가족의 말다툼?으로 인해 이 두 가족은 사이가 멀어지고 엄마는 침묵하기 시작한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엄마를 엄마 그 자체로 인정해준 응웬아줌마가 떠올라 그녀의 찾아간다. 엄마와의 긴 이별.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에 엄마는 투이네 가족과의 시간이 제일 행복했고 예뻤고 , 잘 웃었고 응웬아줌마가 엄마의 훌륭한 친구이고 의지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언니, 우리 작은 순애 언니.
엄마의 먼 친척인 순애 이모와의 이야기이다. 엄마와 순애 이모는 어렸을 때 친하게 지냈으나 순애 이모의 남편 일로 인생에 힘든 시기를 겪은 그녀에게 엄마는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사이가 멀어진다. 순애언니의 죽음. 엄마의 병실에 처음 만날 적의 열여섯살의 순애언니가 찾아와 엄마를 용서한다.
한지와 영주
프랑스 수도원에서 만난 케냐 친구인 한지는 영주의 친한 친구가 되면서 산책도 하고, 한지의 가정사와 직업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좋아하게 된다. 한지가 케냐로 돌아가기 몇 주 전부터 둘의 사이가 틀어지고 영주는 아직도 그가 왜 그랬는지 이유를 알 수 없으면서도 그를 그리워한다. 이유없는 이별. 나도 참 궁금하다. 정 떼려고 영주를 그림자 취급했나. 세상 이별이 까닭없는 게 많다더니, 이 이야기 또한 그러한 건지.
'먼 곳에서 온 노래'는 병으로 세상을 떠난 선배를 보러 러시아로 가서 그녀의 자취를 따라다니면서 그녀와의 대학시절 노래패에서의 추억을 떠올린다. 선배의 죽음. 나를 아껴준 그녀의 죽음으로 나는 그녀가 살았던 러시아를 방문하고 선배와의 추억을 간직한 율라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미카엘라'는 교황이 서울을 방문해서 교황을 보러 올려온 엄마가 연락이 두절됐는데 우연히 TV에서 엄마를 보고 광화문으로 찾아간다. 엄마는 바쁜 딸이 일하는데 방해될까봐 서울에 올라왔음에도 연락도 못하고 찜질방에서 만난 할머니를 따라 할머니의 지인을 찾으러 광화문으로 간다. 할머지의 지인은 손녀를 세월호에서 잃어버려서 여기저기 다닌다고 했다. 나와 엄마는 그 광장에서 세월호 관련 사람들을 보면서 무심하고 그 일이 희미해진 기억이 되는 거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내 주변인의 죽음. 내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그들의 상황을 보면서 나 '미카엘라'와 엄마는 마음 속의 양심이 꿈틀거린다.
'비밀'은 세월호로 인해 손녀를 잃었는데 중국으로 간 줄로만 아는 아픈 할머니의 이야기이다. 손녀의 죽음. 애지중지 키운 손녀가 세상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딸과 사위는 비밀로 하고 할머니는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쓰면서 손녀를 무척 그리워한다.
줄거리를 엉성하게 썼으나 직접 읽어 보면 가슴 한 구석이 슬퍼지려고 하고 뭉클하기까지 한다. 위의 4가지 이야기에서 정말 잘 지낸 사람들이 서로가 서먹해지면서 관계가 단절 되고 나중에는 다시 만나는 이야기 인거 같다(한지와 영주는 제외다.).
소설이 주는 즐거움과 느낌을 제대로 전달 받는 거 같다. 어디 내 주변에서 있음직한 이야기. 이야기 하나하나 곱씹을수록 마음 한 켠이 씁슬해지고 한 편으로는 추억과 이별에 대해 공감과 더불어 생각지도 못한 소소한 감동까지 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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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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