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서본 책 리뷰

만학도소년
- 작성일
- 2019.7.17
에고라는 적
- 글쓴이
- 라이언 홀리데이 저
흐름출판
‘책A 보다 책B가 훨 났네.’ 이런 평가를 내린다는 건 책B 저자에게 좀 미안한 일이고 실례다. 허나 지금 이글에서 만큼은 좀 미안해져야겠다. ‘에고라는 적’보다 ‘아주 사소한 습관의 힘’이 훨씬 났다. 뭐 사실 미안해 할 필요까진 없다. 저자는 라이언 홀리데이는 미국인이기 때문이다. 라이언이 한국어를 한다면 모를까 이 글을 볼 리가 없다. 그리고 혹 이 리뷰를 본다고 치더라도 그는 이해할 거다. 그가 몸에 새긴 문신, 책의 ‘에고 = 적’ 공식에 따르면 자기 책에 대한 디스에 대해서도 겸허히 받아 들일 것이기에.
‘아주 사소한 습관의 더 났다 ‘ 라는 얘기는 좀 성의 없어 보여서 구체적으로 왜 그런지 풀어볼까 한다. 이 책은 좀 뻔하다. 책의 제목으로는 철학책 같지만 이 책은 전형적인 자계서다. 그리고 자계서의 아주 익숙한 루트를 따른다. 유명인의 사례를 끌어다 쓴다. 연구결과나 통계 보다는 그냥 ‘유명한사람이 이랬다 그러니까 너도 이러면 돼’ 라는 식이다. 이 책의 가장 큰 결론은 에고를 경계하라는 거다. 쉽게 말하면 흥분하지 마라. 겸손해져라. 인내해라. 조용히 니 일해라 등으로 요약된다.
뭐 뻔한 얘기다. 어렸을 때부터 귀가 따갑게 들어왔던 소리다. ‘나대지마라’ 류의 격언은 동양 특유의 문화이기에 전혀 새롭지가 않다. 문제는 설득력 또한 없다는 거다. 저자는 ‘캔버스 전략’을 독자에게 추천한다. 캔버스 전략이란 다른 사람을 적극 도우면 궁극적으로 자기에게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그리고 실천 예시를 든다.
1. 상사에게 건네줄 멋진 아이디어들을 떠올린다.
2. 장래가 유망한 사람들을 찾아 서로 소개시킴으로써 동반 상승 효과를 노린다.
3.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는 일을 찾아서 그 일을 한다.
4. 비효율적이고 불필요한 작업을 찾아낸다. 그런 다음 자원이 낭비되는 지점을 찾아서 메우고, 절약되는 자원은 다른 영역으로 돌린다.
5. 다른 누구보다도 많이 만들어내고 자기의 아이디어를 남에게 준다.
2번과 4번은 수긍이 간다. 하지만 1,3,5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선의로 1,3,5번처럼 무언가 해봤을 거다. 나도 그랬고. 그런데 결과는? 준 사람은 바보가 되고 받아 먹은 사람만 잘나간다. 준 사람만 호구된다. 근데 저자는 그래도 계속 하라는 거다. 당신은 잘난 사람이 되기보다 어떤 일을 하는 걸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며. 합당한 일에는 합당한 보상이 따라와야 하는 게 세상이치 아닌가? 그럼에도 저자는 시스템을 지적하지말고 겸손해지고 스스로를 깎으라고 조언한다. 겸손해져야 된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호구가 되라’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호구가 될 정도로 에고를 경계하고 나를 깎고 또 깎아라.’
깍을만큼 깍아 아무것도 남지 않은 사람들이 주변에 즐비하다. 거기서 더 깎아낸다면 사람이 아니라 생불, 예수, 공자다. 모두가 성인이 될 필욘 없다.
사람들은 대개 뭔가에 결핍을 느껴 자계서를 읽는다. 자기가 잘하고 있거나 아예 그런 의식조차 없다면 자계서를 읽겠는가. 그런데 이 책은 결핍된 독자들에게 뭔가 깎고 내놓으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자존감이 탈탈 털린 사람에게 또 뭔가 참고 인내하라는 건 좀 너무하는 거다. 차라리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처럼 2분만 무언가 해보자라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게 훨씬 유익하다. 이 책은 자기가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본인이 아니라, 주변에 나대고 있는 타인에게 조용히 선물하는게 적절하다. 그 타인이 책을 읽고 끄덕일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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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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