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침표

자목련
- 작성일
- 2019.7.2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 글쓴이
- 김혜남,박종석 공저
포르체
우울은 우리 삶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얼굴 중 하나다. 일이 뜻대로 안 될 때, 사람들 사이에서 상처를 받았을 때, 자신의 한계를 느꼈을 때 등 우리는 삶의 순간순간 우울감을 경험한다. 그러나 이런 우울은 인생을 살면서 마주칠 수밖에 없는 좌절에 직면했을 때 이를 내적으로 잉해하고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우울은 고통스럽지만 정상적인 우울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거나 상황이 달라지면 자연스럽게 그때의 우울감도 사라진다. (프롤로그 중에서, 5쪽)
제법 괜찮다고 생각했다. 잘 지내고 있다고, 잘 살고 있다고 말이다. 근데 요즘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느낄 수 있었다. 점점 줄어드는 대화, 문자, 그리고 말하지 못하는 어떤 마음. 김혜남, 박종석의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란 제목을 보고 나는 확연하게 느꼈다. 이런 제목 하나에도 내가 울컥하다니, 나는 분명 뭔가 말해야 할 게 있다는 걸 말이다. 사실, 이런 종류의 책은 이미 많이 읽었다. 적어도 어느 시절에 나는 그랬다. 그런 책들을 통해 나는 꽤 많은 위로를 받았고 스스로를 더 사랑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니까. 그 시절을 잘 견뎠다고 나를 칭찬하면서 상담과 심리분석에 대한 책을 일부러 읽으려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런 감정들이 다시 내게 노크도 없이 불쑥 찾아왔다.
뭔가 필요했다. 다른 책을 통해 읽은 구절이나 내용과 비슷하다고 해도 상관없다. 나를 위한 단 한 줄이 필요했다. 그 한 줄은 이런 구절이었다. ‘행복은 우리의 권리다’ 읽은 책에 대해서 친구가 가족에게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드문데 이 문장을 나는 친구에게 말해버렸다. 내게 필요한 문장이었다고 자꾸 반복해서 말했다.
행복은 우리의 권리다. 설령 어릴 것 행복하지 못했던 불행한 기억이 있더라도 그건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것을 누구의 잘못이라 탓만 할 수도 없다. 어차피 인생이란 여러 가지 이해 못 할 일들이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곳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그 일들을 극복하고 행복을 찾는 것은 바로 나에게 달려있다. 고통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을 행복도 느낄 수 있는 능력과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72쪽)
김혜남과 박종석 두 정신과 의사가 나누는 대화를 가만히 읽노라면 편안해졌다. 의사가 직접 상담한 사례를 통해서 나와 비슷한 마음을 보았다. 내가 아는 누군가의 상황과 닮은 사연에 그를 조금 더 이해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정신과 의사도 죽고 싶었고, 그런 마음을 들어주는 단 한 사람으로 인해 괜찮아졌다는 말에 울컥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듣는 상대가 아니라 무언가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힘들었어요, 울고 싶은데 울어도 괜찮다고 말해줘서 고마워요, 이런 말을 말이다. 예전과 다르게 우울증, 공황장애, 조울증, 불안감, 이런 말들이 익숙하지만 정작 제대로 나를 점검할 수 없었다. 상담을 받는 일이 아무렇지 않은 과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우리가 모른 척했던 건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상대, 누군가의 마음을 들어줄 자세인지도 모른다. 그 상대가 가족이나 친구가 아니어도 괜찮다. 전문가를 찾아가는 게 가장 좋겠지만 익명의 게시판, 닉네임으로 불리는 이웃이라도 괜찮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책을 통해 나의 불안, 나의 아픈 마음이 한결 나아지는 걸 확인해도 좋다. 아무 말 없이 그저 곁을 지켜주는 친구처럼, 마음이 울적할 때 이런 구절을 일는다면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진다.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다는 건 커다란 축복이다.
울음은 아픔과 슬픔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굿판이다.
울음은 나눔의 의미도 지닌다.
울음은 자기 연민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257~258쪽)
상처 입고 두려움에 떠는 연약한 자기를 바라보는 일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눈물 가득한 연민을 느끼며 자신을 바라본 후에야 우리는 그러한 자신을 따뜻하게 보듬어 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더 이상 도망가지도 숨지도 않고 행복을 찾아갈 수 있는 건강한 힘을 얻게 된다. (258쪽)
한 번씩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탄다. 그러나 그 감정의 실체를 정확하게 안다면 롤러코스터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구간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때때로 마음에 담았던 화를 꺼내도 괜찮고 실컷 울어도 괜찮다.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마음이 강철같이 단단해지는 건 아니니까. 살아가는 동안 몇 번이고 흔들리고 우울이라는 얼굴과 마주할 테니까. 그것이 정상적인 우울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정상적인 우울’, ‘행복은 우리의 권리다’두 가지만 기억해도 나는 이전보다 괜찮아진 것 같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좋아요
- 6
- 댓글
- 4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