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2020

이야기
- 작성일
- 2019.8.9
예브게니 오네긴
- 글쓴이
-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쉬킨 저
열린책들
알렉산드르 뿌쉬낀의 <대위의 딸>을 읽고 뿌쉬낀을 더 알고 싶다는 생각으로 <예브게니 오네긴>을 구입했다. 혁명가라는데... 나는 연애소설의 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위의 딸>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 비극적인 <예브게니 오긴>도 나는 재미있게 읽었다. 예브게니 오네긴은 살인을 하게 되고 그것도 결투 때문이긴 하지만, 친구를 죽이게 되고 사랑하게 되는 여인은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돼있는 비극이지만, 읽는 내내 희극적으로 느끼며 재미있게 읽었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세상 여자를 겪을 만큼 겪은, 바람둥이 남자가 멋진 여자의 순수하고 정열적인 사랑을 받게 되지만 사랑은 어긋나게 된다는 이야기다.
운문 소설인 <예브게니 오네긴>은 작가 뿌쉬낀이 독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화자가 묘사하는 예브게니 오네긴은 건달이라 칭해지는 바람둥이지만, 모두에게 사랑 받는 존재이다. 여자 뿐 아니라 여자의 남자들도 예브게니 오네긴은 미워하지 못하고 좋아한다. 그것은 직접적인 묘사는 없지만, 예브게니 오네긴에게 그럴만한 매력이 있음일 것이다. 그런 청춘의 예브게니 오네긴이 점점 사교계에, 세상에, 염증을 느끼게 될 때 시골의 영지를 상속받는다. 시골에 내려와 찾아오는 사람도 만나지 않고 은둔하던 예브게니 오네긴은 그보다는 젊은(소년티를 벗지 못했다는 것으로 보아 예브게니 오네긴 보다 훨씬 어린 친구) 친구 블라지미르 렌스끼를 사귀고 우정을 나눈다. 렌스끼는 올가 라린이라는 또래의 여인을 사랑한다. 올가는 아름답고 여성스럽지만 단순한 여인이다. 그에 반해 올가의 언니 따찌야나 라린은 올가처럼 예쁘지는 않지만 지성미를 갖춘 이야기와 소설책을 좋아하는 여인이다. 렌스끼는 예브게니 오네긴을 라린씨 댁에 데려간다. 따찌야나는 예브게니 오네긴에게 반하게 되고 예브게니 오네긴에게 편지로 고백을 한다.
그러나 따냐의 편지를 받고서/오네긴은 생생한 감동을 받았다./처녀의 꿈을 그린 그녀의 글에/상념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어여쁜 따찌야나의 모습/그 창백한 안색과 우울한 자태가 생각났다./달콤하고 순수한 꿈속으로/그의 영혼은 젖어 들었다./어쩌면 그 옛날의 불같은 정념이/한순간 그를 사로잡았는지도 모른다./그러나 그는 순진한 처녀의 신뢰를/기만하고 싶지 않아다./그럼 이제부터 따찌야나와 그가 마주친/저 정원으로 가볼까.(114쪽)
예브게니 오네긴은 따냐의 고백에 다시 정념이 일었고 그녀를 어쩌면 그 순간, 아니 처음 보았을 때 그도 사랑하게 되었는지도 모르지만, 정중하게 거절을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것은/불쌍한 아내가 부도덕한 남편 때문에/밤이고 낮이고/홀로 눈물짓는 가정일 거요./권태로운 남편은 아내의 가치를 알면서도/(그러나 어쨌든 운명을 저주하며)/언제나 오만상을 찌푸린 채 말이 없고/냉혹한 질투심에 수시로 화만 낼 거요./그게 바로 나요. 당신이 그토록/순수하고 정열적인 영혼으로,/그토록 순박하고 지혜로운 편지를 썼을 때/과연 나 같은 인간을 염두에 두었고?/당신에게 점지된 운명이/정말 그토록 가혹한 것이오?(116쪽~117쪽)
예브게니 오네긴이 세상에 염증을 내고 있는 상태로서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예브게니 오네긴은 따냐에게 오빠처럼 오만한 설교를 한다. 그리고는 라린씨 댁에 발길을 끊었는데 렌스끼가 따냐의 영명축일을 알린다. 따냐는 영명축일 전날 비극적인 예지몽을 꾼다. 예브게니 오네긴은 따냐가 보는 앞에서 동생 올가와 춤을 춘다. 렌스끼는 이에 분노를 하고 예브게니 오네긴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그 결과는 블라지미르 렌스끼의 죽음이다. 그 후 예브게니 오네긴은 사라져버리고 올가는 슬픔도 잠시 새로운 남자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해서 집을 떠난다. 나이를 먹어가는 따냐를 치우기 위해 라린 부인은 모스끄바의 사교계에 따찌야나를 데려간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다.
그런데 돌연 사람들이 웅성대더니/홀 안에 속삭이는 소리가 퍼졌다....../어느 귀부인이 여주인에게 다가가고/그 뒤에는 풍채 당당한 장군이 따라왔다./그녀는 서두르지도 않고/냉담하지도 않고 수다스럽지도 않았다./좌중을 경멸하는 눈빛도,/성공을 자랑하는 기색도,/거드름 피는 몸짓도,/어설픈 기교도 없었다....../그녀의 모든 것이 조용하고 단순했다./그녀는 소위 고상한 취미의/(용서하시오, 쉬쉬꼬프 선생,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모르겠소) 충실한 복사판처럼 보였다......///부인들이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노부인들은 그녀에게 미소를 보냈고/남자들은 더욱 낮게 허리를 굽혀/그녀의 시선을 붙잡았다./홀을 지나가는 처녀들도/그녀 앞에서는 발소리를 죽였고/그녀를 대동하고 들어온 장군은/코와 어깨를 누구보다도 높이 치켜올렸다./누구도 그녀를 미인이라/부를 순 없었겠지만 머리끝부터/발끝까지 뜯어보아도/런런의 품위 있는 사교계에서/유행이라는 독재자가/저속한이라 부르는 특성 또한/아무도 찾아볼 수 없었으리라,(어쩐다지....../(242쪽~243쪽)
따지야나에 대한 묘사이다.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고 모두 그녀의 겸허하고 품위를 갖춘 우아한 매력에 빠져든다. 그런 따냐 앞에 예브게니 오네긴이 돌아온다. 따냐를 알아보고 그녀의 성숙한 자태에 빠져든 예브게니 오네긴은 따냐의 집에 출석도장을 찍는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따냐는 흔들림이 없다. 허나 어느날 따냐는 인정한다. 예브게니 오네긴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을. 또한 남편에게 앞으로도 성실할 것임을 말해준다.
이 이야기는 비극이다. 사람이 죽고 사랑은 어긋나고 주인공은 안티 히어로이다. 그런데 읽는 내내 흥미롭고 유쾌하다. 이 비극적인 사랑이야기가 어떤 결말을 맺게 될지 기대가 된다. 물론 따냐와 장군의 등장은 서운한 마음이 일게 한다. 하지만 그 감정은 잠시, 예브게니 오네긴에게 똑똑히 전하는 그녀의 진심은 감탄을 자아낸다. 남녀주인공 둘이 이어지지 않는다고 슬프게 이야기가 끝맺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그 이야기 나름의 매력을 느끼며 아! 역시 사랑이란 타이밍이야! 하며, 즐거운 마음이 드는 아이러니한 감정이 생긴다.
그건 뿌쉬낀이 이야기 내내 개입하기 때문일 것이다. 비극을 그리면서 비극이기를 의도하지 않은 작가의 개입이 유쾌한 이야기를 빚어내는 것같다. 즐겁게 읽은 이 어긋난 사랑이야기는 인생은 어떤 역경 속에도 웃음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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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