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읽기(2019년)

블루
- 작성일
- 2019.7.4
이별의 푸가
- 글쓴이
- 김진영 저
한겨레출판
살아가면서 수많은 이별과 마주한다. 때로는 사랑하는 연인과 때로는 사랑했던 친구와 혹은 가족과 이별한다. 마음의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의 이별은 고통스럽다. 그 순간에는 고통스럽다 여기지 못하다가 시간이 갈수록 고통이 심해지는 경험을 몇 번쯤은 해봤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어봐도 이별한 사람이 돌아오기란 드물다. 삶에서 마주한 이별들의 푸가, 이 책이 그렇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이별은 아무래도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이었다. 이별을 통보받았을때의 고통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그때의 아픔이 가슴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다. 이제는 아련한 기억 뿐이지만 다시 마주하기 불편한 사람. 마주치면 모른 척을 해야할까, 반갑다고 이야기를 해야 할까. 애매한 순간이다.
어딘가로 여행갔다가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여행 뒤끝의 아쉬움과 꽤 닮아 있었다. 물론 여행지는 다시 갈 수도 있지만 함께 했던 사람들과 다시 그 시간을 보내지는 못하지 않나. 밤바다를 걸었던 일, 아침 바다를 보며 커피를 마셨던 일, 꽃들 속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던 일. 어쩌면 이별은 다시 오지 못할 모든 순간일지도 모른다.

물론 나는 안다. 너의 얼굴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걸. 너의 목소리를 다시는 들을 수 없다는 걸. '..... 없다는 것', 그 부재를 나는 안다. 하지만 나는 그걸 이해할 수도 믿을 수도 없다. 느껴지지도, 붙잡히지도, 만져지지도 않는다. 엄연하고 엄중한 사실이건만, 나는 그걸 너무 분명하게 알건만. (68페이지)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이별의 순간을 담은 글이다. 김진영이라는 이름은 익숙했지만 정작 글은 한번도 읽지 않아서 안타까웠던. 그래서 나에게 책을 읽을 기회가 다가왔을 때의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작년에 유명을 달리한 작가는 모든 이별과 부재의 순간을 짤막한 글로 나타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문학 작품의 혹은 노랫말을 말하며. 그러고보면 모든 문학 작품과 노랫말처럼 우리의 삶을 닮은 것도 없는 것 같다. 이별 그리고 부재. 만지고 싶어도,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부재의 존재가 되어버린다.

당신이 떠나면 부재가 남는다. 나는 떠난 주인을 잊지 못하는 노예처럼 당신의 부재 앞에서 꼼짝도 않는다. 그러다가 바위가 쪼개지듯 둘로 분열한다. (119페이지)
산다는 건 시간 속을 지나간다는 것이다. 시간 속을 지나간다는 건, 매 순간 우리가 우리를 떠난다는 것, 우리 자신을 지나간다는 것이다. 매 순간 존재하는 단 한 번의 우리와 매 순간 이별하면서 매 순간 다음 순간의 우리로 달라진다는 것, 그것이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산다는 것, 그것은 매 순간 우리 자신과 이별한다는 것이다. (139~140페이지)
아마 죽음 앞에 서 있던 작가가 삶의 모든 순간을 이별로 보지 않았을까. 자신이 떠나가는 것도, 사랑했던 사람이 떠나가야 했던 것도. 결국 자신의 마음을 떠나보내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그게 이별 앞에 서 있는 우리의 감정일 것이다. 살아있다는 건 누군가를 끊임없이 만나고 헤어지는 일. 함께 했던 추억의 시간을 꺼내어 들여다보며 그 시간과 이별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당신의 부재 앞에서 당신을 생각한다는 것, 그건 당신에게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가장 멀리 있다는 것이다. 그건 어떤 상태일까. 나는 당신에게 매달려 있지만, 당신은 나에게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다. 나는 가장 뜨거우면서 가장 차가운 사람이다. 나의 머리는 온통 당신으로 가득해서 터질 것 같지만 ..... (170페이지)
오늘 이 순간,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다. 모든 것과 이별하는 시간일지도 모르는 시간속에 머물고 있다. 함께하고자 했으나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했던 순간들을 기억한다. 모든 이별의 순간을 마주하고 썼던 글들이다. 자신의 감정을 시간 속에 침잠시키는 과정을 겪었을 것이다. 사랑했던 사람과의 사진 속에 저장된 추억의 순간들. 그 부재가 주는 아픔과 고통을 겪으며, 모든 이별의 순간들을 떠올리는 글들이었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다. 우리가 겪어왔던 지금도 겪고 있을 수많은 이별의 순간을 부재의 시간을 견뎌야 했던 감정들을 담았다. 공감하며 기억하고 싶었다. 여운이 깊은 문장들을 다시 읽으며 김진영이라는 이름을 되새겼다. 지금은 부재하고 없는. 영원히 살아숨쉬는 그의 글이 있다는 것에 안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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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